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호 전지현 김수현 막는 게 모두 사드탓?
입력 2016.11.22 09:30
수정 2016.11.22 09:59
<김헌식의 문화 꼬기>드라마 광고 제한, 한류를 겨냥한 중화의 콘텐츠 전략
한류 콘텐츠에 대한 중국의 대대적인 제약과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과 그 현상들을 움직이는 힘은 다른 경우가 종종 있는 법, 한류도 이러한 유형에 속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일어나기는 마찬가지다. 한류 통제 상황은 비단 사드를 넘어서서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드는 명분이고, 그동안 준비해 놓은 전략을 점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2012년 11월, 18차 당대회의 보고를 통해 당 총서기와 중앙군사위원회 총서기에 어른 시진핑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18차 당대회의 보고를 관통하는 핵심 정신 이라고 했다. 2013년 3월 12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1차 회의가 끝나면서 드디어 ‘시진핑 체제(regime)’가 공식 출범했고, 리커창 총리는 중국의 문화 산업의 발전을 강조했다.
방송 프로그램에도 예능 제작을 활성화 시키려 했다. 그러나 중국의 예능은 한국의 사회교육 방송과 비슷한 맥락안에 있었다. 전문적인 노하우가 없었기 때문에 전문 인력과 포맷이 필요했다. 사실상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과 포맷이 중국에서 손짓을 받은 것은 한국 콘텐츠가 무조건 좋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필요에 따라서 이뤄진 것이다. 언제든 자신들의 문화적 자생력을 위해서 태도는 변할 수 있었다.
만약 한국의 예능이나 드라마가 중국인들에게 깊숙하게 영향을 준다면, 언제든지 이에 대한 통제를 해왔고, 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 중국 정부의 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중국 광전총국은 지상파와 위성 방송에서 한국 드라마에 대한 통제책을 꾸준하게 벌여왔다. 이번에 취한 조치는 업계에서 자체적으로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도 미친 것이다. 이 때문에 사드에서 넓게 봐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언제든지 취할 조치이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2016년 3월 16일 오전 제12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4차회의가 폐막한 후,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가 중외기자를 회견하고 기자 질문에 대답했다. "중국이 문물을 보호하는 것은 문화사업의 발전을 동시에 추동하는 것이며 우수한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중국의 경제와 사회의 조화로운 발전을 추동하는 것이다."
시진핑 체제는 일찍 부터 문화확산 중화공정을 취하고 있었다. 중국 문화의 세계화 전략을 뜻이다. 향후 중국이 풍부한 자국 내 문화자산을 기반으로 문화산업을 적극 육성하여 확산시키려는 전략이다. 이미 문화산업발전계획을 수립 추진한 바 있고 중국은 문화콘텐츠산업 육성 등 문화산업발전과 대외수출확대로 중화문화의 세계적 확산을 추구하고 있다. 더구나 중국은 얼마전 계파 투쟁을 끝내고 시진핑을 중심으로 1인 체제 구축에 들어갔다.
이는 강력해진 중국의 중앙집권화 시스템의 확립을 말한다. 따라서 문화도 여기에 부응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중국식 사회주의 특색에 맞게 문화산업이 발전을 하려면 외국의 콘텐츠 보다는 자국의 문화 콘텐츠를 중심에 두어야 한다. 사회주의 특색에 맞는 콘텐츠를 우선해야 한다. 한국의 문화 컨텐츠가 이에 부합하는 지는 따져 봐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내용이 많은 것도 현실이다.
한류 콘텐츠에 대한 통제는 한편으로 우리나라 대중문화 콘텐츠에 대한 길들이기의 측면도 있다. 강경책을 구사할 수록 한국의 기획 제작사 등 콘텐츠 업계는 저자세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불평등한 관계가 성립된다.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지침이 아니라 하위 기관이나 연관 산업 조직들이 자발적으로 동조하는 이면에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유도하는 것도 있다. 한편으로 사드 정국 때문에 중국 네티즌들의 눈치를 본 측면도 있다. 이러한 분위기 조성은 중국 정부의 공식 결정에 관계없이 형성되는 기류인 면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 좀 더 현명한 태도가 필요하다.
중국은 절대 처음부터 한국을 위해 한국의 대중문화 상품을 수입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들을 위해 수입했고, 그들의 이익을 위해 규제해왔으며, 언제든 자신들의 유리한 입지를 위해서 통체책을 구사할 수 있다. 이 통제책의 구사에는 언제나 명분이 필요하다. 중국이 종국적으로 목표로 하는 거대한 플랫폼이 아니라 문화의 세계적 확산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화적 문화주의에 따른 자국의 문화산업 육성을 우순하여 한류를 제약한다.
그러나 중국의 전략은 쉽게 달성되기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자국민 중심의 문화 산업 육성이 결국 세계적 보편성을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중국이 문화를 통제하고 검열하는 이상 중국 내에서도 인정할 수 있는 팝 컬쳐가 형성될 수 있을 지 의문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중국에게나 한국에게나 한류에 대한 폐쇄적인 입장은 불행한 일이다. 한국으로서도 창작의 수준을 높여서 중화주의 콘텐츠와 본격적인 경쟁을 정말로 벌어야 하는 때가 되었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