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 몸값’ EPL, 브렉시트가 초래할 지옥
입력 2016.07.09 07:57
수정 2016.07.09 07:58
EPL의 부흥은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 ⓒ 게티이미지
지상 최대의 축구쇼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 날벼락 같은 소식이 들렸다. 바로 영국의 EU 탈퇴 여부가 걸린 ‘브렉시트’의 국민투표 찬성이다.
이제 현실이 된 브렉시트는 EPL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장 영국 출신 선수(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를 제외한 모든 국적의 선수는 외국인으로 분류된다.
지난 시즌 EPL에 등록된 영국 외 국적 선수들은 376명으로 비율은 무려 66.1%에 달한다. 이는 유럽 내 상위 15개 리그 중 압도적으로 많은 수치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가 팀을 떠나야할 운명에 놓일지도 모른다.
EPL에 외국 선수들이 많은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논리에 맞게 유수의 선수들이 영입되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인기가 가장 높은 EPL은 가장 많은 돈이 쏠리는 곳이다. 다른 리그와 차원이 다른 중계 기술로 시청자들의 만족도도 높고 이로 인해 홍보효과 또한 대단해 각 기업들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중동 등 외국의 부호들이 아예 구단을 사들이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맨체스터 시티, 첼시, 리버풀 등 대부분의 구단 주인은 영국인이 아니다. 이로 인해 몸집을 더욱 크게 부풀린 EPL은 시장가격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선수들을 영입하고 있다.
그러나 브렉시트로 인해 어렵게 끌어 모은 외국 선수들의 모습을 더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들의 방출이 몇 년간의 여유를 두고 순차적으로 이뤄지겠지만, 당장 닥친 문제는 이번 여름이적시장에서의 선수영입이다. 파운드 가치의 하락으로 외국 선수들에게 어필할 매력이 반감됐기 때문이다.
영국은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축구는 물론 일반 기업체에서도 까다로운 워크퍼밋 제도를 운영 중이다.
축구의 경우 통과 조건이 점점 더 엄격해졌다. 먼저 취업비자 신청일 기준, 최근 2년간 FIFA랭킹 1~10위 팀의 경우 해당 선수가 A매치의 30%를 뛰어야 한다. FIFA랭킹 11~20위는 45%, 21~30위는 60%, 31~50위는 75%에 출전해야 한다.
또 하나의 방법은 FIFA 랭킹과 상관없이 이적료 1500만 파운드(약 225억 원) 이상을 기록하거나 예외 심사위원회에서 합격 판정을 받을 만큼 뚜렷한 커리어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지난 시즌 블랙번으로 이적한 김보경은 워크퍼밋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K리그로 유턴했다.
지금의 워크퍼밋을 EPL에 규정한다면 376명의 외국 선수들 중 약 100명이 팀을 떠나야 한다. 이들 중에는 맨유의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나 레스터시티 우승의 주역인 응골로 캉테가 포함된다.
유럽 리그 선수가치 TOP 15. ⓒ 데일리안 스포츠
더욱 심각한 문제는 빅클럽이 아닌 중소클럽의 위기를 불러온다는 점이다. 빅클럽에서 뛰고 있는 세스크 파브레가스(첼시)나 알렉시스 산체스(아스날) 등 웬만한 특급 선수들은 워크퍼밋 기준을 모두 충족한다. 하지만 중소 클럽에서는 상대적으로 값싼 유망주나 전성기가 지난 선수 영입 비중이 높기 때문에 퇴출이 불가피하다.
트랜스퍼마켓에 따르면, EPL 내 몸담고 있는 566명의 선수들 가치는 45억 6000만 유로(약 5조 8634억 원)로 평가된다. 이는 스페인 라리가(32억 1000만 유로)보다 1조 7000억 원이나 높은 금액이며, UEFA 계수 2위인 독일 분데스리가에 비해 2배 가까운 수치다.
가뜩이나 거품이 잔뜩 낀 것으로 지적받는 상황에서 특급 선수를 영입하려면 더 많은 돈을 주어야 하며, 영국 선수들의 가치 또한 폭등이 예상된다. 4400만 파운드(약 765억 원)의 과한 이적료로 맨시티 유니폼을 입은 라힘 스털링은 예고편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잉글랜드의 축구는 무려 4부 리그까지 프로로 운영되고 있으며, 최대 10부 리그까지 저변이 확대되어 있다. 타 국가에 비해 훨씬 넓은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프로만 하더라도 챔피언십(2부 리그)의 외국 선수 비율은 50.7%(311명), 리그 1(3부 리그)은 31.5%(174명), 리그 2(4부 리그)는 28.8%(147명)에 이른다. EPL까지 합치면 1천 명이 넘는 숫자다.
이제 EPL은 점진적으로 특급이 아니라면 외국 선수들이 뛸 수 없는 무대가 된다. 이들의 공백은 고스란히 영국 연방 소속 선수들로 채워야 한다. 리그의 축소는 물론 클럽의 존폐 위기까지 닥칠 수 있다. 이후에는 썰물처럼 빠져나갈 외국 자본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