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악몽'...한미약품 개미들에게 번지는 혼란
입력 2016.10.17 16:06
수정 2016.10.18 09:38
대차거래 증권사에 개인투자자 불만 쏟아져
금융당국도 대차거래량 많은 증권사 주시
한미약품 늦장공시 관련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공매도 세력에 ‘쓴 맛’을 본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대여해주는 증권사에 대한 불매운동에 나서야한다며 주식 이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식대여 서비스에 가입하지도 않았는데 주식을 빌려준다는 '괴소문'까지 떠돌고 있는 등 한미약품으로 인한 금융투자업계의 혼란이 번져가는 양상이다.
앞서 지난 2월에도 셀트리온 공매도 세력에 반발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대차거래를 해주는 증권사에서 주식을 이관한 바 있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또한번 주식 이관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장이 열린 뒤 29분 사이에 한미약품 주식을 매수한 고객들의 집단소송 계획도 윤곽을 잡아가고 있다.
이번 한미약품 논란으로 인해 안으로는 공시시스템 재정비 필요성이 제기되고 밖에서는 증권사들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심판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차거래를 하지 않는 증권사는 동부증권, 유진증권, LIG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이다. 이들 증권사는 앞서 셀트리온 공매도 논란 때도 이관주식으로 반사이익을 누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공매도 비율이 높은 종목들이 이관되는 추세다.
대차거래는 주식을 빌리는 행위다. 차입자가 증권을 장기로 보유한 뒤 기관에 수수료를 지불한다. 빌린 주식은 다시 갚아 넣어야 한다. 공매도는 주식의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주식을 빌린 뒤 파는 행위다. 주식을 빌려주는 기관이 있으니 공매도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대차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대차거래가 바로 공매도로 이어지지 않는다. 또한 대차거래 약정에 가입하지 않으면 증권사가 마음대로 주식을 대여해줄 수 없지만 개인투자자 커뮤니티 등에서 증권사가 동의도 없이 주식 대차를 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투자자들은 애널리스트들이 종목 보고서를 통해 주식가격을 높인 뒤에 주식대여를 통해 공매도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공매도세력은 반드시 주가가 하락해야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악성 허위 찌라시를 동원하고 업틱룰을 교묘히 이용하는 사례가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미공개정보 활용한 대차거래...공매도 악용소지 많아 금융당국도 주시"
최근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수익을 올리려 대차를 먼저 한 뒤 매매를 하는 방식으로 교묘히 법망을 피해가는 사례가 있어 금융당국도 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불공정거래 행위 감시가 철저해지자 최근에는 대차를 먼저 하고 공매도는 공시 이후에 진행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 공시 전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매매하는 행위는 적발이 가능하지만 공시된 후의 공매도는 처벌이 어렵다.
단순히 주식을 빌리는 행위는 미공개정보를 불법적으로 활용한 행위로 처벌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허점을 이용해 유상증자를 앞두고 주식대차를 한 뒤 증자 공시 후 공매도를 하는 흐름도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악의적으로 대차거래를 했다고 해도 대차거래 자체는 합법적인 행위라서 처벌되지 않는다"며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장내에서 매매를 하면 처벌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차거래를 했다해도 악의성을 포착해 처벌할 수 있는 증거가 부족해 단속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고의성이 없어도 미공개정보를 활용한 대차거래는 처벌을 받지만 국내 법의 경우 내부자거래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대차거래 수요 많아 서비스 중단 없을 듯"
다만 대차거래의 순기능도 다양해 증권사들이 논란을 계기로 서비스를 중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차거래는 대부분 외국인이나 기관이 많이 하는데 주식시장의 유동성을 키워주고 결제 불이행에 따른 위험을 막아준다는 점이 장점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증권사에 대차거래를 원하는 수요가 많아 잔고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대차거래 약정만 맺어도 고객에게 수수료를 지급했다.
증권사들은 대차거래를 다양한 투자 기법 중 하나로 판단한다. 또한 바로 공매도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해명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공매도의 애초 취지는 주식시장의 거품을 제거하고 거래량을 증대시켜 주식시장을 활성화 한다는 것이었지만 내부 거래의혹으로 단점만 부각된 것"이라며 "대차대조도 공매도 이외에 헤지거래나 다양한 투자 수단 등에 사용된다"고 말했다.
또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차거래를 하고 있지만 이로 인한 계좌이동 등의 유의미한 데이터가 있지 않다"며 "셀트리온 사건 때 잠깐 논란이 됐지만 그때도 미미한 수준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