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미' vs '달의 연인' 엇갈린 희비
입력 2016.09.06 09:28
수정 2016.10.18 16:39
젊은 배우 내세운 청춘사극 경쟁
화제성·시청률서 '구르미'가 우위
배우 김유정과 아이유가 KBS2 '구르미 그린 달빛'과 SBS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로 월화극 경쟁을 펼치고 있다.ⓒKBS/SBS
'구르미 그린 달빛'의 압도적 승리다.
청춘사극을 표방한 KBS2 '구르미 그린 달빛'(구르미)과 SBS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달의 연인)의 경쟁이 의외로 싱겁게 진행되고 있다.
시청률에서 세 배나 차이가 나며 '구르미 그린 달빛'이 '달의 연인'을 꺾고 월화극 정상을 차지한 것.
'달의 연인'보다 일주일 먼저 시작한 '구르미'의 1회와 2회 시청률은 8.3%(닐슨 코리아·전국 기준), 8.5%였다. '닥터스'가 종영하자 '구르미'와 '달의 연인'의 진짜 승부가 시작됐다.
SBS는 '달의 연인'을 1, 2회 연속 편성하는 초강수를 뒀고, 이에 맞서 '구르미'는 3회 본방송 시작 전 1, 2회를 압축한 스폐셜 방송을 내보냈다. 뚜껑을 연 결과 희비는 엇갈렸다.
'구르미'는 지난 방송보다 두 배 상승한 16%, '달의 연인'은 7.4%를 각각 나타냈다. 지난달 30일 방송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구르미'는 16.4%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고, '달의 연인'은 전회보다 떨어진 7.0%를 기록했다.
5일 방송에선 시청률 차이가 더 벌어졌다. '구르미'가 19.3%로 20% 돌파를 눈앞에 둔 반면, '달의 연인'은 5.7%라는 초라한 시청률을 나타냈다. 이제 막 출발한 월화극이지만 판도는 '구르미'로 기운 셈이다. 방송 전 시사회까지 열며 자신감을 보인 SBS로서는 뼈 아픈 성적이다.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은 박보검 김유정의 호흡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KBS
박보검·김유정 환상 케미 '구르미'
KBS가 하반기 기대작으로 꼽은 '구르미'는 조선후기 예악을 사랑한 천재군주, 효명세자를 모티브로 한 궁중 로맨스. 역사가 기록하지 못한 조선시대 청춘들의 성장 스토리를 다루는 청춘 사극이다. 장르가 청춘 사극인 만큼 꽃미남 꽃미녀 배우가 전면에 나섰다.
'응팔' 최택 역을 맡아 스타가 된 박보검이 이영 역을 맡았다. 박보검의 상대 역 라온 역은 '해를 품은 달', '동이', '일지매' 등 사극에서 두각을 보인 김유정이다.
드라마의 인기 요인은 박보검 김유정, 두 배우의 상큼하고 풋풋한 로맨스다. 남장내시로 분한 김유정과 그런 사실도 모른 채 김유정과 가까워지는 아슬아슬한 이야기는 뻔하지만 어쩔 수 없이 설렌다. '재미'에 방점을 둔 청춘사극은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와 케미스트리가 중요하다.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이 경쟁작 SBS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를 꺾고 월화극 1위로 올라섰다.ⓒKBS
그런 면에서 '구르미'는 박보검 김유정의 매력을 보여주며 시청자를 붙드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야기보다는 박보검 김유정의 설레는 로맨스 때문에 본다는 글이 많다.
두 배우의 탄탄한 연기력도 극을 자연스럽게 만드는 데 한몫했다. 박보검은 착한 최 택을 벗고 츤데레(겉으론 툴툴대지만 속은 따뜻하다는 일본식 신조어)로 분해 성공적인 연기 변신을 마쳤고, 김유정은 어린 나이에도 성인 배우 못지 않은 깔끔한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사실 '구르미'는 박보검이 이끌어가는 사극이다. 사극 데뷔작에서 주연을 꿰찬 박보검은 자기에게 주어진 숙제를 차근차근 해결하고 있다. 특히 3회에서 박보검은 라온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과정에서 몰입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려 시청률 상승 견인차 노릇을 톡톡히 했다.
박보검이 이 드라마를 통해 4년 동안 지속된 '응답의 저주'를 끊은 주인공이 된 점도 칭찬할 만하다. 향후 박보검은 로맨스뿐만 아니라 정치 이야기, 과거사 등 묵직하고 진지한 연기를 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준기 아이유 주연의 SBS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는 화려한 캐스팅에도 혹평을 얻고 있다.ⓒSBS
이준기·강하늘만 '열일'…'달의 연인'
중국 소설을 원작으로 한 '달의 연인'은 '구르미'보다 더 판타지 요소가 강하다. 21세기 여성 고하진(아이유)이 개기일식이 일어난 밤 10세기 고려로 타임슬립해 고려 여인 해수의 영혼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판타지 로맨틱 사극. 한·중 동시 방영 목표로 100% 사전제작됐다.
화려한 캐스팅이 강점이다. 여주인공 아이유 외에 이준기, 강하늘, 홍종현, 엑소 백현, 남주혁, 지수 등이 나온다. 아이돌과 모델 출신을 내세워 캐스팅에서부터 비주얼을 강조했다.
'괜찮아 사랑이야',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등 아름다운 영상미로 유명한 김규태 감독이 연출을 맡은 만큼 영상미가 또 하나의 강점이다. 그러나 이는 독이 돼 돌아왔다. 영상미만 좋을 뿐, 배우들의 연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다소 많은 인물의 이야기는 산만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SBS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는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SBS
방송 전 이준기가 "'달의 연인'은 아이유 원톱"이라고 했을 만큼 '달의 연인'은 아이유의 몫이 큰 작품이다. 김 감독은 아이유에 대해 '연기 천재'라고 극찬했으나 아이유의 연기를 보노라면 고개가 갸웃거린다. 인형같이 마냥 하얗고 예쁜 얼굴만 보일 뿐, 감정 연기는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숙한 느낌도 없어 원톱으로 나서기엔 아직은 부족하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아이유는 '구르미' 박보검처럼 극의 중심에 서서 로맨스뿐만 아니라 진중한 연기를 소화해야 한다. 타임슬립한 인물의 혼란스러움, 궁중 암투가 펼쳐지는 이야기를 소화해야 하는데 섬세한 연기력을 펼치기엔 역부족이다.
엑소 백현 또한 마찬가지. 어떻게 캐스팅됐는지 의아할 정도로 '발연기' 수준이다. 왕은은 '중2병' 걸린 열 번째 황자로 철없고 장난기 많은 인물. 백현은 이 매력적인 캐릭터를 과장되고 부자연스러운 연기력으로 소화 중이다. 대사 전달력도 턱 없이 부족하다. 한류를 목표로 한류스타를 대거 캐스팅했다지만 연기력 검증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준기, 강하늘만 '열일'(열심히 일한다)해서 안타깝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100% 사전 제작이라 시청자 의견 수용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달의 연인'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