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사드 반대' 야당 감싸기 위해 '회고록 논란' 침묵?
입력 2016.10.21 09:04
수정 2016.10.21 09:10
이례적으로 일주일째 언급 안해…비난공세는 여전
전문가 "유리한 국면 위해 침묵하거나 조작하거나"
북, '송민순 회고록' 논란 속 일주일 째 침묵...비난공세는 여전
전문가 "북, 유리한 고지 점하기 위해 침묵하거나 조작하거나"
과거 노무현 정부가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당시 북한에 사전의견을 구하고 기권했다는 송민순 전 외교장관의 회고록 내용을 둘러싸고 북한 당국이 아직 직접적인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14일 해당 회고록 논란이 불거지고 일주일째다.
그간 국내 주요 현안마다 민감하게 반응하며 사실왜곡도 서슴지 않고 국내 정치에 개입해온 북한이 지금껏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은 ‘햇볕정책’, ‘사드반대’ 등 포용적 대북접근을 해온 야당을 감싸주려는 전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평가다.
북한 주요매체들은 남한 소식과 관련, 미르·K스포츠재단 등의 쟁점현안에는 연일 비난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회고록 논란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최근 박 대통령의 ‘탈북 권유’에 대해 과거 박 대통령의 ‘평양 행적’을 언급하며 보안법 위반을 주장하고 나섰다.
북한의 대남단체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는 19일 “어처구니없는 것은 10여 년 전 공화국 북반부에 와서 제 눈으로 직접 우리의 놀라운 현실을 보고 그에 대해 찬양하는 발언도 적지 않게 한 게 박근혜(대통령)”라면서 “평양체류 기간의 그의 행적을 다 공개해놓으면 ‘북체제 찬양, 고무죄 등 ’보안법‘에 걸려 처형되고도 남음이 있다”고 비난했다.
이는 최근 야당이 ‘송민순 회고록’ 논란에 대한 반박 차원에서 과거 박 대통령의 방북 당시 동선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선 것에 힘을 실어주려는 북한차원의 움직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간 북한은 민감한 주요 현안마다 야당의 발언을 두둔하거나 인용해 현 정부여당을 비난해왔다.
실제 북한은 지난 2013년 6월 국가정보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NLL 대화록’을 공개했을 당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명의의 긴급 성명을 통해 “괴뢰 보수패당이 우리의 승인도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수뇌 상봉 담화록을 공개한 것은 우리의 최고존엄에 대한 우롱이고 대화 상대방에 대한 엄중한 도발”이라고 반응을 내놓은 바 있다.
NLL 대화록 논란은 정문헌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2007년 정상회담 대화록을 열람한 결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NLL을 포기하는 발언을 했다고 폭로한 데서 비롯됐다.
또한 북한이 과거 이명박 정권의 북한 매수 의혹을 제기한 사건도 있다. 북한은 지난 2011년 6월 이명박 정부가 돈 봉투를 건네며 정상회담을 갖자고 제안했다고 주장하며 남북 비밀접촉에 나선 인사들의 실명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처럼 북한이 현 정부여당에 대한 비방 강도를 높이며 수세에 몰린 야당에 지원사격을 펼칠 것이라는 대북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온다. 논란이 되고 있는 회고록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은 채 정부여당에 대한 비방전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은 20일 본보에 “북한이 자신들이 개입된 논란에 직접적·구체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은 햇볕정책, 사드 반대 등 자신들이 원하는 입장을 견지하는 현 야당을 지켜주기 위한 것”이라면서 “지금은 어떻게 해야 현 정부여당이 위태롭고, 야당이 유리할지 치밀하게 계산하는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식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남북관계를 위해 국내 정치개입을 지속해온 북한은 이번에도 목적에 의한 ‘야당 감싸기’로 지원사격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이날 본보에 “회고록 논란에 대한 진위여부를 가리기보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 논란을 이용할 것”이라며 “야당에 불리한 현 상황에서 해당 논란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거나, 현 정부여당을 비난하는 용도로 사실을 왜곡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때를 노려 오히려 과거 보수정권의 북풍을 이용한 행태를 부풀리거나 강조하고 나설 수 있다”면서 “최근 김정은의 무모한 행태로 북한의 반응을 종잡을 길이 없지만, 그간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남남갈등을 조장해왔던 전례를 보면 이번에도 자신들의 목적에 맞게 논란을 조작하고 나설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회고록에서 시작된 진실공방과 관련해 주무부처를 중심으로 당시 표결에 관한 검토보고서 등 내부 문건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