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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이 원해도 외면"…위기의 '트로트'

김명신 기자
입력 2016.10.13 13:35
수정 2016.10.13 13:46

지상파 2010년 이후 트로트 프로 잇단 폐지

가수, 제작자 등 업계 비상…위기 극복 과제

지상파 2010년 이후 트로트 프로 잇단 폐지
가수, 제작자 등 업계 비상…위기 극복 과제

‘방송 미디어, 매스컴은 대중과 소통하는 것을 뜻한다.’

“방송 프로그램은 반드시 다양한 계층의 대중을 위해 편성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음악프로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김일태 방송작가).”
“10년 째 트로트 신인들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 대중과 음악적 소통, 맥이 끊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트로트계 위기를 실감하고 공감해야 한다(서희덕 한국음반산업협회 회장).”


한국을 대표하는 대중 가요의 뿌리 ‘트로트’가 흔들리고 있다. 현직 가수들 뿐만 아니라 음반을 제작하는 제작자, 유통 관계자 등 업계에서는 ‘트로트계의 대위기’라며 통감하고 있는 분위기다.

트로트계 위기를 둘러싸고 국회에서 역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명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송파을)이 밝힌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의 장·노년층 대상 음악프로그램은 청소년 대상 프로에 비해 시청률이 8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그램 개수는 청소년 대상이 3개이고 장·노년층 대상은 1개에 불과했다. 편성 시간대 역시 청소년 대상은 주말 황금시간대인 반면, 장·노년층 프로그램은 월요일 심야시간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에서 장·노년층의 프로그램이 압도적으로 높다.

일례로 KBS1 ‘가요무대’의 경우 매회 1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나홀로 선전하고 있다. 물론 트로트 전문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트로트를 포함한 유일한 장·노년층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군림하고 있다.

2010년대 이후 각 지상파 방송사들은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들을 폐지시켰고, 최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높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폐지되는 이유는 주요 시청연령대가 구매력이 없기 때문에 광고가 붙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높은 시청률만 보더라도 600만 명이 넘는 장·노년층이 어떠한 프로그램을 원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때문에 트로트 프로그램의 잇단 폐지나 신설 중지 등은 장·노년층의 문화적 욕구를 저해하는 처사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최 의원은 “TV에서 음악을 선택할 권리를 배제당하고 있는 노년층에 대한 문제를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라면서 “KBS MBC SBS는 트로트가요 프로그램 추가 편성과 방송시간대 조정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상진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트로트가요 발전을 위한 방송의 역할-트로트, 국회에서 답을 찾는다' 토크콘서트에서 "방송매체의 무관심이 가져온 트로트 가요의 위기를 더 이상 지켜보기만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김일태 방송작가 역시 “대중을 위한 프로를 편성해야 한다”면서 “PD들은 자신을 위한 방송을 만들어선 안 된다. 한국 방송사에 남을 트로트가요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많은 국민들에게 분명히 신선한 충격을 줄 것이다. 트로트를 되살리자”고 뜻을 함께 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명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송파을)이 밝힌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의 장·노년층 대상 음악프로그램은 청소년 대상 프로에 비해 시청률이 8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16.9월 기준

# 대중가요 역사의 뿌리 '트로트' 이대로 사라지나

“트로트 비율을 늘리도록 하겠다(고대영 KBS 사장 국감 중 발언).”

국감에서 트로트계의 위기를 언급하면서 업계 관계자들 역시 통감하며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태고 나섰다.

한국음반산업협회 서희덕 회장은 “트로트는 세련되지 못했고, 고급스럽지 못하다?. 이런 인식이 이어지는 분위기가 안타깝다”면서 “트로트는 우리나라 역사와 함께 한 음악이고, 대중가요의 역사가 되는 음악이다. 국민의 애환을 담은 가사를 서민들이 쉽게 부를 수 있도록 하다 보니 권위적이지 않고 쉽게 보는 인식이 있다. 그렇지만 트로트는 결코 ‘친근함’이지 ‘쉽게 볼’ 음악은 아니다”라고 안타까워 했다.

