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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쟁이´ 퍼거슨, 박지성 활용법 모르나

이충민 객원기자 (robingibb@dailian.co.kr)
입력 2007.03.11 11:01
수정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수장인 퍼거슨 감독은 ‘안전제일주의’ 스타일이다. 대부분의 감독이 그렇겠지만, 특히 퍼거슨 감독은 중요한 경기에서는 여지없이 유럽축구무대에서 잔뼈 굵은 베테랑 선수들에 의존(?)하는 편이다.

과거 맨유 전성기를 이끈 라이언 긱스와 스콜스, 솔샤르 등을 비롯해 떠오르는 별에서 슈퍼스타로 발돋움한 호날두와 루니, 검증된 슈퍼용병 라르손까지. 비중 있는 게임마다 이들을 중용한다. 때문에 기를 살려 줘야 더 잘하는 박지성을 썩히고 있다.

박지성은 지난 3일 리버풀과의 ‘2006~2007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9라운드에 결장했다. 8일 릴과의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는 후반 36분에야 호날두 대신 교체 출장했다. 팀은 1-0으로 앞서 있었고, 다분히 경기를 마무리하는 방향에서의 전략일 뿐 큰 의미를 부여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11일 미들즈브러와의 FA컵 16강전에서는 교체명단에 올랐지만,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이 같은 현상은 퍼거슨 감독의 도전적이지 못한 기질이 원인이다. 유럽무대에서 아직은 신인(?)일 수 있는 박지성의 가치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로테이션 시스템 안의 박지성”이라고 분석하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로테이션은 어느 축구팀에나 있는 팀 내 슈퍼스타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교대근무(?)일 뿐이고 박지성은 ‘완전한’ 교체선수. 즉 퍼거슨 감독 제2의 선택에 불과하다.

퍼거슨 감독은 거스 히딩크와 스타일이 다르다. 그래서 더욱 아쉽다. 거스 히딩크는 한국 선수들의 특징을 잘 알고 있다. 히딩크는 한국 대표팀 감독 시절 “한국 축구 선수들은 얌전하다. 자신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선수들의 잠재능력을 깨워주려 노력했다”고 말한 바 있다.

히딩크의 발언을 있는 그대로 해석하자면 소심한 성격의 한국 축구선수들은 칭찬을 자주해줘야 기가 살아,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

한국축구의 특성이기도 하다. 선후배 관계가 명확함은 물론 드리블보다는 동료를 이용하는 패스 플레이에 치중하길 바라는 지도자 스타일이 선수들의 개성을 죽여 왔다. 멀게는 한국 최고의 테크니션 최문식부터 가깝게는 리틀 마라도나 최성국까지.

이들은 드리블할 타이밍에서도 알게 모르게 패스를 강요당했다. 튀지 말고 동료들과 협력 플레이에 치중하라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왔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호날두와 같은 해결사 기질의 마술 드리블러를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박지성과 같이 동료를 최대한 이용하는 헌신적인 선수, 즉 반대급부로 자기색깔이 없는 선수들만 가득하다.

11일 맨유와의 FA컵에서 후반 43분 교체 출장한 미들즈브러의 이동국이 골 욕심(터닝슛)으로 자기 색깔을 표현한 것은 예외로 치자. 이동국은 설기현이나 이천수처럼 경기장 내에서 자기표현이 확실해 색깔이 뚜렷한 선수다. 국내 축구 선수들 사이에서 보기 힘든 케이스다.

현재 퍼거슨 경의 완전한 신뢰를 받을 수 없는 박지성도 한때는 폭발적인 선수였다. 동료들에게 지나친 양보정신(패스)을 보이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때가 있었다.

거스 히딩크가 PSV 아인트호벤 감독으로 재직하던 시절이다. 박지성은 PSV에서 히어로였다. 동아시아 출신 최고의 용병이었다. 과거 맨유 내 최고급 용병 솔샤르나 현재 맨유 톱 용병 라르손 만큼 재능을 발휘했다.

훌륭한 스승 거스 히딩크 감독의 “경기장 안에서 너의 마음대로 플레이 하라”는 확고한 믿음이 박지성을 축구장 내에서 마이클 조던으로 변신하게 해주었다.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수비면 수비, 공격이면 공격, 모든 우발적 상황에서 능수능란한 대처는 물론 최상의 전력을 발휘했다. 숙명의 라이벌 페에노르트 전에서 공을 향한 미칠 듯한 투쟁심을 보여주었고 이탈리아 명문 AC밀란과의 챔피언스 리그 4강전에서 폭풍 같은 골을 신고했다.

AC밀란 주전이자 현 최고급 골키퍼 중 한 명인 브라질 출신 디다 수문장은 박지성의 한 박자 빠른 슈팅을 손 써볼 수도 없이 통과시켜야 했다. 디다의 굴욕!

아인트호벤 시절 박지성은 얌전하고 순한 양이 아닌 잠재된 호랑이 기질임을 알 수 있었다. 거스 히딩크가 박지성의 숨겨진 능력을 찾아내어 장려했고 결국 대성공을 맛봤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활용해야 한다. 맨유 내 주요 선수들과 오랫동안(1986년부터 현재까지) 한솥밥을 먹은 덕분인지 아직도 지난날의 향수에 젖은 듯해 서운하다.

지난날의 향수란 90년대 라이언 긱스의 마술같은 드리블, 스콜스의 완벽한 경기조율, 동안의 암살자 솔샤르의 슈퍼용병 기질 등을 앞세워 챔피언스리그, 프리미어리그, FA컵을 모두 독식했었던 신나는 추억일 것이다.

퍼거슨은 박지성을 키워줘야 한다. 거스 히딩크처럼 박지성의 잠재능력을 일깨워 팀 내 주요 선수로 자리매김하게 해줘야 한다. 트리플 크라운 영광재현 가능성이 높아진 이번 시즌, 숨은 열쇠는 박지성임을 잊어선 안 된다.

박지성이 트리플 크라운의 첨병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퍼거슨 경은 로테이션 수칙(?)을 철저히 지키길 바란다. 과거 데이비드 베컴에게 축구화를 던졌던 배짱을 주요경기 박지성 선발투입 정도로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데일리안 스포츠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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