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부르고 누구는 입다물고 누구는 주먹 쥐고
입력 2016.05.18 14:33
수정 2016.05.18 14:36
<현장>황교안 국무총리, 현기환 정무수석 '침묵'
심상정 정의당 대표, 노회찬 당선인 플래카드 '맞불'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은 그야말로 '불협화음'이었다.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 전력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는 김종인 더민주 대표는 이날 행사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지만 황교안 국무총리, 현기환 정무수석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날 오전 기념식장엔 황 총리, 현 정무수석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이 참석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기념식에 불참하는 대신 조화를 보냈다. 박 보훈처장은 '임~행진곡' 기념곡 제창 문제와 관련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기념식장에 입장하지 못 했다.
박 보훈처장이 기념식장 바깥에서 고전(苦戰) 할 때, 황 총리는 3당 대표와 미묘한 기류 속 악수를 나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노회찬 당선인(20대 국회 정의당 원내대표)은 황 총리가 단상에 올라가 발언을 시작하자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하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불만을 표시했다.
'임~행진곡' 노래가 흘러나오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김종인 더민주 대표, 문 전 대표 등 3당 지도부는 태극기를 손에 들고 합창했다. 단, 황 총리와 현 수석은 두 손을 앞으로 모은 채 침묵으로 일관했다.
김 대표는 이날 행사가 끝난 뒤 "5.18민주화 운동은 우리나라의 정치적 자유와 기본적인 인권을 확보하기 위해 광주 시민들의 피로서 쟁취한 것"이라며 "'임~행진곡'에 대해서 정부가 합창만 허용한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아집에 사로잡힌 결정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또한 "('임~행진곡' 제창은) 논란의 주제가 아니다. 정부는 공연한 논란을 잠재워야 한다"며 "5.18 당시에 불렀던 노래는 우리 모두의 노래고 정부가 갈등을 일으킬 주제가 아니다"며 일침을 가했다.
박 원내대표는 한 시민에게 "5.18 행사가 이게 뭡니까. 지켜보겠다"며 호통을 들은 뒤 민주의문 앞에서 "청와대 회동에도 불구하고 5.18 호국영령들에게 한없이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게 돼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광주시민과 국민이 바라는 5.18민주항쟁 기념일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사죄하기도 했다.
대권주자로 꼽히는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은 이날 "5.18의 뜻은 '시작'이다. 각성의 시작이고 분노와 심판의 시작이다. 또 용서와 화해의 시작이다"며 "이 모든 것을 녹여내는 그러한 새판을 시작하라는 것이다. 광주의 5월이 그 시작이다"고 말했다. 이어 "임을 위한 행진곡은 당연히 제창해야 하고, 5.18 기념곡으로 지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와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는 이날 같은 일정을 소화했음에도 불구, 특별한 스킨십 없이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