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북 2017년 달력에도 김정은 생일 '평일' 왜?

박진여 기자
입력 2016.11.28 18:06
수정 2016.11.28 18:15

김일성 생일 '태양절'·김정일 생일 '광명성절' 각각 국경일 지정

"김정은 권력 장악력 미숙하다는 증거...'유훈통치'로 적기 모색"

2017년도 북한 달력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생일인 1월 8일이 올해와 다름없이 ‘평일’로 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자료사진) 노동신문 캡처

김일성 생일 '태양절'·김정일 생일 '광명성절' 각각 국경일 지정
"김정은 권력 장악력 미숙하다는 증거...'유훈통치'로 적기 모색"

2017년도 북한 달력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생일인 1월 8일이 올해와 다름없이 ‘평일’로 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북한은 최고지도자의 생일을 명절로 지정하고 있지만, 이번에도 김정은의 생일은 ‘특별한 날’로 지정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가 27일 대북매체인 자유북한방송에서 입수한 북한의 2017년 달력인 ‘주체 106(2017년)’ 달력에는 최고지도자 김정은의 생일인 1월 8일이 일요일을 맞아 붉은색으로 표기됐을 뿐, 그의 생일임을 알리는 어떤 설명이나 별도의 표기는 돼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이 역대 최고지도자인 고(故)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각각 ‘태양절(4월15일)’과 ‘광명성절(2월16일)’인 국경일로 지정해 달력에 붉은 글씨로 굵게 표시해 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앞서 북한 매체는 내년 김정은 생일 기념행사를 성대히 준비할 것이라고 보도하며 김정은의 생일을 국경일로 공식 지정할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지난달 11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017년은 경애하는 김정은 각하께서 조선의 당과 국가의 최고수위에 높이 추대되신 5돌이 되는 뜻깊은 해로…다음해 1월 김정은 각하의 탄생일을 성대히 경축하며 광명성절과 태양절에 이어 다채로운 정치문화 활동들을 활발히 벌이자”고 선전했다.

지난 6월에도 북한이 김정은의 생일을 ‘은하절’이라는 국가 명절로 지정할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6월 당시 평양을 다녀온 중국 사업가의 말을 인용해 “내년부터 김정은 생일을 국가 공식 명절로 지정할 예정이며 공식 명칭은 ‘은하절’”이라면서 “북한의 4대 명절인 김일성(태양절)과 김정일(광명성절) 생일, 공화국 창건기념일, 노동당 창건기념일에 김정은 생일인 은하절이 새롭게 더해지는 셈”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통상 북한 최고지도자의 생일이 명절로 지정됨에 따라 김정은의 생일 또한 국경일로 지정되는 등 우상화 작업이 추진될 것으로 예측됐으나, 집권 5년차를 맞는 내년에도 이 같은 조짐이 보이지 않으면서 김정은의 권력 장악력이 그만큼 미숙하다는 반증으로 해석된다.

김정은은 2012년 집권 이후 아버지 김정일 시대에 부상한 야전군·당료세력을 제거하는 등 권력 장악에 힘써왔지만, 아직까지 선대를 뛰어넘을 만한 권력 장악력은 갖지 못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김정은의 생일을 국경일로 지정한다는 것은 김정은이 김일성·김정일과 동급 반열에 오른다는 것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8일 본보에 “김정은 집권 이후 급진적이고 대대적인 권력 장악 움직임이 전개됨에 따라 정치일정상으로는 김정은의 생일도 국경절에 오를 가능성이 있었으나, 아직까지 추진되지 않은 것은 김정은의 권력 장악력이 실질적으로는 미숙하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또한 선대의 유지를 받드는 이른바 ‘유훈통치’를 명목으로 3대 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한 작업을 일환이라는 해석도 있다. 유훈통치를 통해 자신의 권력기반을 확충하는 시기로, 자신의 시대를 열기 위한 적기를 판단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이날 본보에 “김정은 정권이 ‘유훈통치’를 명목으로 권력기반을 다지는 과정에서 새로운 지도자를 부각할수록 국민 불만과 불안감을 증폭시킬 수 있다”며 “민심의 향배를 고려해 정권 기반을 확고히 구축하고, 선대에 버금가는 존경받는 지도자라고 인정받는 적기를 노리는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북한은 김일성과 김정일이 사망한 뒤 이들의 생일을 각각 태양절과 광명성절로 명명해 국가명절로 지정했다. 북한은 김일성 생일인 4월 15일을 1974년부터 공휴일로 지정, 3년후 1997년부터 '태양절'이라고 명명했다. 김정일의 생일인 2월 16일은 1995년부터 명절로 지정됐으며, 김정일 사망 다음해인 2012년부터 '광명성절'이라는 호칭을 붙였다. 이밖에도 북한은 정권 수립일(9.9), 조선노동당 창건일(10.10), 국제노동자절(5.1), 해방기념일(8.15), 헌법절(12.27) 등 7대 '사회주의 명절'이 명절이 있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