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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김정은, SLBM '성공기념' 맞담배 허용...과거에는?

박진여 기자
입력 2016.09.03 10:51
수정 2016.09.03 10:51

북 김정은 담배는 '최고 권위' 상징...SLBM '성공' 앞에서는 예외

"과거 김일성·김정일도 즉흥적으로 자신의 담배 한 개비씩 권하기도"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성공’ 소식을 전하며 발사 장면을 담은 영상과 사진을 대대적으로 공개하고 나섰다. 노동신문 캡처

북 김정은 담배는 '최고 권위' 상징...SLBM '성공' 앞에서는 예외
"과거 김일성·김정일도 기분에 따라 자신의 담배 한 개비씩 권하기도"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성공’ 소식을 전하며 발사 장면을 담은 영상과 사진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나섰다. 공개된 자료에는 SLBM이 발사되는 장면부터 현장에서 이를 지켜본 지도자 김정은과 노동당 간부들이 감격에 겨워 기뻐하는 모습이 함께 담겼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5일, 전날 실시한 SLBM 시험 발사 사진 20여 장을 대거 공개했다. 신문은 이날 “김정은 동지께서 어둠도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 풍랑 사나운 날바다를 헤치시며 발사현장에 또다시 나오시어 전략잠수함 탄도탄 수중시험 발사를 지도하셨다”면서 1·2면을 통해 관련 컬러사진 24장을 게재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아직 날이 밝지 않은 어둠 속에서 김정은이 바라보는 가운데 미사일을 잠수함에 탑재하는 모습, SLBM 발사 이후 김정은이 리병철 중앙위 제1부부장과 끌어안은 모습, 이중에서도 특히 김정은과 곁에 앉은 리병철 당 중앙위 제1부부장, 김정식 부부장이 함께 손가락에 담배를 끼우고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김정은의 경우 공개행사 때 담배를 손에 쥐고 있는 모습이 흔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담배를 즐기는 장면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평소 애연가로 알려진 김정은은 그간 현지지도를 할 때마다 미사일 시험장, 지하철 안, 육아원, 대학교 교실, 홍수 피해 현장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수시로 담배를 손에 쥔 채 등장했지만 그를 보좌하는 간부 누구도 담배를 손에 쥐지 못했다.

김정은이 다른 사람과 ‘맞담배’를 피는 모습이 공개된 것은 지난 2014년 김정은의 초청으로 방북한 전 NBA스타 데니스 로드먼과 함께 농구 경기를 관람할 때가 유일할 정도다. 당시 로드먼은 미국 팀과 북한 팀이 함께한 친선 농구경기에 전반전만 뛰고 김정은 옆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경기를 관람했다.

이밖에도 사망한 북한 김정일의 전속 요리사였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도 김정은과 담배와 보드카를 몰래 즐기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후지모토는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북한에 있을 때 김정은과 함께 담배를 피웠다”면서 김정은이 10대 중반부터 술과 담배를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김정은과 ‘맞담배’를 피우는 것이 특별한 경우가 되는 것은 김정은의 담배가 최고 존엄을 드러내는 ‘권위의 상징’을 의미해서다. 북한 고위 간부들 사이 담배는 권위를 상징하는 것으로, 공개 활동에서 김정은이 다른 간부들에게 흡연을 허락하지 않는 것은 권력의 차이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는 게 탈북자들의 전언이다. 김정은이 공개 활동에서 담배를 수시로 꺼내 보이는 것도 최고 존엄을 과시해 보이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성공’ 소식을 전하며 발사 장면을 담은 영상과 사진을 대대적으로 공개하고 나섰다. 노동신문 캡처

하지만 북한이 SLBM 시험 발사 후 공개한 사진에서는 김정은 위원장 곁의 실무자 2명이 서로 담뱃불을 붙여 주는 모습, 김정은과 둘러 앉아 담배를 손에 쥐고 있는 모습 등이 공개됐다. 평소 혼자서만 담배를 피우며 절대 권력을 과시하던 김정은이 맞담배를 피울 정도로 발사 결과에 만족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소식에 정통한 대북소식통은 26일 본보에 “공개된 사진에서 김정은과 간부들이 함께 담배를 쥐고 있는 건 김정은이 SLBM 발사 성공 소식에 기분이 좋아 자신의 담배를 한 개비씩 권한 것일 수 있다”면서 “과거 김일성과 김정일도 기분이 좋을 때면 자신이 피우던 고급 담배를 꺼내 한 개비 씩 피워보라 권하는 후한 선심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간부들과 ‘맞담배’를 피우는 것은 즉흥적인 행동일 뿐 앞으로 이런 모습이 자주 연출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북한 고위 간부들 사이에서 담배는 여전히 ‘절대권력’으로, 북한으로서 이번과 같은 경사가 아니고서야 앞으로 김정은과 맞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제적 대북제재에 따른 북한의 고립이 심화되는 상황 속 SLBM 시험 발사는 북한의 중대한 과제로, 이에 따른 지도자 김정은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이 같은 모습을 연출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본보에 “북한으로서 중요한 시점에 SLBM을 실패하게 되면 그 후폭풍이 감당하기 어려운 것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낀 김정은이 간부들과 함께 줄담배를 피웠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아울러 공개된 사진 속 김정은과 당 간부들의 얼굴이 술에 취한 듯 유독 벌겋게 달아오른 것도 눈길을 끈다. 사진 속 김정은의 모습은 대부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함박웃음을 지으며 간부들을 끌어안고 있다.

이와 관련 안찬일 소장은 “북한 사람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술·담배를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SLBM 시험 발사가) 김정은이 중대하게 생각하는 일인 만큼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은 뒤 간부들과 술판을 벌였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했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TV는 SLBM을 발사한 지 하루 만인 25일 시험 발사 장면이 담긴 1분 47초짜리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서는 자막으로 10부터 1까지 카운트다운 장면이 나온 뒤 ‘발사’라는 문구와 동시에 SLBM이 불꽃을 내뿜으며 수면 위로 솟구쳐 오른다. 이에 김정은과 곁에 있던 김정식 당 중앙위 부부장이 격렬하게 포옹하는 모습, 자리의 간부들이 울먹이는 모습들이 잇따라 포착됐다.

이날 조선중앙TV는 김정은이 이번 SLBM 시험 발사에 대해 “이번 전략잠수함 탄도탄 수중시험 발사는 성공 중의 성공, 승리 중의 승리”라면서 “오늘 발사한 탄도탄의 시험 결과를 통해 우리가 핵 공격 능력을 완벽하게 보유한 군사대국의 전열에 당당히 들어섰다는 것이 현실로 증명됐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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