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 시장 404개, 종사자 110만명…매일 거두는 세금은?
입력 2016.12.09 15:58
수정 2016.12.09 16:02
북 당국 매일 최대 22만 달러 '장세' 거둬, 여타 세금도 징수
통일연구원, 북한 내 400여개 공식시장 현황 조사 결과 발표
통일연구원, 북한 내 400여개 공식시장 현황 조사 결과 발표
북 당국 매일 최대 22만 달러 '장세' 거둬, 여타 세금도 징수
북한 내에서 당국의 공식 허가를 받아 운영되는 시장이 총 404개로 집계됐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북한 내 공식시장의 전체 면적은 서울 여의도 면적(2.9㎢)의 3분의 2, 전체 관련 종사자는 11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통일연구원은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통일연구원 PPS홀에서 '북한 전국 공식시장 현황과 사회변화'라는 제하의 국내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학술회의에서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구글 어스(Google Earth) 인공위성 이미지와 북한 시장 및 도시 관련 문헌자료, 북한이탈주민 면담 및 하나원 설문조사 자료를 활용해 북한 내 공식시장 분포와 지역별 특징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북한 공식시장은 총 404개로, 전국 12개 시·도별 평균 40.5개의 시장이 들어서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도별 인구수(2008년 기준)와 대비하면 시장 1개당 평균 5만 6669명의 인구를 소비층으로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시·도별 공식시장 현황은 △평안남도 65개 △평안북도 51개 △함경북도 46개 △함경남도 48개 △황해남도 34개 △황해북도 34개 △강원도 29개 △자강도 24개 △양강도 18개 △평양직할시 30개 △남포특별시 21개 △나선특별시 4개 등이다.
도 단위로 시장 현황을 살펴보면, 인구수가 가장 많은 평안남도(371만)는 총 65개의 시장을 보유해 개수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특히 지리상 남쪽에 위치한 남포특별시를 평안남도에 포함시킬 경우, 시장 개수는 86개로 늘어난다. 북한 중서부 지역에 5분의 1 가량의 시장이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인구수 하위권에 속하는 양강도(72만)와 자강도(129만)는 각각 18개, 24개로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시장이 들어서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인구수에 따라 도별 시장개수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아울러 홍 부연구위원은 도별로 양적인 차이가 나는 원인에 대해 "도에 속한 시, 군, 지구, 구 등 행정단위가 많을수록 시장 수가 증가하고, 주요 공업지구가 입지해 있거나 노동자가 많은 곳에서 시장 소비층이 두텁게 형성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 단위로 시장 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27개 도시 가운데 평양직할시가 총 30개의 시장이 들어서 단일 시로는 가장 많은 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남포특별시(21개), 청진시(19개), 함흥시(11개)가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서쪽 해안축의 도시에 상대적으로 많은 시장이 운영 중인 것으로 분석됐다. 시장 개수가 많은 상위 10위권의 도시 중 청진·함흥·혜산시를 제외한 7개 도시가 모두 서쪽 해안과 이에 가까운 내륙에 위치해있다. 해안지대 인근 도시의 경우, 평지를 상대적으로 넓게 보유해 시장의 입지와 공간적 확장성이 높고 인구수도 많은 편이라는 게 홍 부연구위원의 설명이다.
또한 북한 내 공식시장의 전체 면적은 1.8㎢으로, 한국 일산신도시 면적(1.6㎢)보다 크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시장 1개당 평균 면적은 4630㎡(1401평) 정도로, 서울시청광장(1만 3207㎡)과 잠실야구장(1만 880㎡)의 3분의 1 정도 면적에 해당한다.
전체 공식시장 중 최대 면적은 함경북도 청진시 수남시장(2만 3487㎡)이며, 최소 면적의 시장은 강원도 천내군의 화라구시장(323㎡)으로 조사됐다. 특히 한국 동대문시장(1만 4437㎡)보다 큰 규모의 시장은 북한 내 총 9개가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홍 부연구위원은 공식시장 전체 매대 수를 109만 2992개로 추계했으며, 이를 기초로 추산한 매대 상인과 시장관리소 인원 등 총 종사자가 109만 9052명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식시장 내 합법적 종사자에 한해 추정한 것"이라며 "공식시장 이외의 다양한 시장영역을 고려하면 시장 관련 종사자는 몇 배 많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날 차문석 통일교육원 교수는 북한 당국이 공식시장에서 하루 동안 거둬들이는 장세(매대 사용료)가 북한 원 기준으로 약 14억 4855만원~18억 4761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를 시장환율(1 달러=북한 돈 8300원)을 적용해 미 달러화로 환산하면 약 17만 4525달러~22만 2604달러로 추산된다.
차 교수는 "매일 징수된 장세는 인민위원회 산하 재정국을 통해 해당지역의 시 재정으로 활용되며 상부기관인 도인민위원회에 보고된다"며 "북한에서 장세는 북한 시장경제의 실핏줄 역할을 함으로써 관과 사회, 주민을 연결하고 조직화하는 매우 기능적 존재"라고 설명했다.
그는 장세 외에도 자전거보관료와 짐 보관료, 판매자들로부터 거둬들이는 국가납부금 등 여타의 세금이 공식시장을 통해 가동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그 규모는 해당지역의 재정을 넘어 북한 사회 전체의 주민생활에 상당한 기여를 할 정도의 큰 액수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