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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 "김고은 추천? 외모 마음에 들었죠"

부수정 기자
입력 2016.05.10 09:05
수정 2016.05.13 08:54

'계춘할망'서 제주도 해녀 할머니 계춘 역

"똑같은 역할 싫어…살기 위해서 연기"

배우 윤여정은 '계춘할망'에서 제주도 해녀 할머니 계춘 역을 맡았다.ⓒ(주)콘텐츠난다긴다

"어휴, 말도 마세요. 엄청 고생했어요. 뱀장어에 물리기도 했고요. 제주도에서 두 달 간 촬영했는데 마지막 촬영을 끝낸 순간 정말 좋았답니다. 얘네들(제작진) 안 보겠구나 싶었죠. 호호."

솔직한 화법을 자랑하는 배우 윤여정(68)에게 영화 고생담을 묻자 가식 없는 말들이 술술 나왔다.

'계춘할망'(창감독·19일 개봉)에서 제주도 해녀 할머니 '계춘' 역을 맡은 그를 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는 12년의 과거를 숨긴 채 집으로 돌아온 수상한 손녀 혜지와 오매불망 손녀바보 계춘할망의 이야기를 그린 가족 감동 드라마다.

윤여정은 해녀 계춘 역을 맡아 지난해 봄 제주도 하도리에서 올로케이션 촬영했다. 평소 도회적이고 세련된 이미지의 그는 해녀 역을 위해 거친 분장을 해야 했다. 머리카락은 '옥수수수염'이 됐단다.

"제주도 햇볕이 너무 강해서 피부가 아직도 빨갛답니다. 뱀장어에 사타구니를 물리기도 했는데 물린 자국이 까맣게 남았어요. 물렸을 때 항생제를 구해오라고 했는데 스태프들이 그걸 못 구해오더라고요. 어휴. 제작진이 이런 상황을 예상 못 한 거죠. 다들 너무 어려서 현장 경험이 없었던 거였죠. 그간 노련한 감독과 일했는데 얘네들은 그렇지 않았고...제가 소리소리 지르면서 야단쳤다니까요. 하하."

윤여정은 영화를 하루빨리 끝내려고 일주일에 5일 촬영했다. 서울에서 온 응원단이 지친 윤여정에게 힘이 됐다고. "이재용 감독, 나영석 PD, 이유정 작가 등이 왔어요. 음식도 갖고 왔죠. 전 빨리 촬영장을 떠나고 싶었답니다(웃음)."

배우 윤여정은 '계춘할망'에서 김고은과 호흡을 맞췄다.ⓒ(주)콘텐츠난다긴다

'계춘할망'을 처음에 거절했다는 윤여정은 '누군가 진심으로 쓴 것 같은 소박한 이야기'에 끌렸다고 했다. "제작자가 이랬죠. '선생님, 도회적인 이미지 소진됐어요'라고. 전작과 같은 역할을 싫어해요. 배우는 하던 것만 하면 지루하거든요."

'계춘할망'은 손녀를 지극히 아끼고, 사랑하는 할머니의 사랑을 소박하게 그려냈다. 이야기도 간단하고, 후반부 반전도 예측 가능하지만 자극적인 양념을 뿌리지 않은 담백한 맛이 나는 작품이다.

윤여정은 "난 지루한 걸 못 참는 사람인데 영화 초반부가 좀 지루한 듯했다"며 "엔딩은 시나리오보다 잘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사투리 연기는 관객이 알아듣는 선에서 했다. 제주도 사투리 자체가 타지 사람들에겐 외국어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제주도 주민 사투리를 한 마디도 못 알아듣겠더라고요. 사투리 연기를 어떻게 할까 고민했는데 근처 카페 제주도 주민과 공부했답니다. 그리고 '어감만 살리자'고 했고요."

윤여정은 '계춘할망'을 증조할머니께 바치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어렸을 때 증조 할머니와 함께 살았는데 당시 할머니를 피했어요. 할머니가 드시던 걸 저한테 줬는데 비위생적인 것 같았죠. 나중에야 알았죠. 할머니의 사랑이 최고의 사랑이라는 걸. 할머니에게 내가 끔찍하게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걸."

이후 와인을 한 모금 마신 윤여정은 "극 중 혜지가 계춘을 서먹서먹하게 대할 때 증조할머니가 생각나기도 했다"며 "일부러 생각한 적은 없지만 '불쑥' 생각난 적은 있다"고 했다.

'계춘할망'에 출연한 윤여정은 "똑같은 역할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주)콘텐츠난다긴다

후반부 나온 반전에 대해 물었더니 "늙으면 동물적인 감각이 생긴다. 80세가 넘으면 모든 중생이 안쓰럽다. 난 계춘이처럼 그럴 수 있다"고 했다.

