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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최순실 게이트'로 3F에 빠졌던 대한민국, 2017년은?

김헌식 문화평론가
입력 2016.12.28 11:44
수정 2016.12.28 13:52

‘판타지’(Fantagy),‘푸드포르노’(Food porno), ‘페이크’(Fake) 유행

최순실 게이트로 웬만한 사실주의 콘텐츠, 호응 받기 힘들었기 때문

2016년 하반기 문화계는‘판타지’(Fantagy), ‘푸드포르노’(Food porno), ‘페이크’(Fake) 등 3F가 유행했다. 상상하는 것보다 현실이 더 픽션 차원의 요소가 강하기 때문에 웬만한 사실주의 콘텐츠는 호응을 받기 힘들었다. 2017년 상반기까지는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김성태 위원장과 여야 특위 위원들이 26일 저녁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열린 현장 청문회에 최순실 증인이 출석하지 않자 접견실에서 비공개 청문회를 한 뒤 나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흔히 3F라고 하면 ‘상상물’(fiction), ‘감성’(feeling), ‘여성성’(female)이라고 한다.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John Naisbitt)가 1982년 ‘메가트렌드 Megatrend’에서 한 말이기도 하다. 그는 21세기는 이런 ‘3F’시대라고 했다. 이는 사실과 이성, 남성의 시대적 코드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사용한다. 상대적인 안티테제의 관점이 강한 것이라 볼 수 있다. 2016년에는 3F는 ‘판타지’(Fantagy), ‘푸드포르노’(Food porno), ‘페이크’(Fake)가 여전히 유행했다.

판타지는 판타지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서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 할리우드 판 환타지 영화들이 대거 개봉을 했다. 액션 영화인 ‘닥터 스트레인지’조차 마법을 등장시켰고,‘신비한 동물 사전’(Fantastic Beasts and Where to Find Them)은 해피포터 시리즈의 스핀오프라고 하는데 뉴욕에서 바법을 본격 등장시켰다. 이외에도 애니메이션의 기본 특징은 환타지가 되었다. 영화 ‘가려진 시간’에는 기욤 뮈소의 원작을 토대로 본격적인 환타지 영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그의 원작은 국내 개봉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도 환타지 코드를 이어갔다. 시간을 넘나드는 스토리는 현실성을 묻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 되었다. 드라마에는 ‘푸른 바다의 전설’에 이어 ‘도깨비’가 등장하여 환타지 로맨스 드라마의 연타석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인어와 도깨비는 모두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사실과는 관계가 없다. 더구나 두 작품 모두 시간을 뛰어넘은 시공의 연대기와 인연을 다루고 있다. 현재의 상황은 좋지 않을 지라도 남다른 가치와 의미를 지닌 존재임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현실의 암울한 환경과 조건에 좌절하는 이들에게 남다른 존재감을 부여한다. 물론 대리만족 차원에 머물지라도 말이다. 심지어 최순실 게이트에서도 상상할 수 없을 것같은 판타지 코드의 이야기들이 실제 인지 아닌지에 관계없이 못불 터지듯이 소비되었다.

푸드 포르노는 쿡방 때문에 잠시 가려지는 듯 싶었다. 하지만 쉐프 열풍이 잦아드는가 싶더니 여전히 푸드 포르노는 계속되고 있다. 더 맛있게 먹는 것은 물론이고 건강을 생각해서 음식을 먹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대체적인 특징은 누구를 위하여 음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입맛이나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챙기고 즐겨야 한다는 분위기가 더욱 강화되었다는 점이다. 백종원의 3대 천왕’(SBS) ‘집밥 백선생’(tvN) ‘수요미식회’(tvN) ‘냉장고를 부탁해’(JTBC) ‘한식대첩’(tvN) ‘오늘 뭐 먹지’(tvN) ‘맛있는 녀석들’(코미디TV) 등은 여전했던 한 해 였다. 이외에도 많은 음식 프로그램들이 미식의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먹는 것은 소유욕과 관련이 있다고 할 때, 현실에서 소유할 수없는 욕망을 먹는 것으로 대리 충족한다는 면이 부각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면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먹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는 상태를 유도한다. 포르노를 생각해보면, 포르노를 많이 본 사람은 뇌의 대내피질의 회백질 부분이 거의 활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이성적인 부분이 작동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푸드 포르노라고 이름을 붙인 것은 적나라한 욕망을 드러내주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아무 생각없이 본능에 충실해 버리는 상태를 유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혀를 우선하면서 먹는 자체에 더 초점을 맞추는 백종원표 푸드는 요식업 취향이라는 딱지에도 불구하고 여전했다.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삼시세끼 어촌편’의 경우에도 밥세끼를 해먹는 과정 외에는 없다. 마치 컬러링 북에 색깔을 입히는 행위와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더욱 푸드는 원초족인 욕망이자 생존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절대적인 행위로 보인다.

