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과로로 집에서 숨져도 '업무상 재해'
입력 2016.10.16 14:02
수정 2016.10.16 14:03
업무상 스트레스 기존 질환 급격히 악화
실적 스트레스와 과로로 인해 집에서 숨을 거둔 사람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강석규 부장판사)는 이모(사망 당시 49세) 씨의 부인 김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1990년 모 은행에 입사한 이씨는 탁월한 업무 실적을 달성해 입사 동기나 나이에 비해 승진이 빨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2013년부터는 저조한 실적을 내던 서울 A 지점 금융센터장으로 발령받아 매월 실적을 1등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그해 연말 최종 평가에서 센터는 2등으로 밀려났다. 다음해 1월 인사 발령에서는 자신을 비롯한 소속 센터 직원 다수가 승진에서 탈락했다.
그날 저녁 그는는 직원들과 송별회 및 승진자 축하 회식을 했다. 만취 상태로 집에 들어가 잠을 자던 이씨는 다음날 오전 의식이 없는 상태로 사망했다. 직접 사인은 미정, 추정 사인은 급성심근경색이었다.
부인은 남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등을 청구했다.
공단은 '업무 실적 압박 등은 오랜 기간에 경험한 통상적인 수준으로 판단된다'며 지급을 거절했다.
하지만 법원은 "업무상 스트레스가 고혈압 등 이씨의 기존질환을 급격하게 악화시키면서 급성심근경색을 유발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빠른 승진 이면에는 지속적으로 업무 실적에 대한 심한 압박감과 정신적 스트레스가 있었다"며 "그로 인해 원형탈모증까지 생겼고 사망 무렵엔 업적평가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쳐 심한 자책감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