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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작 엎드린 재규어…이래서 '매'가 필요한가

박영국 기자
입력 2016.07.30 05:57
수정 2016.07.30 12:32

<기자의눈>버티다 철퇴 맞은 폭스바겐 '타산지석'

토마스 쿨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오른쪽 두 번째)과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총괄 대표(오른쪽 첫 번째)가 2015년 10월 8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종합감사에서 일반증인으로 출석해 머리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역시 애들은 매를 들어야 해.”

지금은 법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금기시 되는 야만적인 자녀 양육 방식을 상징하는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자녀가 지독히도 말을 안 듣거나 언론을 통해 비상식적인 청소년 범죄를 접할 때마다 입버릇처럼 나오는 말이기도 하다.

폭력이 개입됐던 과거의 자녀 양육이 국민 의식의 선진화와 함께 점차 사라졌다가 자녀의 일탈 행위가 나타날 때마다 다시 그 필요성이 언급되는 현상은 정부와 기업의 관계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

과거 기업들을 옭아매던 각종 규제를 철폐·완화하고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보장하는 게 선진화에 접어든 정부-기업 관계의 트렌드지만, 기업의 일탈 행위가 나타날 때마다 규제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된다.

최근 수입차 업계에서 “역시 애들은 매를 들어야 해”라는 소리가 나올 법한 일들이 발생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지난 28일 국토교통부의 ‘연비부적합 판정’에 대해 즉각 판정결과를 수용하며 고객들에게 사과하고 보상 절차에 착수했다.

이번 국토부의 자기인증적합조사에서 신고연비가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은 2015년형 재규어 XF 2.2D 차량 소유자 1195명 전원에게 최대 7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지금까지 수입차 업체가 정부 조치에 이처럼 즉각적이고, 공손하며, 구체적으로 반응한 사례는 없었다. 한 마디로 ‘납작 엎드린’ 모습이다.

이같은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반응은 최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일탈 행위를 벌이고 지독히도 말을 안 듣다가 신나게 두들겨 맞은 사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배기가스·소음 인증 서류를 조작하고, 이에 대한 정부 조사에 비협조적으로 대응한 것도 모자라 서슬 퍼런 검찰 조사에도 ‘버티기’로 일관하다가 주요 차종이 판매금지를 당하고 담당 임원이 구속되는 철퇴를 맞았다. 이 회사에 대한 비난 여론도 빗발치고 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굳이 “모든 재규어 랜드로버 차량에는 연비 조작을 위한 속임수 장치나 조작된 소프트웨어를 사용되지 않았다”는 해명까지 내놓으며 폭스바겐 사태와 선 긋기에 나섰다.

데일리안 박영국 차장대우.
최근들어 폭스바겐 뿐 아니라 이케아 등 외국계 업체들이 결함 제품의 리콜이나 보상 등에 있어 한국 소비자들을 차별하고 있고, 이는 한국의 느슨한 규제 때문이라는 여론이 일면서 정부도 곤혹스런 상황이다.

자칫 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업 자율성 제고 차원에서 이뤄지는 규제완화 분위기가 역주행할 우려도 있다. 그 피해는 국내 소비자를 차별한 외국 기업들 뿐 아니라 국내 기업들에게도 미칠 수 있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피해자 집단소송제 등 소비자들에게는 반갑지만, 기업들에게는 큰 타격이 될 만한 법안이 발의됐다.

폭스바겐코리아의 배출가스 조작과 조사 과정에서의 불성실한 태도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줄 뿐 아니라 기업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게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애초에 제품의 제조와 판매 과정에서 문제가 없어야 하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문제가 발견된다면 지체없이 문제점을 해결하고 개선하려는 의지와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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