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대통령 되면 유승민을 국방장관으로?
입력 2016.09.06 09:27
수정 2016.09.06 09:30
모병제 토론회서 남경필 사실상 대권 출마 선언
"오늘 정식으로 남경필 지사 대선 출마 선언 한 겁니다"
"유승민은 똑똑하지만 싸가지가 없어"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모병제 토크쇼가 열렸다. 기존 정치권에서 하는 딱딱하고 정형화된 토론회가 아닌 예능프로그램 방식의 색다른 진행에 청중들의 입에선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날 오전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는 모병제희망모임이 주최하고 김두관 의원이 주관한 모병제희망모임 제1차 토크 '가고 싶은 군대 만들기!'가 진행됐다. "군대를 강하게, 청년에게 일자리를!"이라는 부제가 붙여진 이 행사에선 김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토론에 나섰으며 안경환 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기조발제에 나섰다.
이에 앞서 실시한 축사에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그동안 남북 대치, 군 내부 상황 등으로 군 관련 이야기는 금기 사항, 더 넘어 성역화돼 왔다"며 "오늘을 계기로 금기시, 성역화를 끝내고 군에 관한 얘기도 공론화해야 국민이 신뢰하는 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현대전은 전쟁 초기에 해군 공군력이 좌우하는 양상이고, 거의 전자전인데 단기간 복무하는 사병은 이를 익힐 수 없고 고장났을 때 경제적으로도 큰 손해"라며 "이제 전쟁도 프로가 해야 되는 시대가 온 것 아니냐"고 토론회에 힘을 실었다.
안 교수는 "징병제 아래서의 병영은 당사자가 강제 집단수용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감옥과 유사하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재작년 22사단 전방초소 총기사건, 28사단 윤일병 살해사건과 같은 유사 사건이 끝없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던 그는 또 "미국 군대는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한 후에도 여전히 세계 최강이다. 모병제는 선진국의 추세이고 유럽은 거의 예외 없이 모병제"라며 "모병제는 장점이 많다. 그러하기 때문에 선진화의 길을 내딛는 많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채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송인' 정두언의 사회로 이어진 토크콘서트선 '돌출 발언' 속출
이어진 토론에서는 19대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낸 정두언 전 의원의 사회로 진행됐다. 20대 총선서 낙선한 뒤 종편 채널에서 방송을 하고 있는 그는 의원 시절 보이지 않았던 장난기를 가감 없이 방출했다.
마이크를 잡은 남 지사가 "아버지의 직업과 재산에 따라서 아들의 행복이 결정되는 사회, 이것이 바로 흙수저 금수저의 가장 밑바닥에 깔린 핵심"이라며 "그렇다면 이 불공정을 어떻게 해소할 건가엔 바로 군 문제가 있다"고 말하자 정 전 의원은 "내가 보니 부잣집 아들은 분명히 디스크에 걸렸던데 남 지사도 부잣집 아들이지 않나. 그런데 디스크에 안 걸렸다"며 "역시 그 때부터 대선에 꿈이 있었던 모양"이라고 말해 청중의 웃음을 이끌어 냈다.
정 전 의원은 또 "모병제가 국민적으로 큰 이슈가 돼야 한다. 그렇기 위해 대선 공약으로 내걸어 사회적 담론을 이끌어 내야 한다"며 "지난 대선 때 김 의원이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담론화 되지 못 햇다. 그것은 김 의원이 약한 후보였기 때문"이라고 직설해 김 의원의 진땀을 빼냈다. 농 섞인 정 전 의원의 말에 청중은 또 다시 폭소를 터트렸다.
이어 정 전 의원은 남 지사를 향해 "오늘을 계기로 이 이슈가 좀 더 크게 불거질 것 같다. 두 분은 대선 공약으로 모병제를 내걸겠나"라고 물었고 남 지사는 무의식적으로 "네"라고 답했다. 그러자 정 전 의원은 "자 오늘 정식으로 남 지사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같은 질문에 김 의원은 "우리 당 공약으로 채택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재치 있는 답변을 했다.
정 전 의원은 그리고 "사관학교 출신이 대부분인 지금 군 시스템은 바꿔지기 힘들다. 국방 장관을 민간인으로 시켜야 한다"며 "여당에서는 유승민 의원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그러자 남 지사는 "본인은 대통령을 하고 싶어하지 않나"며 웃었고 정 전 의원은 "유 의원이 정말 똑똑하다. 싸가지가 없어서 그렇지"라고 응수해 객석을 또 다시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가벼운 웃음 만이 돌진 않았다. 남 지사는 "2025년 전후로 인구절벽이 도래하면 50만 이상의 병력규모 유지를 위해 모든 인적자원을 동원하고 복무기간을 다시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30만 정도면 된다. 작지만 강한 군대를 위해 모병제는 필수다. 대한민국 리빌딩의 핵심 어젠다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차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모병제 추진단을 설치,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즉각 실시하고 2022년까지 모병제로의 완전 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경선 때 군축과 모병제를 이야기했다가 종북으로 몰려 고생했다"며 "모병제를 통한 정예강군으로 가는 게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취업경쟁으로 고통받는 청년들에게 군 복무는 큰 부담이고 경력단절이다. 사병의 월급은 20만원에 못미치는 수준"이라며 "모병제 도입은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고 군대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