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비대위 밑그림 나왔지만, 갈 길은 ‘첩첩산중’
입력 2016.12.03 06:55
수정 2016.12.03 07:48
중진 6인, 김형오·박관용·정의화·조순형 4명 추천
이정현 및 지도부·비상시국회의 수용 여부 관건
중진 6인, 김형오·박관용·정의화·조순형 4명 추천
이정현 및 지도부·비상시국회의 수용 여부 관건
새누리당 중진 6인 협의체 주도로 이정현 대표의 퇴진(21일) 이후 구성될 비상대책위원회가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변수는 곳곳에 남아있다. 이들 중 한 명을 결정하는 과정이 남은 데다 당 소속 의원들은 물론 지도부의 수용 여부도 불투명하다.
중진 6인 협의체가 2일 초·재선모임 간사와의 간담회를 통해 비대위원장 후보에 김형오·박관용·정의화 전 국회의장, 조순형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 등 4명을 선정했다. 친박계 중진 3명(정우택·원유철·홍문종 의원)과 비박계 중진 3명(나경원·주호영·김재경 의원)의 합의 사항이다. 그간 중진 6인은 물론 초·재선모임 간사들도 원내보다는 원외 인사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게 낫다는 의견을 내비쳐왔다.
후보 4명 선정 이유에 대해 원 의원은 “당 내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을 잘 진단하고 해결해야 하는데 정치 경험이 없으면 비대위원장이 더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며 “그래서 정치적 리더십을 갖춘 분들을 위주로, 국회의장 역임한 분들에 대한 논의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거론된 4명의 인사는 모두 중립적 성향 혹은 비박계 성향의 인물로 평가된다. 김형오 전 의장은 2004년 ‘차떼기’ 대선자금 오명과 탄핵 정국과 관련, 천막 당사가 차려졌을 당시 사무총장을 지냈으며, 원내대표와 대통령직인수위 부위원장 등을 두루 섭렵했다. 이 때문에 ‘개혁적 인사’로 분류돼 왔으며, 나 의원 등이 총선 참패 이후 비대위원장 후보로 줄곧 추천해 왔던 인사다.
박관용 전 의장은 YS계(김영삼계)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경호권을 발동하면서 탄핵 소추안을 통과시켰다. 정의화 전 의장은 비박계 성향으로, 19대 국회의장 퇴임 후 개헌을 고리로 한 제 3지대에 둥지를 틀었고, 조순형 전 대표는 야당 내 개혁파로 원칙주의자로 평가된다.
정가에서는 김 전 의장과 박 전 의장이 비대위원장으로 적합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본보와 통화에서 “네 사람 모두 비대위원장으로 손색없지만, 개인적으로는 김 전 의장이 당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비대위원장에 적합하다는 생각”이라며 “한나라당이 차떼기와 탄핵 정국으로 어지럽던 시절에 당을 잘 추슬렀던 경험이 있고, 과거 국회의장하면서 박근혜 대통령과도 상당히 각을 세워왔다는 점에서 현 정국과도 맞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박 전 의장을 추천했다. 신 교수는 “박 전 의장은 뚝심 있는 사람”이라며 “계파 청산과 함께 친박계를 누를 수 있는 사람은 박 전 의장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협의체는 오는 5일 거론된 4명 중 1명을 비대위원장 후보로 정할 예정이지만, 이들의 합의가 구속력이 없다는 점에서 당 전체의 합의를 끌어낼지는 미지수다. 더군다나 비상시국회의에서 협의해 나온 명단이 아닌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해석은 힘을 더하고 있다. 주 의원은 “(비상시국회의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른다”고 시인했다.
특히 21일 사퇴를 약속한 이 대표가 비대위원장을 수용할지도 불투명하다. 그는 전날 의총에서 “(비대위원장에 대해) 의견을 모아주면 존중하겠다”라고만 밝혔을 뿐 명확한 약속은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동안 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는 비박계가 “지도부가 물러날 생각이 없다고 하는데, 비대위원장 선정을 해서 무엇을 하느냐”고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재경 의원이 협의체 탈퇴 의사를 밝힌 이유이기도 하다.
당 안팎의 우려를 의식한 듯 주 의원은 협의체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100% 보증됐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어제 의총에서도 그렇고, 이 대표를 개인적으로 만나 ‘보증이 안 되면 이 모임은 진행되지 않는다’고 하니 확실히 ‘무조건 받겠다’는 답은 못받았지만 그에 버금가는 답을 들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5일 협의체 회의에서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된 4명 모두 친박계와는 거리가 멀고, 친박계가 비대위에서 단행될지 모르는 ‘숙청 작업’을 피하기 위해 저돌적인 인물은 꺼리고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이러한 관측은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된다. 이 대표의 사퇴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인데다 친박계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합의를 파기할 명분이 없다. 비박계 관계자는 본보에 “친박계와 비박계 의원들이 사전 교감을 통해 비박계가 추천하고 수용하는 식으로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비대위원장 결정이 6인 협의체 내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거론된 4명 본인들의 수용 여부도 확인되지 않아 이들 모두가 거절할 경우 협의체는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