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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출입구 10m 금연 시행 40일…시민 반응 보니...

하윤아 기자 / 이선민 수습기자
입력 2016.06.11 10:13
수정 2016.06.11 10:14

시민들 긍정·부정 반응 제각각…흡연자들 '흡연부스 확대' 요구

서울시 측 "지하철역 흡연실태 상당 개선, 9월부터 과태료 부과"

서울시가 지난 5월 1일부터 관내 모든 지하철역 출입구 10m 이내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가운데, 오는 9월 1일부터 금연구역 내 흡연 적발시 최고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자료사진) ⓒ연합뉴스

서울시가 관내 모든 지하철역 출입구 10m 이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은 지난 7일, 서울시청 주변과 을지로 일대를 지나던 시민들은 금연구역 시행과 관련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시민들도 있었지만,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는 시민들도 여럿이었다. 특히 흡연자들은 '흡연부스' 설치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지난 5월 1일부터 서울시 관내 지하철역 출입구 근처 바닥에는 빨간색·하얀색 그림문자 스티커가 붙었다. 스티커에는 '금연'이라는 빨간 글씨와 함께 '지하철역 출입구로부터 10m이내는 간접흡연 방지를 위한 금연구역입니다. 위반시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서울시는 시민 건강 보호의 일환으로 관내 모든 지하철역 출입구에서 흡연을 금지하도록 정책을 마련하고 최근 본격적인 계도에 나섰다.

그러나 정책 도입 초기부터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입장차가 드러나는 것은 물론,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실제 해당 정책이 '시민 건강을 지키는'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은 시행 한 달을 넘긴 지금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 "고작 10m로 연기가 차단되나요?"…실효성에 의문

7일 을지로입구역 7번 출구 앞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이모 씨(27)는 "10m 흡연 금지 구역을 설정한 게 의미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비흡연자인 이 씨는 "담배연기는 그보다 훨씬 더 먼 거리까지 퍼져 유해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고작 10m로 연기가 차단될 수는 없다. 일차원적인, 그다지 실효성이 없는 정책인 것 같다"고 입장을 밝혔다.

흡연자인 30대 직장인 박모 씨도 "같은 흡연자 입장에서도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거나 담배 연기가 흘러나오는 것은 보기 좋지 않다"며 "10m는 너무 짧아 실효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부 시민들은 서울시가 10m로 구간을 설정해 금연구역을 지정한 데 대해 의문을 표하면서 실제 효과가 미비할 것이라는 견해를 드러냈다. 10m 이내로 금연구역을 설정하더라도 담배 연기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없어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얘기다.

이밖에 서울시의 홍보 미흡을 지적하는 시민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비흡연자는 "지하철역 출입구가 금연 구역으로 지정된 사실을 몰랐다. 홍보가 안됐다고 느껴진다"며 "여전히 지하철역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도 있어 단속이 전혀 안 되는데 (정책 시행이) 무의미하다는 말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흡연자들 '흡연부스' 설치 요구…"권리 제한하는 만큼 보상도..."

특히 흡연자들은 서울시가 흡연할 권리를 제한해 의무를 부과하는 만큼, 흡연부스 설치 등 보상적 차원의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청 삼거리 부근에서 만난 직장인 강모 씨(33)는 "흡연자들을 제한하려면 부스를 조금 더 만들거나 해야지 무조건 담배를 못 피게 하는 것은 좋지 않은 정책이라고 생각한다"며 "흡연 부스를 조금 더 많이 설치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40대 직장인 김모 씨도 "흡연자들을 막기만 하고 활로를 뚫어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청 앞부터 을지로 입구까지 흡연 공간이 전혀 없지 않느냐"면서 "흡연할 수 있는 공간을 제한할 것이라면 흡연 부스도 동시에 설치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흡연자인 30대 직장인 유모 씨는 "우리나라는 부스가 막혀있어 흡연자들이 잘 들어가려고 하지 않는다. 일본의 경우에는 허리 높이의 나무를 둘러 흡연구역을 제한하는데 그런 점을 벤치마킹해 흡연구역을 만들어야 한다"며 "흡연 부스만 잘 돼있다면 (금연구역을 지정하는 것은) 권리 침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일부 시민들 만족감 표하기도…"시행 이후 확실히 쾌적"

서울시의 금연구역 정책 시행 전후를 비교해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도 상당히 줄었다는 일부 시민들의 긍정적인 반응도 나왔다.

시청 삼거리 횡단보도 앞에 서있던 김모 씨(62)는 "본래 지하철역 앞에서 담배를 피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뉴스에서 10m 내 금연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본 뒤부터는 담배 피우는 사람도 없는 것 같고 정말 깨끗해졌다"며 "그동안은 담배연기가 다 날려 아주 불쾌했는데 지금은 그런 게 없어 비흡연자로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금연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한국금연운동협의회의 서홍관 회장도 '데일리안'에 "이번 서울시의 정책으로 지하철역 출입구에 흡연자가 적어진 것은 맞는 듯하다"면서도 "효과는 어느 정도 거두고 있다고 보지만, 금연표시가 다소 약한 곳이 많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서 회장은 "비흡연자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흡연자의 권리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할 것"이라며 "지하철 출입구뿐만 아니라 사람이 많은 도보에서 보행하며 흡연하는 것과 주거지에서 흡연해 주변 이웃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행위가 새로운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만큼, 여러 장소에서의 흡연 피해 최소화 조치를 확장해 나가야할 때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서울시 측은 금연구역 안내표지를 붙인 이후 지하철역 출입구에서의 흡연이 상당부분 감소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약 15명의 서울시 금연단속 요원이 홍보·계도 활동을 하며 지켜본 결과, 시간당 흡연건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삼성역·서울역·영등포역 등 일부 지하철 출입구 주변 흡연실태가 정책 시행 이전과 비교해 현저히 개선된 것으로 파악됐다.

시행 이후 현재까지 시 차원의 객관적 모니터링 조사는 실시하지 않았지만, 실제 현장을 살펴온 단속요원들의 설명에 미뤄 금연 및 간접흡연 피해 예방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본보에 "지하철역 출입구에서 홍보나 계도활동을 하고 있는 단속요원 분들에 따르면 시간당 100명이 넘게 흡연하던 일부 지하철역 출입구에 최근 흡연 인구가 10명 이하로 떨어질 정도로 굉장히 고무적인 상황"이라면서 "객관적 수치의 필요성을 인정해 조만간 일부지역을 추출해 흡연 실태를 조사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일부 흡연자들이 흡연 부스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것과 관련, "시민들의 그러한 요청이 많이 있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다"며 "전문가의 의견을 검토해 올해 안에 가이드라인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계도 기간을 거쳐 오는 9월부터는 본격 단속에 나설 예정이다. 이에 따라 지하철역 출입구 10m 이내 흡연 적발 시 최대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아울러 이번 제도 시행을 계기로 금연 상담, 금연 클리닉, 금연 캠프, 금연 보조제 지원 등 흡연자들을 위한 금연 지원 정책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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