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자보호법 시행 한 달...협회선 "그게 뭔가요?"
입력 2016.08.29 09:10
수정 2016.08.29 10:15
인식 변화 필요한 '감정노동자보호법' 홍보 부족, 사전 교육 부재
금융협회 먼저 나서 가이드라인 마련 등 이슈 몰이 필요
금융권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시행된지 한 달이 지났지만 현장에서는 "달라진 게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금융사의 회원비로 운영되는 금융협회들은 '감정노동자 보호법'의 시행일 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진통을 겪으며 통과된 법안인만큼 본격적인 논의의 장이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감정노동자들 뿐만 아니라 금융협회 관련자들도 소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 전반의 인식 변화 없이는 '반쪽 정책'으로 그칠 수 있어 각 금융협회가 나서 이슈 선점이 필요한 대목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감정노동자보호법이 실시된지 한 달이 지났지만 은행연합회, 생명·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등 대부분의 금융협회들은 특별한 프로그램 마련에 나서지 않고 있다. 현재 사전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하는 협회는 금융투자협회 한 곳이다. 대형 금융사 이외에 사전 홍보나 교육 프로그램 등 자체적으로 담당 인력을 확충할 수 없는 소형금융사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 처벌에 대응하는 정도"라며 "금융권 전체로 관련법의 중요성을 공감해야 하는데 사실상 업계에선 신경쓸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감정노동자보호법은 각 업권별로 법안 시행일이 다르다. 은행, 금융투자, 보험, 저축은행 업권은 6월 30일, 여신전문금융업권은 9월 30일부터 시행된다.
금융협회는 금융사들의 회원비로 운영되기 때문에 개별 금융사보다 빠른 정책적 대응을 요구받는다. 특히 금융사들이 직접 나설 수 없는 부분에 대한 목소리를 앞장서 내야 하지만 대부분의 협회는 각 금융사에서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사안이라며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협회 관계자는 "그런 법안이 있었냐"고 되묻기도 했다.
개정안에는 직원 요청시 해당 고객으로부터 분리 및 담당자 교체, 직원에 대한 치료 및 상담지원, 상시 고충처리기구의 설치 또는 전담 고충처리위원의 선임 위촉 등이 담겼다. 금융사 내부에 상시적 고충처리 기구를 마련하고 직원 보호를 위해 필요한 법적 조치를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이 같은 보호조치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금융회사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
한 금융협회 관계자는 "각 금융사별로 대응해야 할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협회에서 나서서 하고 있지는 않다"며 "개별 금융사별로도 잘 대응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는 해당 법안에 대한 제대로 된 홍보 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한 콜센터 직원은 "회사에 (홍보)종이가 붙어있는 것은 봤지만 직원 치료 상담이나 스트레스 관리를 해준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 없다"고 말했다. 당초 법안이 추진될 때 금융협회와 금융감독원은 악성 민원인 대응에 관한 테스크포스를 만들어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금융감독원은 악성민원인에 대응하고 이를 처벌하기 위한 감시 기구를 마련해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처벌에 앞서 금융사별로 악성민원에 대한 사례를 공유하고 교육하는 등 '숙의의 시간'도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또한 보호대상 직원의 고용 형태도 다양하기 때문에 각 금융사가 개별적으로 처리했을 경우 비정규직 등 소외되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협회 차원에서 감정노동자 스트레스 관리 등 대응 방안을 제시해주면 좋겠지만 각 금융사별로 규모와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금융사별로 대응하라는 방침이 내려왔다"고 말했다.
현재 협회차원으로 사전 대응을 하는 곳은 금융투자협회 한 곳이다. 한국금융투자협회는 블랙 컨슈머에 대한 사례를 통해 ‘고객응대직원 보호 교육’ 과정을 개설했다. 블랙 컨슈머에 대한 사례를 통해 고객응대직원의 업무능력을 향상하고 스트레스 완화방안을 교육하는 것이다.
실무에 활용 가능한 문제행동 소비자 대응 스킬, 전략 및 우수사례 등을 학습 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수강생들은 문제행동소비자에 대한 법적 조치, 직무스트레스 관리 방안 등을 습득해 실무에 직접 활용하도록 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프로그램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하루만 진행되는 프로그램으로 얼마나 현장에 적용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꾸준한 교육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