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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곳에서 했을까" 출마선언 '장소의 정치학'

이충재 기자
입력 2017.01.24 15:36
수정 2017.01.24 17:37

이재명, 10대때 취업공장…유승민 '헌정기념관' 보수적자

문재인, '촛불집회' 광화문…반기문, '탈여의도' 물색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지사가 2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굿씨어터에서 열린 '전무후무 즉문즉답'에서 대선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시계공장, 광화문광장, 여의도 국회, 서대문 독립공원, 타임스퀘어….

대권잠룡들이 대선출마 선언 장소로 선택한 곳이다. 탄핵정국으로 대선 시계가 빨라지면서 각 주자들도 단기간 내에 강렬한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출마선언 장소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후보는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이 시장은 지난 23일 자신이 10대 시절 일했던 경기도 성남의 오리엔트 시계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노동자와 서민을 대변하겠다는 점을 강조한 지형 선택이다.

전날 안희정 충남지사는 서울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 마련된 행사장에서 청중과 네티즌의 질문에 즉석에서 답하는 형식으로 대권도전을 선언했다. '젊은층과 소통'을 최대 무기로 대선정국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보수적자'를 자처한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26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출마선언을 한다. 보수의 핵심 가치인 헌법과 민주공화국 정신을 강조하기 위한 장소라는 설명이다.

박 대통령은 '약점 보완'…문재인은 '야성 강화'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소통'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오가는 광장을 택했다. 상대적으로 약점을 꼽히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독립운동가와 민주인사들의 상징적 공간인 서울 서대문 독립공원을 택했다. 그는 "내가 대학 시절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수형생활을 했던 곳"이라며 선명한 '야성(野性)'을 드러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012년 7월 10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대선출마선언을 하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문재인 '촛불혁명'의 장소…반기문 '탈여의도' 어디?

이르면 다음달 초 출마선언 예정인 문 전 대표는 한층 야성을 강화한 장소를 택할 것으로 보인다. '촛불혁명'을 강조해온 만큼 촛불집회가 열린 광화문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화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에도 논의된 바 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도 출마선언 방식과 장소를 두고 고심 중이다. 캠프에선 반 전 총장이 내건 '국민대통합'과 '정치교체'란 구호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장소를 검토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나 탈(脫)여의도다. 캠프 관계자는 "장소나 형식보다는 메시지에 무게를 둘 것"이라고 했다.

'정치1번지' 여의도, 군소주자 출마장소로

반면 '정치 1번지' 여의도엔 대선주자들의 발길이 끊겼다. 18대 대선 이전까지만 해도 국회나 여의도 내 당사에서의 출마선언이 일반적이었지만, 이후 대선주자 마다 차별화를 내세운 '탈여의도'바람이 불었기 때문이다.

대신 여의도는 군소주자들의 단골 출마선언 지역이 됐다. 상대적으로 여론의 관심이 떨어지는 대선주자 입장에선 정치부 기자들로부터 '외면당하는' 불상사를 피할 수 있는 곳이다.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대표인 장성민 전 의원은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지난 19일엔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같은 장소에서 대권도전 의사를 밝혔다. 이인제 새누리당 전 최고위원은 지난 15일 여의도 당사에서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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