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의 ‘조기 전대’ 제안 속내는?
입력 2017.01.05 18:02
수정 2017.01.06 06:37
'대표, 대선 출마 가능' 당헌 개정 후 반기문 영입한다는 관측 일각서 제기

친박계가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퇴진을 촉구하며 조기 전대를 제안한 배경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영입과 관련됐을 거라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반 총장의 영입 여부는 당의 존폐를 가늠할 척도로 분석돼 왔다. 또한 친박계가 인 위원장을 향해 연이어 압박하는 건 이대론 ‘폐족(廢族)’ 할 수 없다는 저항과 맞물려 있다.
친박계 좌장 격인 서청원 의원은 5일도 인 위원장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 서 의원은 경기도 수원시 새누리당 경기도당사에서 열린 경기도당 신년인사회에서 “죽음을 강요하는 성직자는 대한민국에 그분밖에 없다”며 “저도 (인 위원장을) 개혁하려고 모셨다. 저도 그분을 모실 때 많은 역할을 했다. 그런데 잘못 모셨다는 생각이 든다”고 힐난했다.
서 의원의 발언은 곧 ‘친박계 전체의 의견’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정가에서 반 총장의 새누리당 입당 가능성을 희박하다고 보는 만큼 친박계로서는 폐족 위기 타개와 정권 재창출이라는 ‘난제’를 극복할 뾰족한 수가 없다. 이 때문에 귀국이 얼마 남지 않은 유력 대권 주자 반 총장이 매력을 느낄 만한 요소를 빠르게 만들어 둬야 한다는 속내로 해석된다.
친박계가 구상하고 있는 조기 전대는 이정현 전 대표 체제의 계획과 취지가 같다는 분석이다. 이 전 대표 체제는 1월 21일 전대를 개최하기로 했다. 특히 당헌 개정을 통해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도 당 대표가 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이를 두고 정가에서는 반 총장을 고려한 포석이라는 견해가 나왔다. 반 총장을 옹립해 당 대표로 세운 뒤 그의 당내 영향력을 넓힌다면 국정농단 사태로 흩어진 보수층을 재결집할 수 있을 거라는 관측이다. 특히 반 총장이 친박계의 지원 사격을 받아 당 대표 자리에 오르더라도, 친반(친반기문) 이라는 새로운 세력으로 재편, 부정 여론이 희석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작용했을 거라는 분석이다.
다만,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친박계가 반 총장 영입에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입당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점에서다. 자신들을 압박하는 인 위원장을 퇴진시키고 친박계의 정통성을 내세운 지도부를 세운다는 발언 그대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권 사정에 정통한 정치권 관계자는 본보에 “서 의원의 조기 전대 제안은 전임 지도부 제안 때와는 사뭇 다르다. 반 총장과 특별한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인 위원장을 사퇴시키고 당원들로 하여금 정통성 있는 당 지도부를 구성하자는 의도”라고 말했다.
한편 인 위원장은 서 의원 등 친박계의 반발에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인 위원장은 이날 새누리당 당사로 출근하며 “새누리당이 정치하는 곳 인줄 알았는데, ‘서청원 집사님’이 계신 교회”라고 비꼬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