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이성한, 누구 말이 맞나?
입력 2016.10.27 09:55
수정 2016.10.27 09:59
이성한 "최순실 '비선모임' 하며 청와대 자료 열람해왔다"
최순실 "미친 사람…그 사람들 싸움에 왜 나를 끌어들이나"
이성한 "최순실 '비선모임' 하며 청와대 자료 열람해 왔다"
최순실 "미친 사람…그 사람들 싸움에 왜 나를 끌어들이나"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가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드디어 입을 열었다. 특히 최 씨가 국정에 개입하고 있다고 폭로한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의 발언과는 상반된 입장을 밝혀 이들 중 누구의 말이 진실인가의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 씨는 27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에 대한 국정개입 의혹을 제기했던 이 전 총장에 대해 "가까운 사이도 아니고 같이 일한 적도 없다. 저를 끼워 이슈를 만든 것 같다. 그 사람들 싸움에 왜 저를 끌어들이고 그런지 모르겠다"면서 "미친 사람이다. 저를 죽이려고 하는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최 씨의 발언은 이 전 총장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라 눈길을 끈다.
정치권과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최 씨와 가까웠던 이 전 총장은 최 씨가 매일 청와대로부터 30cm 두께의 대통령 보고자료를 건네받아 검토했다고 밝히면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도 최 씨와 함께 '비선 모임'을 하며 청와대 자료를 열람해왔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최 씨가 국정에 관여해왔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언이다.
최 씨는 또한 인터뷰를 통해 이 전 총장이 자신에게 돈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전 총장이) 협박도 하고 5억원을 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 전 총장은 최 씨가 매일 청와대 자료를 서울 강남 사무실에서 봤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정호성 청와대 비서관이 개입됐다고 이 전 총장은 주장했지만 최 씨는 "정 비서관이 청와대에 들어간 뒤에는 만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정 비서관은 소위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비서관 가운데 한 명이다. 이 전 총장은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 씨의 말을 듣고 우리가 사업 계획서를 작성해 올리면 그게 나중에 토씨 하나 바뀌지 않고 그대로 청와대 문건이 돼 거꾸로 우리한테 전달됐다"고 증언한 바 있다.
또한 미르·K스포츠재단을 통한 자금 지원 의혹 역시 '그런 사실이 없다'며 부인했다. 최 씨는 "차은택 씨와 가깝지도 않고 옛날 한번 인연이 있었을 뿐인데 그 인연으로 나를 몰아붙이는 것 같다. 지금은 연락도 안한다"고 했다.
안종범 전 경제수석 등을 내세워 재단 자금 모금을 한 정황에 대해서도 최 씨는 "안 수석의 얼굴을 알지도 못한다. 그들도 나를 알지 못할 것이다"고 부인했다.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한양대 인맥으로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저와 연결하려는 그림인 것 같다"면서 "한양대와 관련해 아는 사람이 없다"고 부인했다. 또 윤전추 행정관 인사 청탁 의혹에 대해서도 "나이와 연배도 달라 내가 전혀 추천이나 인사 청탁은 없었다"고 밝혔다.
대기업 오너 등이 포함된 '팔선녀'란 비선 모임도 "처음 듣는 말이다. 팔선녀는 소설이다"고 전면 부인했다. 또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 이사를 통해 재단 운영을 좌우했다는 주장에도 "차씨와 가깝지도 않고 옛날 한번 인연이 있었을 뿐이다. 지금은 연락도 안 한다"면서 관계를 부인했다.
이밖에도 최 씨는 불거지고 있는 각종 의혹에 대해 대부분 부인하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제의 테블릿PC에 대해서도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최 씨는 “나는 태블릿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쓸 줄도 모른다”며 “제 것이 아니다. 제가 그런 것을 버렸을 리도 없고, 그런 것을 버렸다고 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 남의 PC를 보고 보도한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최 씨는 국내에서 강제 송환 얘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 “현재 건강 상태가 좋지 않고, 딸아이도 심경 변화를 겪고 있어 두고 갈 수가 없다”며 “지금은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다. 건강이 회복되면 용서를 구하고, 죄가 있다면 받을 것은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