그러면서 “업계 관계자들이나 트로트가수 역시 자성해야 할 부분은 있다”면서 “소속사에서 트레이닝을 통해 자질과 품위, 실력이 다듬어진 후에 데뷔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일부 트로트가수들이 있다. 트로트가수로서 실력도, 품위도 갖출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하고 그렇게 트로트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회장은 “우리가 우리 영화를 보호하기 위해 스크린 쿼터제를 적용하고 있는 것처럼, 트로트 역시 일정 기간 동안 의무적으로 방송을 할 수 있는 장치나 제도가 마련됐으면 좋겠다”면서 “‘구매력이 없다?’ 이는 지극히 상업적 논리일 뿐, 국민의 권리는 상업적 논리에 의한 편성에 침해를 당해서는 안 된다. 장·노년층의 인구비율 적으로 봤을 때나 일부 프로그램의 높은 시청률을 통해 보더라도 트로트에 대해서는 상업적 논리를 배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솔미디어 김상옥 대표 역시 “45년 째 음반을 제작하고 있지만 현재 트로트계가 가장 큰 위기”라면서 “매 달 10개가 넘는 앨범을 제작하지만 그 앨범의 곡들을 틀어 줄 곳이 없다. 고속도로 휴게소나 공짜행사 등이 전부다. 이대로 가다가는 ‘민요’처럼 잊혀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민요의 전처를 밟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현실적 문제를 토로했다.

서 회장은 “가수가 앨범을 발표하면 방송국으로 가야해야 하는데 고속도로로 가고 노래교실로 간다. 오승근의 ‘내 나이가 어때서’등이 이런 과정을 통해 흥행이 된 사례"라면서 "장윤정 박현빈 이후 10년째 트로트 신인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만 봐도 트로트계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알 수 있다. 맥이 끊기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고 민요의 상황과 비슷해 더욱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리틀싸이 황민우 군과 ‘앗싸라비아’라는 듀오곡을 발표한 트로트가수 최영철 씨 역시 “대중에게 통하는 길이 끊어진 느낌”이라면서 “우리나라 음악의 뿌리인 트로트가 흔들리고 있고, 없어질 위기에 처해있다. 트로트가 없어지는 것은 한강이 없어지는 것과 같다. 청소년층들이 선호하는 음악이 대중이 모두 좋아하는 음악이라고 볼 수는 없다. 4, 50대와 그 이상의 연령층이 무시를 당하고 외면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루 빨리 바로 잡아야 한다"고 현실적 위기를 통감했다.

최명길 의원은 “트로트는 우리 국민의 애환과 삶이 녹아 있는 서민 음악이자 같은 세대를 정신적으로 엮어 주고 있는 소중한 문화적 자산이다. 트로트가요를 가족들과 함께 안방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방송 정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신상진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역시 지난 6일 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가요무대 많이 본다. 그러나 트로트 방송이 지상파에 별로 없다"며 "방통위원장은 트로트 편성을 늘릴 수 있는 대책을 만들어 달라"고 트로트계 위기 공감과 더불어 새로운 방안을 촉구했다.

물론 시청률로 그 프로그램의 성패를 평가할 수 없는 없다. 하지만 최근 일련을 인기 드라마들이 10% 남짓인 가운데 ‘가요무대’가 15%를 기록하고 ‘전국노래자랑’이 10%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묵과할 수는 없다.

장·노년층이 소비에 있어서 약자일 수 있다. 그러나 6~700만 명에 달하는 높은 인구 비율과 더불어 점차 고령화되고 있는 시대에서 이들이 원하는 ‘음악’ ‘문화적 욕구’를 단순히 ‘광고 수익 없음’으로 치부돼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더욱이 트로트라는 장르는 한국의 대중가요와 떼려야 뗄 수 없을 정도로 친숙하고, 대중과 함께 해온 역사적인 음악 장르다. 대중가요가 있고 K-POP이 있다. 그 대중가요의 뿌리인 트로트가 흔들리고 있는 현실을 공감하고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때이다. 비단 트로트가수나 제작자, 업계 관계자만이 아닌, 방송국 관계자들과 더불어 대국민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명신 기자 (si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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