페이크는 날조하다, 조작하다라는 의미를 자니고 있다. 대개 진짜를 표방하는 가짜 콘텐츠를 말한다. 이제 기존의 허구적인 픽션이나 페이크 다큐 방식에 머물지 않는다. 올해 가장 이슈가 된 것은 가짜 뉴스였다.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가짜 뉴스가 부각된 면이 있다. 물론 트럼프만이 아니라 가짜 뉴스 현상은 매우 광범위해서 페북은 가짜뉴스를 명시하겠다고 밝히는 조치를 공개적으로 선언해야 했다. 이런 가짜 뉴스는 실제 뉴스가 아니지만 실제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뉴스라고 할 수가 있다. 이런 뉴스들은 사실인 것같이 받아들여진다는 점이 중요하다. 만약, 받아들이는 사람이 그것을 전혀 엉터리같고 황당하다고 생각한다면 수용될 리 없을 것이다. 원래 페이크 다큐도 그럴듯한 개연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면 받아들여질 수 없을 것이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결국 자신이 보고 싶은 뉴스만 주목하는 수용자의 성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대체적으로 이런 현상이 더 많이 일어나는 것은 스마트 모바일과 이로인한 SNS의 영향력이 더욱 강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급속하게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또한 동일한 뉴스 취향이나 코드를 지니고 있는 이들에게 확산되는 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페이크에 빠지는 것도 개인들이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관에 맞는 것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네트워크는 개인을 넘어서서 다른 이들과 연대와 소통을 강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반대로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는 더 강해진 것이다. 침묵의 나선 효과는 이런 SNS를 통해서 더 심화될 수 있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현실의 부정부패를 다루는 영화들이나 드라마들도 대중들이 보고 싶은 부분만 부각하거나 강화하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다. 더구나 올해 하반기는 최순실 게이트 때문에 웬만한 사실주의 콘텐츠는 호응을 받기 힘들어졌다. 2017년 상반기까지는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였다. 상상하는 것보다 현실이 더 픽션 차원의 요소가 강하기 때문이다. 결정장애 세대의 등장은 자아 충족과 실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류의 등장을 말한다. 하지만 인간이 갖기 소유할 수 있는 시간과 자원, 조건은 제한된다. 정보의 범람은 다른 인생들의 삶을 꿈꾸게 만든다. 즉, 되고 싶은 것 갖고 싶은것은 많아지지만 정작 손안에 쥘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그렇게 많이 쥘 수 있는 이들은 매우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에 따른 좌절감, 무기력감은 무엇으로 해소할 수 있을까. 경쟁은 치열하고 노동의 강도는 더 강화되는 마당에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런 와중에 여유 있는 계층들을 더욱 더 자신의 기득권 질서를 공고하게 만들고 있다. 두 가지 선택의 와중에 있다. 하나는 판타지의 세계로 들어가 자신이 못다 이룬 꿈을 충족 시킬 것인가, 아니면 자신이 소유할 수 있는 것을 대리충족할 것인가. 아니 정말 그것도 아니면 가짜라도 진실로 만들어서 자신의 의사표현을 실천해 낼 것인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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