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 박정우 감독 "불행한 시대에 살고 있다"
입력 2016.11.09 12:18
수정 2016.11.09 20:17
영화 '판도라'를 연출한 박정우 감독이 현 세태를 언급했다.ⓒ뉴
영화 '판도라'를 연출한 박정우 감독이 어수선한 현 시국을 언급했다.
9일 서울 압구정 CGV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박 감독은 "영화가 개봉 단계까지 올 수 있을까 걱정했다"며 "자료 조사, 시나리오 작업에 오랜 시간 투자했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이어 "시나리오 작업 1년, 촬영 1년 6개월 등이 걸렸고 장소 협찬이 어려워서 후반 작업이 길었다"며 "외압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여러 작업을 거치다 보니 개봉이 미뤄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소재를 다룬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뿌듯하다"고 했다.
'판도라'는 원전 사고라는 절망을 통해 희망을 이야기한다. 박 감독은 현 시국을 언급하며 얘기를 이어나갔다.
그는 "'지금은 늦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며 "최근 사태를 보면 '이게 나라냐' 이런 욕이 나오는데 도올 선생이 '절망스러운 상황이지만 잘못된 것을 도려내는 시간'이라고 말씀하시는 걸 들었다. 우리 영화도 그런 면을 보여준다. 영화를 통해 많은 사람이 원전의 현실에 관심을 갖게 되면 지금보다 더 나은 상황이 오지 않을까 싶다. 영화를 절망이 아닌 희망으로 마무리한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영화에는 "대통령이 한 게 없다"는 대사가 나온다. 이를 두고 박 감독은 "4년 전에 쓴 시나리오가 지금 상황과 맞닿아 있어 깜짝 놀랐다. 대통령을 한국에서 표현하는 게 힘들어서 창작자로서 부담스럽다. 멋있게 만들면 비현실적이고, 사실적으로 만들면 짜증 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가 개봉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불행한 시대에 살고 있다. 영화에서는 대통령이 좌절할 수밖에 없는 모습과 나중엔 대통령이 상황을 수습하는 모습이 나온다"고 했다.
박 감독은 또 "문화계 블랙리스트 감독으로서 화가 나고 우울하기도 하다"며 "이 영화에 참여한 분들은 사명감, 책임감이 있다. 세상이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희망적이었으면 한다는 심정으로 영화를 선보이게 됐다"고 덧붙였다.
'판도라'는 지진으로 인해 발생한 대한민국 초유의 재난 속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연가시' 박정우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배우 김남길, 김영애, 김명민, 문정희, 정진영, 이경영 등이 출연했다. 12월 개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