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공조 '삐그덕' 더민주-국민의당 이상기류 왜?
입력 2016.09.09 08:23
수정 2016.09.09 08:32
대표 연설 서로 '혹평' 청문회 일정도 '강행'
일찍 부는 대선 바람 호남 쟁투 조기 점화
신율 명지대 교수 "차라리 새누리-국민의당 공조가…"
16년 만에 여소야대로 펼쳐지는 20대 국회 첫 정기회가 지난 3일 간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원내교섭단체를 이루며 거야(巨野) 구조가 된 만큼 두 야당에 의해 국회의 운영이 좌지우지 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두 야당은 서로에게 날선 비판을 날리며 삐걱이는 모습 보였다.
7일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더민주는 '혹평'했다. 박경미 더민주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화려한 상차림에도 불구하고 정작 메인요리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며 "백화점식 나열에 그친 점은 아쉽다"고 논평했다. 그는 "비상경제상황을 타개할 정확하고 구체적인 해결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박 비대위원장이 보다 명확한 입장을 피력해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김성원 새누리당 대변인이 "역시 높은 경륜과 혜안이 배어났고, 원내3당을 만들어주신 국민의 뜻을 잘 섬겨야 한다는 의미가 담긴 품격 있는 연설"이라며 '극찬'한 것에 비하면 '혹평'에 가까운 논평이었다. 김 대변인은 "박 대표와 국민의당이 ‘대화와 타협의 윤활유’ ‘제1당과 제2당의 가교’ 역할을 다해 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어느 당인지만 가리면 어느 당의 논평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는 우스갯소리가 돌았다.
각 당 대표의 연설에 대한 혹평은 전날 있었던 추미애 더민주 대표의 연설에서부터 시작됐다. 국민의당은 6일 추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대해 "통합의 정치를 외치면서 이미 집권여당이 된 것처럼 행동한다"고 평가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추 대표의 연설) 대부분의 내용이 대통령과 정부, 집권여당을 포함한 남 탓만을 하고 있을 뿐"이라며 "더민주와 추 대표가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내용은 추상적인 언급에 그쳐 아쉬울 따름이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반면 새누리당은 김명연 원내수석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오늘 연설을 국민의 목소리로 존중하며 여러 비판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두 야당은 사실 8일부터 열리는 서별관 청문회와 관련해서도 이견을 노출했었다. 지난달 23일 핵심인물로 꼽히는 최경환·안종범·홍기택의 증인채택을 놓고 여야가 극한의 대립을 거듭하자 국민의당은 강경입장을 보인 더민주와 달리 일부 증인을 뺄 수도 있다는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당시 박완주 더민주 원내수석부대표는 "(국민의당이) 여당과 같은 주장을 하는 게 충격이었다"고 말했고 김관영 국민의당 원내수석은 "더민주는 일단 (예결위 추경심사를) 재개하는 순간 완전히 (청문회) 증인 협상은 물 건너가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더민주의 협상 태도를 비판했었다.
청문회 일정을 놓고도 불협화음이 감지됐다. 당초 여야는 청문회 자료제출 등을 이유로 청문회 일정의 순연을 놓고 줄다리기 중이었다. 그러나 김관영 국민의당 원내수석은 6일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준비기간이 턱없이 부족하고 부실청문회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마냥 청문회의 연기만을 고집할 수 없다"며 청문회 연기 입장을 철회했다. 이는 '서별관 청문회의 정상적 진행을 위해 청문회 일정 연기를 추진한다'는 야3당 원내대표 합의 사항을 하루 만에 뒤집은 것이자 새누리당의 의견에 동조한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두 야당의 삐걱거림을 정치공학적 이유와 감정적 이유 두 가지로 분석했다. 신 교수는 "당연히 두 당의 공조는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두 당이 모두 호남을 거점이자 뿌리로 생각하는만큼 대선을 앞두고 언젠가는 자웅을 겨뤄야하니 서로를 치켜세울리가 없다는 주장이다.
신 교수는 또한 "정치도 사람이 하는 것"이라며 "국민의당이 더민주에서 갈라질 때 결국은 친문 패권주의에 대한 감정이 원인이었는데 더민주가 '하나마나 문(경선 하나마나 문재인)' 상황에서 국민의당의 옛 감정이 더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 같은 야권공조 불협화음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 교수는 "더민주는 계속 국민의당에게 후보단일화를 주장할 것이고 국민의당은 개헌을 주장할텐데 서로 받아주기 힘든 제안인만큼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공조보다는 차라리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의 공조를 기대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