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난수방송 이번엔 닷새 만에...달라진 주기, 왜?
입력 2016.10.17 04:07
수정 2016.10.17 04:10
지난 6월 24일부터 총 9차례...2~3주 간격에서 주기 짧아져
전문가 "공작원 지령 날짜 각각 달라 주기성 어려워"
지난 6월 24일부터 총 9차례...2~3주 간격에서 주기 짧아져
전문가 "공작원 지령 날짜 각각 달라 주기성 띄기 어려워"
북한이 남파공작원 지령용으로 보이는 새로운 내용의 난수방송을 닷새 만에 또 내보냈다. 지난 6월부터 2~3주 간격으로 꾸준히 전개되던 난수방송이 이번에는 일주일도 안 돼 새롭게 재개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 대외용 라디오 매체인 평양방송은 14일 오전 0시 45분(한국시각 오전 1시 15분)부터 약 3분간 여성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지금부터 27호 탐사대원들을 위한 원격교육대학 외국어 복습과제를 알려 드리겠다”며 “621페이지 97번, 737페이지 9번, 408페이지 55번…” 등의 숫자를 읽어 내려갔다.
이는 닷새 전인 지난 8일 오후 11시 45분(한국시각 9일 오전 0시 15분) 방송했던 내용과는 다르다. 다만 여자 아나운서 목소리, 방송 직전 경음악을 내보내는 형식 등은 모두 같았다. 북한은 과거 평양방송을 통해 자정께 김일성, 김정일 찬양가를 내보낸 뒤 난수를 읽어 남파간첩들에게 지령을 내리곤 했다.
북한은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난수 방송을 중단했다가 16년 만인 올해 이를 재개했다. 난수 방송은 지난 6월 24일을 시작으로 7월 15일, 29일, 8월 12일, 26일, 9월 16일, 25일, 10월 9일, 14일 총 아홉 차례 전개됐다. 그동안 2~3주 간격으로 꾸준히 전개되는 양상을 보이다가 최근 그 주기가 급격히 짧아진 점이 눈에 띈다.
전문가에 따르면 난수방송은 보통 정해진 훈련 일정에 따라 송출되지만, 당국의 지시에 따라 즉흥적으로 이뤄지기도 한다. 이때 공작원 개인에게 지령을 내릴 때는 한 달에 두 번으로 날짜가 정해져있지만, 그 대상이 여러 명일 경우 각 개인에 대한 지령 날짜가 다르기 때문에 주기성을 띄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과거 ‘주사파의 대부’로 북한 난수 방송을 통해 지령을 전달받은 바 있는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은 14일 본보에 “난수 방송은 북한의 대남 공작업무 훈련 일정에 따라 전개되는데, 특정 사안에 따라 당국의 즉흥적 지시로 이뤄지기도 한다”면서 “보통 공작원 개인마다 지령을 받는 날짜가 각각 정해져있다”고 전했다.
이어 김 연구위원은 “(북한이) 난수 방송 등으로 공작원 개인에게 지령을 내리는 것은 한 달에 두 번씩이지만, 공작원 개인별로 지령을 받는 날짜가 각자 다르게 정해져있어 (난수 방송) 일정한 주기를 찾기 어렵다”며 “예를 들어 A 공작원이 지령 받는 날이 10월 14일이라면 2주 뒤인 10월 28일이 지령 받는 날이 될 것이고, B 공작원의 지령 받는 날이 10월 20일이라면 2주 뒤인 11월 3일이 지령 받는 날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때 특정 사안, 특정 개인마다 지령 사항이 추가되거나 취소될 수 있고, 지령 방법이 다른 방식으로 대체될 수 있어 흐름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한 난수 방송의 내용이 일정 기간을 두고 달라지는 점도 눈에 띈다.
실제 북한이 14일 내보낸 난수 방송은 ‘27호 탐사대원들을 위한 외국어 복습과제’였고, 지난 8일 전달된 난수 방송은 ‘21호 탐사대원들을 위한 금속공학 복습과제’로 그 내용과 5자리 숫자가 모두 달랐다. 앞서 지난 9월 2차례 송출된 난수 방송 내용도 모두 달랐는데, 그보다 앞선 8월 2차례 송출된 내용과, 7월 2차례 송출된 내용은 각각 2주 연속 동일했다.
통상 난수 방송은 정확한 지령 전달을 위해 두 차례에 걸쳐 같은 내용을 내보내고, 매달 다른 내용을 전달하는데, 이때 지령 사안의 진척 정도와 추가적 내용, 새로운 암호 형식 실험 등에 따라 난수의 내용이 변화한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김영환 연구위원은 “난수 방송은 보통 두 차례에 걸쳐 같은 내용을 내보내는데, 달이 바뀌면 새로운 내용으로 대체해 송출한다”면서 “주로 새로운 지령 사안이나 추가적 사안, 긴급·특수한 상황 등이 새롭게 담길 수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북한의 난수 방송 재개에 대해서는 해외에서 암약하는 공작원들의 해독 훈련을 위한 것이거나 긴장을 조성하기 위한 교란·기만용이라는 시각, 실제로 공작원들에게 지령을 내리기 위한 용도라는 의견으로 엇갈린다.
김 연구위원은 “최근에는 주로 인터넷을 통해 연락(정보)을 주고받긴 하지만, 인터넷이 잘 안 되는 무인도나 오지 등에서 연락을 주고받아야 하는 상황도 있어 이 같은 현실적인 요인을 고려해 난수 방송을 이용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북한이 대남 심리전 차원에서 현재는 거의 쓰지 않는 과거 방식의 난수 방송을 재개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본보에 “북한이 우리 정부나 치안당국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조치로 난수 방송을 재개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난수 방송을 실질적 조치로 사용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대남 심리전의 일환”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난수 방송 외에도 북한의 남파공작원 등 간첩전선 연락방법으로는 △단파방송지령-CW무전보고, △무인포스트개설 △검열·연락공작원파견 △광고 및 특정표지 △국제우편·전신전화·FAX △인터넷·이메일·스테가노그라피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