김고은을 손녀 혜지 역에 추천했다는 얘기에 대해선 "바로 잡아야 할 얘기"라고 했다.

"제가 뭔데 고은이를 '콕' 찍어서 영화에 출연시키겠어요. 그냥 제작자, 감독과 같이 얘기하다가 천우희, 김고은은 어떠냐고 했고 천우희는 고등학생을 하기엔 나이가 많다는 의견이 있었죠. '은교'에서 고은이가 박해일을 쳐다보는 그 눈빛이 좋더라고요. 쌍꺼풀이 진한 미녀 스타일을 안 좋아하는데 고은이는 대한민국에 없는 외모 스타일이었죠."

김고은과 연기 호흡은 어땠을까.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이 '툭' 나왔다. "내가 열심히 하는데 걔가 열심히 안 할 수가 있나? 제가 상대방을 끌어줄 순 없어요. 그냥 상대방과 같이 호흡하면서 숨 쉬고 느끼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나영석 PD와 함께한 tvN '꽃보다 누나'도 화제였다. 그는 "홍콩 영화제 갔더니 '꽃누나' 얘기만 하더라. 명색이 배운데 창피해 죽겠다"고 웃었다. "너무 깜짝 놀랐죠. '꽃누나' 때문에 제가 알려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윤여정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근데 이광수란 애가 너무 인기더라고...'런닝맨'에 출연하는데 말할 수도 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대(웃음)."

나 PD가 "여배우들은 감수성이 '할배들'보다 5000배 이상 예민하다"고 한 것과 관련해선 "감수성이 풍부하면 또 갔을 텐데 왜 안 갔을까요?"라고 웃었다. "다른 편 보니까 아는 사람들과 갔더라고요. 무슨 그룹 투어도 아니고...우리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끼리 여행 갔으니까...근데 나영석처럼 말해야 하는데 난 너무 솔직하다니까."

'계춘할망'에 출연한 윤여정은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디어마이프렌즈'에도 출연, 안방 나들이에 나선다.ⓒ(주)콘텐츠난다긴다

윤여정은 노희경 작가의 tvN '디어마이프렌즈'에도 출연한다. 김혜자, 고두심, 박원숙, 나문희, 신구, 노주현 등 한 자리에 모이기 힘든 중견 배우들이 주연으로 나선 이례적인 작품이다.

"포스터 촬영 때 다 같이 만났는데 뭉클했죠. 혜자 언니가 '노희경 작가가 우리 죽기 전에 만나라고 작품을 쓴 것 같다'고 했는데 울컥했어요. 그간 다른 작품에서 엄마로 연기해서 만날 일이 없다가 이번에 만났는데 너무 좋았어요. 다른 배우들이 '여정이랑 하는 게 너무 싫더라' 이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흐흐. 몰라 인생은..."

'디어마이프렌즈'의 대본은 16부까지 다 나와 있는 상태다. 윤여정은 "원고를 늦게 쓰면서 쪽대본을 주는 작가들은 내가 피하고, 함께 못 한다"며 "노희경 작가처럼 책임감 있게 작품을 써야 한다"고 했다.

윤여정은 1966년 T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매년 영화와 드라마에 한 편 이상씩 출연하며 왕성한 활동을 한다. 칠순의 나이에도 여전히 곱고 아름다운 그는 "지금이 평화롭고 좋다"고 했다.

"주인공이었다가 40대로 넘어가면서 고모, 이모 역을 하죠. 한풀 꺾이는 시기입니다. 제 인생에서 끔찍한 시기도 그때였고요. 제게 연기는 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 일이에요. 들어오는 일을 감사하게 받아들입니다. 60세가 넘으면서 좋아하는 감독, 작가와 일하면서 여유롭게 일하고 있어요. 명예, 성공 신경 안 쓰고요. 타이밍이 맞으면 작품을 하고, 안 맞으면 안 하고요."

윤여정은 '청담동 패셔니스타'로 통한다. 패션 비결을 물었더니 "체구가 작아서 스타일리스트가 고른 옷은 맞지 않는다. 코피를 흘리면서 내가 직접 옷을 공수한다. 대중에 노출된 직업이라서 돋보일 뿐이다"며 '패셔니스타'라는 수식어에 손사래를 쳤다.

SNS는 못하고 댓글은 안 본단다. "애들이 내 욕하는 거 봐서 뭐하겠수? 칭찬도 있지만 비난도 있겠지. 연예인이라는 게 슬픈 직업이에요. 의미 없이 부추겼다가 갑자기 깎아내리고. 세상은 그렇더라. 올라가는 순간이 있으면 내려오는 순간이 있더라고."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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