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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츠·밴너, 같은 듯 다른 그들의 변신

김종수 객원기자 (asda@dailian.co.kr)
입력 2007.03.1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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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과 친구로 한 시대를 풍미한 두 베테랑

반로환동(返老還童), 노화순청(爐火純靑)… 무협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수없이 들어봤을 말들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 젊고 강해지며 능력치가 높아진다는 뜻으로, 고수는 세월과 함께 만들어진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조금 다르다. 육체를 맞부딪치며 가장 원초적인 힘을 겨루는 격투기에서 나이라는 것은 결코 간과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젊음이 사라지면 파워와 체력뿐 아니라 스피드까지 급격하게 저하돼 마음과 달리 몸에서 반응하는 시간이 현저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랜디 커투어와 어네스트 후스트의 경우처럼, 노장임에도 엄청난 사건을 종종 저질렀던 경우도 있지만 이는 극히 예외일 뿐, 대부분 흐르는 세월을 이겨내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 일쑤다.

´네덜란드의 벌목꾼´ 피터 아츠(37,네덜란드)와 ´하이퍼 배틀 사이보그´ 제롬 르 밴너(35,프랑스). 여전히 식지 않는 인기와 명성을 바탕으로 여전히 K-1을 호령하고 있는 대표적인 두 노장 파이터다.

원년 그리고 초창기부터 K-1 역사와 함께 했고 지금까지도 만만치 않은 강자로 활약하는 선수들로, 명예의 전당이 생긴다면 가장 먼저 입성이 유력할 만큼 큰 업적을 쌓아왔다.

때론 라이벌로, 때로는 좋은 친구로 한 시대를 풍미한 이들은, 스타일은 다르지만 공격적인 파이팅 하나 만큼은 공통점을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불혹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이들의 차이점은 극명하게 엇갈리는 모습이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한 파이팅의 변화, 과연 두 선수는 어떻게 달라지고 있으며 무슨 차이점을 보이는 것일까…?

큰 도끼를 버리고 작은 손도끼를 선택한 아츠

데일리안 스포츠
프랑스의 변칙 킥복서 시릴 아비다와의 대결에서 허리를 다치는 바람에 격투 역사상 최고의 명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 하이킥을 잃어버린 피터 아츠.

물론 하이킥 외에도 상대의 호흡을 일시적으로 끊어버리는 살인적인 죽창(竹槍) 펀치와 짧은 거리에서 연속적으로 터지는 숏카운트 능력은 여전하다.

하지만 가장 무서운 무기인 하이킥의 실종은 상대방에게 주는 위압감에서부터 차이가 나버렸다. 한때 천적으로 불리던 ´남아공의 돌주먹´ 마이크 베르나르도에 연패를 당하며 극심한 슬럼프에 빠질 뻔했던 이후 또다시 맞이한 큰 위기였다. 그를 아끼는 팬들은 어쩌면 예전의 광폭했던 ´폭군´을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많은 안타까움을 표했다.

하지만 K-1 최고의 레전드 중 한명인 피터 아츠는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오늘날 ´네덜란드의 벌목꾼´을 있게 해 준 ‘큰 도끼’는 잃어버렸지만, 그가 선택한 것은 작지만 실용적인 손도끼였다.

부상의 후유증으로 인해 하이킥 같은 큰 공격은 구사하기 어렵게 됐지만, 위협적인 로우킥과 근거리에서의 원투컴비네이션의 사용 폭을 대폭 늘렸다. 거기에 예전보다 더욱 노련해진 경기운영 능력은 마치 전성기의 어네스트 후스트를 연상시켰다. 일부에서는 오히려 요즘의 이런 스타일이 더욱 까다롭고 어렵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아츠는 훌륭히 변신에 성공했다.

2005 오사카대회 마이티 모 전에서 이런 스타일은 특히 빛났다. 레미 본야스키와 프랑소와 보타를 꺾으며 승승장구하던 마이티 모를 상대로, 전력상 열세라는 예상을 깨고 KO승을 거두며 또다시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한 것. 비록 어느 정도의 행운도 작용했지만 지난해 역시 최종라운드 결승까지 진출하는 등 벌목꾼의 도끼는 크기만 달라졌을 뿐 여전히 위협적이다.

식지 않는 배짱, 하지만 파이팅 변화가 절실한 밴너

데일리안 스포츠
데뷔한지 10여 년이 훌쩍 지났지만 밴너는 역시 밴너다. K-1도 변하고 팬들도 달라지고 있지만 제롬 르 밴너 만큼은 우직하게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진짜 사나이´, ´진정한 남자의 로망´, ´K-1의 싸움반장´ 등은 항상 그를 따라붙는 수식어들. 바로 그래서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그를 아끼는 많은 팬들은 이제 선수로서 황혼기에 접어 들어가는 밴너라는 파이터가 좀 더 많은 승수와 업적을 남기기를 바라고 있다. 팬들은 그의 화끈한 ‘불파이팅’ 때문에 좋아하게 됐지만, 그런 스타일이 독이 되어 돌아올 때면 안타깝고 마음 아파한다.

사실 밴너도 전혀 달라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피터 아츠가 하이킥을 잃어버린 것처럼, 밴너 역시 후스트와의 경기에서 왼팔을 심하게 다쳤고 그날 이후 최고의 무기인 레프트스트레이트를 자신 있게 뿌리지 못하게 됐다.

이후 밴너는 펀치일변도의 스타일에서 킥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패턴으로 변화를 줬고, 그 결과 2005그랑프리 파이널을 앞두고는 우승후보 0순위로까지 지목되기도 했다. 왼손을 앞세운 펀치의 파괴력으로 유명한 벤너지만 킥구사 능력 또한 정상급으로 컴비네이션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장착, 서서히 부활의 날개 짓을 가동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하지만 문제는 지나친 배짱과 바뀌지 않는 경기스타일이었다. 클린치를 하지 않는 돌진형 파이팅은 여전했고, 자신보다 체구가 월등한 상대와의 대결에서도 정면대결을 고집했다. 주무기를 잃어버린 노장임에도 불구하고 다혈질적인 성격을 바탕으로 경기운영의 묘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

지난 4일, 요코하마대회에서 맞붙어 어이없이 당했던 사와야스키 준이치 전이 대표적인 경우. 아무리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상대가 도망 다니는 플레이를 일관했다고는 하지만 충분히 킥이나 잔펀치로 움직임을 묶어놓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펀치를 휘두르며 몰아갔던 모습은 베테랑답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밴너는 현재 종합격투기 겸업설까지 나오고 있지만 그를 사랑하는 팬들의 심정은 마냥 불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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