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성공’ 기대해도 좋을 신태용 리더십
입력 2016.08.15 19:05
수정 2016.08.15 19:06
도전 정신과 공격 축구로 올림픽 8강 성과
A대표팀 코치로 복귀, 새 얼굴 발굴에 주목
신태용 감독은 비록 절반의 성공이었지만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 연합뉴스
신태용 감독이 리우올림픽 8강의 성과를 남기고 1년 6개월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신태용 감독은 2015년 1월 병환으로 중도하차한 이광종 전 감독의 뒤를 이어 올림픽대표팀의 지휘봉을 갑작스럽게 물려받았다. 부족한 준비시간, 전력 구성의 어려움 등 여러 가지 악재 속에도 신 감독은 올림픽팀을 조련해 8회 연속 본선진출과 2회 연속 8강이라는 준수한 성과를 거뒀다.
신 감독은 현역 시절 K리그를 대표하는 전설이었지만 유독 대표팀과는 인연이 없었다. 선수 시절에는 월드컵에 단 한 번도 출전하지 못했다. 올림픽에서는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주전 멤버였지만 당시 한국이 3무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등 유독 운이 따르지 않았다.
하지만 지도자로서의 신태용 감독은 동세대에서 활약했던 다른 월드컵 스타들보다 뛰어난 경력을 자랑한다. 프로축구 성남 지휘봉을 잡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FA컵 우승이라는 성과를 일궈냈다.
대표팀에서는 슈틸리케호의 수석코치를 맡아 2015년 호주 아시안컵 우승과 월드컵 3차 예선 무실점 전승 기록을 이끌어내는데 기여했다. 여기에 올림픽팀을 맡아서 단기간에 성공적인 결과물을 이끌어냈으니 이 정도면 단기전의 승부사라는 명성이 어색하지 않다.
신태용 축구가 보여준 색깔은 두려움 없는 도전정신과 공격축구로 요약된다. 신태용호는 출범 초기만 해도 선수들이 이름값이 4년 전 런던대회보다 크게 떨어지는 탓에 ‘골짜기 세대’라는 수식어를 피하지 못했다.
그러나 신태용 감독은 세간의 편견을 보란 듯이 극복하고 리우올림픽에서 한국 축구 사상 조별리그 역대 최고의 성적을 경신했다. 3경기에서 무려 12골을 터뜨리며 조별리그 최다골-최다승점-사상 첫 조 1위 등 숱한 기록을 세웠다.
신 감독은 “한국축구도 이제 세계무대에서 도전적이고 공격적인 축구를 시도해야한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신태용호는 아시아 무대와 올림픽 본선에서 강팀들을 상대로 물러서지 않고 당당히 정면승부를 고집했다. 신 감독의 철학을 반영하듯, 선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이고 패기 넘치는 플레이로 세계무대로의 도전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아쉬움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올림픽팀은 공격축구와 맞바꾼 대가로 예선부터 지적된 수비불안 문제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아시아 챔피언십 결승 한일전 역전패, 독일과의 조별리그 2차전 무승부 등은 신태용호에 수비불안과 뒷심 부족이라는 꼬리표를 안겼다.
온두라스전에서도 공격에 무게중심을 두고 시종일관 파상공세를 퍼부었으나 상대의 역습 한 방에 허무하게 실점을 허용하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수비불안은 신태용 감독의 전술을 떠나 올림픽팀 선수구성과 차출상의 한계로 인한 구조적인 문제였다는 점을 감안해야할 대목이다.
신 감독의 거침없는 언행도 여러 번 구설에 올랐다. 한일전 당시 성급한 한복 세리머니 언급과 과시욕이 강한 무리한 경기운영으로 대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하면서 설레발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언변이 뛰어나고 자신감이 넘치는 성격이 신 감독의 장점이지만, 대표팀 사령탑으로서는 지나치게 가벼워보인다는 지적도 있었다.
신 감독은 리우올림픽을 통하여 절반의 성공을 거두고 이제 A대표팀 코치로 복귀한다. 한국 축구의 월드컵 본선진출과 함께 그가 키워낸 올림픽 세대를 대표팀 주력 자원으로 성장시켜야 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로 남아있다. 올림픽의 경험을 자양분삼아 지도자로서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신태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