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5주기 추모 분위기 띄우는 북, 대규모 행사 열까?
입력 2016.12.14 16:04
수정 2016.12.14 16:20
북, 예년에는 대규모 추모행사 열고 특별방송 내보내
전문가들 "1인체제 완성…비교적 조용 엄숙하게 치를 전망"
북, 17일 김정일 사망 5주기 앞두고 추모 분위기 조성에 박차
전문가들 "1, 2, 3주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분하게 치를 것"
김정일 사망 5주기(17일)를 사흘 앞두고 북한이 추모 분위기 조성에 막바지 공을 들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올해 기념용 미사일을 쏘아 올리는 등의 대대적인 의식은 거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정주년(0 혹은 5로 꺾어지는 해)을 중시해온 북한이지만, 이번 5주기는 다소 조용하게 치러졌던 예년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약간 큰 수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14일 데일리안에 "1, 2, 3주기는 삼년상을 치르는 의미에서 대대적으로 추모행사를 한 것이기 때문에 아마 이번에는 그때보다는 행사 규모나 분위기가 저조할 것"이라며 "다만 올해가 김정은 집권 5년차인 데다 김정은 1인체제의 완성이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작년보다는 더 엄숙하게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고 견해를 밝혔다.
앞서 북한은 과거 김정일 사망 1, 2, 3주기에 대규모 추모행사를 열고 특별방송을 보내는 등 대대적으로 기념했다. 김정은은 해마다 부인 리설주와 함께 당·정·군 고위 간부들을 거느리고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는가 하면, 중앙추모대회를 열어 김정일의 업적을 찬양하고 김정은의 치적을 부각했다.
그러나 지난해 4주기 때는 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중앙추모대회 등 눈에 띄는 행사는 진행되지 않았고, 김정은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도 부인 리설주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이미 '3년 탈상'을 마쳤다는 의미에서 추모 분위기를 조절하고, 김정은 체제가 안착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미뤄 올해에도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추모 의식이 치러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추모행사를 하더라도 대규모 군중행사나 물량공세보다는 언술이나 보도차원에서 할 가능성이 높다"며 "예년 수준 정도는 하겠지만 5주기라고 해서 특별하게 대대적으로 하기는 지금 북한이 처한 상황이 녹록치가 않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이 함경북도 수해 복구로 상당한 경제·민심 교란상태에 빠져있는데다 새로운 미국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도발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 2012년 12월 12일 김정일 사망 1주기를 닷새 앞두고 기습적으로 장거리 미사일 '은하 3호'를 발사한 바 있다. 이에 미뤄 일각에서는 김정일 사망 5주기를 전후해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전문가들은 북한이 김정일 사망 5주기를 기점으로 기념용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단행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입장에서는 지금 미국을 자극할 도발을 섣부르게 할 수 없다. 차기 행정부와의 협상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협상이 완전히 결렬됐다는 판단이 서기 전까지 장거리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카드는 꺼내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도 "트럼프 대북정책의 윤곽이 아직 드러나지 않았고, 남한의 정치정세가 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도발은 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박영호 강원대 초빙교수 역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며 "올해 이미 두 차례 핵실험으로 핵 능력을 진전시켰기 때문에 북한은 일단 트럼프라는 인물에 대해서 관망하고 협상을 기대하면서 앞으로 핵을 어떻게 적절하게 활용할지 고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김정은이 김정일 사망 이후 5년간 아버지의 유훈을 좇아 사회주의 문명강국을 잘 꾸려나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예년보다 장엄하게 행사를 치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우리민족끼리 등 북한 매체는 김정은이 생전 김정일이 시찰했던 장소를 찾아 유훈을 강조하는 모습과 김정일 관련 일화, 찬양 시 등을 잇달아 내보내며 추모 분위기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앞서 13일 김정은이 강원도 원산의 원산군민발전소 방문 보도 당시 북 매체는 이곳을 "장군님의 체취가 그대로 어려 있는 유복자 발전소"라고 칭하며 "인민들에게 행복한 생활을 마련해 주시려고 얼마나 마음 쓰시였으면 이런 곳까지 오시였겠는가 하는 생각에 가슴이 저려들었다"라는 김정은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김정일은 지난 2010년 7월 원산군민발전소 건설 현장을 시찰한 바 있다.
이밖에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위대한 김정일동지는 백두산대국의 태양으로 천만년 영생할것이다'라는 제목의 코너를 신설해 지난 2일부터 김정일 관련 일화와 기사, 시, 문헌 등을 지속적으로 게재하고 있다. 우민끼는 14일에도 총 6건의 글을 싣고 김정일에 대한 회고와 업적 찬양으로 추모 분위기를 조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