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의 '올림머리', 탄핵 불길에 '기름 붓는 격'
입력 2016.12.08 00:20
수정 2016.12.08 00:20
청와대 '해명'에도 여론 악화
탄핵안에서 '세월호 7시간'삭제 힘들어져
청와대는 7일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머리 손질을 위해 시간을 지체했다는 이른바 '90분 올림머리'의혹 해명에 진땀을 흘렸다.
전날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올림머리를 하느라 90분을 보냈고, '일부러 부스스한 머리를 연출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에 청와대는 "머리 손질에 소요된 시간은 약 20분"이라고 해명했지만, 여론은 들끓고 있다. 관련 기사 댓글과 온라인 게시판 등에는 "대통령이길 포기했다", "국민이 죽어 가는데 머리손질이라니", "분해서 눈물이 난다"는 등 격앙된 반응이 대부분이다.
세월호 유가족 고영희 씨는 이날 CBS와 인터뷰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눈을 떴을 때 나는 눈곱도 떼지 못한 채 학교로 뛰어갔다"면서 "이야기를 듣고 다 쥐어뜯어 버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올림머리'가 탄핵안 처리 변수로…야당 '십자포화'
특히 정치권에선 '올림머리' 의혹이 탄핵정국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탄핵의 '캐스팅보트'를 쥔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가 야당이 발의한 탄핵소추안에 포함된 '세월호 7시간' 대목 삭제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야3당은 비박계의 요청에 고심하고 있다. 일단 관련 문구를 탄핵안에서 빼는 것은 국민정서상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게 야당의 입장이다. 비박계가 여론의 무게를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있다.
여기에 '올림머리'가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동안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의혹의 근거로 야당의 입장에 힘을 실어주는 형국이다.
야당은 관련 의혹에 십자포화를 쏟아부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솟았다"고 했고,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국민이 죽어가는데 머리하고 앉아있을 수 있는 정신상태의 대통령을 우리는 모시고 살았다"고 비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다른 세계에 사는 분이 아니고선 그럴 수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냉혈한이나 사이코패스 같은 태도(금태섭 민주당 대변인)"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아울러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90분 올림머리'의혹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 전용 미용사에 대한 청문회 증인채택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