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로 몰려다니다가 왜 갑자기 듀엣이 대세?
입력 2016.07.18 10:04
수정 2016.07.18 10:05
<김헌식의 문화 꼬기>상호 친밀감 더해주는 아날로그 감성 복고
듀엣이라고 하면 두 사람이 함께 짝을 지어 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옛기억을 떠올리면 배따라기, 수와 진, 해바라기, 녹색지대 등 가수에게서 대개 사용되었는데 어느새 듀엣이라고 하면 촌스러운 이미지가 연상되어서인지 어느새 언급하기도 잘 볼 수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 음악분야 뿐만 아니라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서 이런 듀엣 코드는 이를 부활했다. 그야말로 듀엣 열풍이 거세기 때문에 신드롬이라고 불러도 될 듯하다.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듀엣들이 화려하게 부활한 것인데 도대체 왜 듀엣이 전성기를 마련하고 있는 것일까? 먼저 음악이나 방송 쪽에서 활발한데 신구 세대 구분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듀엣들의 새로운 활약
지난 6월까지 태진아와 송대관이 전국투어 명품듀엣 콘서트를 열었고, 가을에는 2-3년전부터 준비한 듀엣곡을 공식 발표한다. 이는 최근 불고 있는 듀엣 열풍의 사례가운데 하나인데 태진아는 그간 젊은 가수들과 듀엣 무대를 선보여 왔다. 태진아는 한류 스타 가수 비와 듀엣으로 비진아 콜라보 무대를 보인 적이 있는데 최근에 태진아는 젊은 신인 가수 강남과 듀엣을 결성, 전통 시장이라는 앨범을 내고, 서민경제 살리기에 나서기도 했다.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이런 듀엣 이 등장하는 내용이 하나의 트렌드를 이루고 있다.
JTBC의 ‘힙합의민족’에서는 힙합이라는 노래를 장년 스타들이 젊은 래퍼들과 함께 듀엣을 이뤄 경연을 펼치는 내용이 중심을 이뤘다. 찰지게 욕설 연기하는 캐릭터로 할미넴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팔순의 배우 김영옥을 비롯해, 50대 장년의 스타들이 젊은 래퍼들과 짝을 지어 힙합 대결을 했다. 최근 문희경X치타, 양희경XMC스나이퍼 등이 대결을 보였는데, 이용녀-릴보이가 '힙합의 민족' 파이널에서 최종 우승했다.
SBS '판타스틱 듀오'에서 가수 이선희는 젊은 가수들과 듀엣 무대를 선보이며 연승가도를 달리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이 주로 가수들과 콜라보 듀엣을 선보이는데, 일종의 선후배 듀엣 경연대회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에 비해 MBC '듀엣 가요제'는 기존 가수와 아마추어 가수의 듀엣 무대를 선보인다. 유명 가수들이 직접 개인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이들과 듀엣 무대를 준비하고 그들의 실력 대결을 벌이는 형식을 보여주고 있다.
방송 진행에서도 듀엣 MC들이 활약을 하고 있다. 이미 혼자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젔고, 집단 MC체제를 보여 온 것이 방송 프로그램의 대체적인 경향이 되어 왔다. 하지만 이제 두명이 조합이 돋보이는 방송 프로그램들이 많아지고 있다. JTBC '슈가맨'에서 설탕을 넘어 꿀 호흡을 보여주는 유재석-유희열부터 쿡방의 새로운 전기를 열어제친 tvN<삼시세끼>의 '차줌마-참바다, 차승원-유해진이 대표적으로 꼽혀왔다.
특히, 슈가맨의 유재석과 유희열은 찰진 호흡에 방송이 종영되었음에도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물의를 일으켰거나 물의 때문에 제대로 전성기를 이어가지 못한 이수근과 강호동은 JTBC '아는형님'과 tvN '신서유기2' 듀엣 진행자로 서로 상승 효과를 발휘하면서 발군의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JTBC '셰프 원정대-쿡가대표',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서는 축구 중계로 호흡 맞추기를 해왔던 김성주와 안정환이 활약을 하고 있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김느안느' 컨셉을 통해 최고의 입담 커플로 등극한 바가 있다는 점은 그들의 매력을 이미 잘 보여주었다.
영화와 드라마에서는 브로맨스가 눈길을 끌고 있다. 브로맨스는 형제를 뜻하는 브라더(brother)사랑을 뜻하는 로맨스(romance)가 결합한 신조어이다. 이전에 단지 우정을 강조하는 버디라는 개념과는 다르다. 남성 주인공들의 알듯한 애틋한 미묘한 감정을 담고 있는 말이다. 대표적으로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등장했던 송중기(유시진)과 진구(서대영)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남녀 커플의 스토리도 재미 있지만 남남 커플의 우정을 넘어선 달달한 감정이 흥미를 더했다.
tvN '응답하라 1988'의 류준열과 박보검은 좋아하는 여자를 두고 브로맨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영화에서는 '내부자들'의 이병헌과 조승우, '동주'의 강하늘과 박성민, '검은 사제들'에서 김윤석과 강동원의 관계도 넓게는 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남자들의 달달한 감정의 깊이감에 대응해 여성들의 경우에는 영화 ‘아가씨’와 같이 여성들의 달달한 감정이 담긴 백합코드가 눈길을 끌기도 했다.
듀엣 열풍의 이유는?
그렇다면, 왜 이렇게 듀엣이라는 문화적 코드가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일까. 무엇보다 듀엣은 아날로그적인 정서가 강하다. 듀엣은 감정의 공유와 상호 친밀감을 더해주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라는 숫자는 이미 사랑이나 우정을 연상하게 만든다. 두 사람을 보기만 해도 좋은 느낌을 전해주기에 충분한 것이다. 음악에서는 일단 두 사람의 관계 면에서 조합과 호흡이 잘 맞을수록 그들이 들려주는 노래의 감동도 더해질 수 있다. 영화도 두 사람의 내밀한 관계가 마음을 울리면서 스토리의 감동과 흥미를 배가시킨다.
방송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는 집단 진행형식에서는 자칫 소란하거나 산만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을 수 있는 점을 듀엣 MC가 넘어설 수 있다. 같은 내용이라고 해도 듀엣의 따뜻하고 친근한 분위기에 보는 이들이 공감을 더 한다. 많은 사람들이 등장할수록 지식이나 정보는 많지만 그것이 보는 이들을 정말 배려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많은 인간관계에 시달릴수록 우리는 둘만의 관계들을 더 원하게 마련이다. 근본적으로 갈수록 삭막해지고 경쟁이 격화되는 사회경제 분위기속에서 정적이고 친밀한 관계성원을 염원하는 현대인들의 외로운 감정이 듀엣 코드를 부활시키고 있는 듯싶다.
듀엣은 단지 복고적인 향수를 자극하거나 친근감 있는 정서를 자극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디지털 시대에 잃어가는 가치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그런 면에서 디지털 문화가 강할수록 여전히 생명력을 가질 것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