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우물쭈물' 대응에 야당내에서도 '답답'
입력 2016.10.20 09:56
수정 2016.10.20 09:57
민주당 "당 차원에서 대응하고 대권후보는 빠져야"
국민의당·정의당 "본인이 사실 밝혀 논쟁 종식시켜야"
민주당 "당 차원에서 대응하고 대권후보는 빠져야"
국민의당·정의당 "본인이 사실 밝혀 논쟁 종식시켜야"
'송민순 회고록' 논란에 대해 당사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정면대응을 피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다. 반면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문 전 대표가 직접 해명할 것을 요구해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문 전 대표의 미지근한 대응 방식을 놓고 급기야 대선 후보 자질론까지 도마 위에 오를 조짐이다.
야권에선 문 전 대표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논란에 대해 직접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 데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당초 문 전 대표를 겨냥했던 새누리당의 안보 공세가 '대북송금'을 거론하는 등 야권 전체에 대한 여론 악화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문 전 대표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김경수 더민주 의원이 당시 상황을 해명하고 있을 뿐, 문 전 대표는 관련 질문을 던지는 취재진에 "해당 내용은 묻지 않기로 했죠",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라"며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
"당이 직접 나설 일" VS "직접 해명해야"
여론이 불리하게 흐르자 민주당은 최근 추미애 대표가 나서서 문 전 대표 엄호에 나서고 있다. 추 대표는 18일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직접 의원들에게 회고록 내용을 설명하며 문 전 대표를 위협하는 '색깔론' 논란 잠재우기에 나섰다. 19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새누리당은 최순실 게이트를 덮을 절호의 기회라는 판단에 어제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다"면서 "회고록 8페이지 분량으로 정치공세를 하는데 무슨 해명이 필요한가. 권력형 비리를 막으려 벌이는 치졸한 정치공세에 단호히 맞서겠다"며 당 차원에서 대응할 태세를 보였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문 전 대표가 직접 해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금 행보가 맞다고 본다. 박 대통령의 경우 자기에게 의혹을 제기하면 절대 (직접) 대답하지 않고 해명하지 않는다"며 "대권 후보는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 당이 대응하도록 하고 대권 후보는 빠지도록 하는 것이 맞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더민주 지도부가 '당 차원 대응'으로 입장을 정리했지만, 정의당과 국민의당 측에선 문 전 대표가 직접 입을 열어야 한다며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무엇보다 더민주 당내에는 당시 상황을 명백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문재인 전 대표 역시 명확한 사실을 밝히지 않고 매일 말씀이 바뀌고 있다. 이제 네번째로 바뀌었다"며 "일구사언으로 문제를 덮으려 해선 안 된다. 명확한 사실을 국민 앞에 밝혀 논쟁을 종식시켜줄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도 "진실을 밝혀 논란이 정리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의당도 당사자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회찬 정의당 대표는 19일 오전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어떻게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기억이 안 나면 다른 분들과 기억을 좀 맞춰서라도 상황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종대 정의당 원내대변인도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당이 대응하는 것은 맞지만 지금은 더민주가 대응 능력이 없다"며 "회고록 내용에 대해서 명확하게 설명하고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위기관리능력 떨어져...부동의 1위 자리 내줄 수도"
정치권에선 문 전 대표의 대응 태도를 두고 '대선 후보 자질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유력 대권 주자로서 자신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됐음에도 '위기관리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본보에 "문 전 대표 논란으로 지금까지 거론되고 있는 야권 잠룡들이 손해 본 것 있냐. 결국 이 문제는 당 전체로 퍼질 것이 아니라 문 전 대표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며 "이렇게 불안한 위기관리 능력을 계속 보여줄 경우 연말연초에 부동의 1위 자리를 다른 후보에게 내주는 상황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표면적으로는 '잘 헤쳐나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뒤돌아서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며 "이 사건으로 오히려 야권 내에서 후보 교체 분위기가 불어 2진으로 뛰고 있는 나머지 선수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