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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망하던 '잠룡' 원희룡도 '용틀임' 시작하나

문대현 기자
입력 2016.09.21 07:48
수정 2016.09.21 07:49

내달 6일 관훈 토론회에서 내놓을 메시지에 주목

지난 5월 26일 오전 서귀포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1회 제주포럼 개회식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개회사를 하고 있다. ⓒ제주포럼 사무국

여권의 잠룡들이 저마다 대권 행보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관망해오던 원희룡 제주지사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최근 제주도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으로 인해 잠시 주춤하는 모양새지만 다음달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자신의 콘텐츠를 쏟아낼 전망이다.

현재 새누리당 내에선 내년 12월 예정인 대선에 맞춰 보폭을 넓히는 인물들이 많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정운찬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강연 정치를 펼치고 있고,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수도 이전 개헌에 이어 한국형 모병제를 화두로 던지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원 지사도 꾸준히 여권의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1964년생의 원 지사는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국회의원 5선에 성공한 경력을 지니고 있다. 그는 보수 정당의 소장파 역할을 하며 개혁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으로 국민들로부터 호응을 얻었고 비슷한 이미지의 남 지사와 함께 대권 후보군으로 부각되고 있다.

원 지사는 최근 다른 후보군들이 중앙 무대에 꾸준히 모습을 드러내면서 존재감을 부각시킬 때 기회를 엿보기만 할 뿐 최대한 몸을 사려왔다. 방송 출연 횟수도 많지 않았고, 가끔 시사 프로에 나올 때는 민감한 현안에 관한 이야기는 가급적 자제했다.

지난 5월 제주포럼에서 반기문 UN 사무총장과 만나고 지난달 24일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과 제주에서 조찬 회동을 했을 때 언론에 잠시 부각되긴 했지만 그 이상은 없었다. 대권 도전에 대해선 "언젠간 출마해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아직 정확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견지하면서 도정에만 전념해왔다.

그랬던 그가 최근엔 제주를 벗어나 정치적 보폭을 점차 넓히려 하고 있다. 중앙정치 무대와 지나치게 멀어지는 것을 막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원 지사는 20일 창원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계획했고 22일부터 이틀 간 청계천에서 '이것이 제주다'를 주제로 열리는 제주 홍보 행사도 준비했다. 다음달 6일에는 관훈클럽 토론회 참석을 예고했다. 여느 다른 주자처럼 각종 강연과 토론회 등에 참석하며 존재감을 키우려는 것이다.

그러나 원 지사는 예상치 못한 암초와 마주하면서 일단 멈춰서게 됐다. 지난 17일 제주도의 한 성당에서 중국인 관광객 첸모(50) 씨가 새벽기도를 하던 중년 여성을 흉기로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 사건이 알려지자 제주도는 왈칵 뒤집어졌고 도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이에 원 지사는 창원 공무원 특강 등 주요 대외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보안 대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22일 청계천 행사 참석도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훈 토론회에서 내놓을 원희룡의 메시지는 무엇?

원 지사는 뜻 하지 않은 악재를 만나 당장 탄력을 받지 못하게 됐지만 대권을 향한 그의 움직임이 멈추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관훈 토론회에선 원 지사를 두고 기본적으로 자치행정 업적 등을 검증함과 함께 정치 지도자로서의 리더십, 앞으로의 정치 행보 등에 대한 이야기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원 지사의 대선 청사진을 가늠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

원 지사는 '스마트 국가 건설'을 내걸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 맞추어 생존 가능한 국가를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불신과 적대감을 끌어안을 수 있는 포용의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 관훈 토론회는 이에 대한 원 지사의 생각을 가감 없이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합리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원 지사가 토론회에 나와 예상치 못한 전격 출마 선언 등의 돌발적인 발언을 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게 정가의 분석이다. 대선이 1년 반 가량 남은 상태에서 급하게 서두르지는 않을 거란 것이다. 대신 국민들이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꽉 막힌 경제 문제를 풀기 위한 자신만의 구상을 내놓을 전망이다.

원 지사 측 한 관계자는 20일 '데일리안'에 "(원 지사의) 대선 출마와 관련한 행보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신중한 행보를 하고 있는 중"이라며 "지금은 도정을 포함해 국민들의 어려움을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향후 대외 일정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으로 나와 있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관훈 토론회에는 원 지사에 앞서 남 지사(21일)와 안희정 충남도지사(22일), 박원순 서울시장(27일)이 연이어 출연한다. 이에 원 지사로서는 앞선 주자들이 어떤 식으로 토론회에 대응하는 지를 보고난 뒤 자신의 발언에 대한 수위를 조절할 거란 추측이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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