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에도 문 여는 뱅크샵...SC은행 재도약 발판 될까
입력 2016.05.05 11:42
수정 2016.05.05 17:02
공휴일, 야간 등 시간 찾아가는 뱅크샵 서비스 "경량화 통해 경쟁력 갖춰"
명칭 바꾸고 재도약 나선 SC제일은행, 뱅크샵 발판삼아 반등 성공할까 '관심'
나흘 간의 연휴기간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문을 여는 은행이 있다. SC제일은행이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과 연계해 운영 중인 뱅크샵(Bank #)이다. 급하게 은행 내점 업무가 필요한 금융소비자들에게는 물론, 대형마트와 같이 언제나 간편하게 은행을 방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영업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야간·공휴일' 영업 뱅크샵 "고객의 시간을 찾아가는 서비스"
일반은행은 이미 문을 닫은 평일 오후 7시, 직장인 김하나(25.여) 씨는 퇴근 후 집 근처에 있는 이마트 서수원점을 찾았다. 마트에 도착한 김 씨가 향한 곳은 일반 쇼핑매장이 아닌 바로 2층에 있던 은행이었다.
평소 적금 통장 개설이 필요했지만 근무시간 은행에 방문하기에는 여건 상 부담스러웠던 김씨에게 밤 10시까지 운영하는 '마트 안 은행은' 반가운 소식이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한결 여유롭게 은행 업무를 보게 된 김씨는 이날 친구와의 약속장소도 아예 이마트로 잡았다.
"그동안 적금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은행 업무시간과 근무시간이 겹쳐 계속 미뤄왔거든요. 그런데 집 근처 마트에 밤에도 여는 은행이 생겼다고 한번 가보라고 엄마가 권하시더라고요. 와서 이용해보니까 늦게까지 문을 열어서 시간에 쫓기지 않아 좋네요."
저녁 시간대(마트 저녁 10시, 백화점 8시 30분 영업 마감)는 물론, 주말과 공휴일에도 문을 여는 이 독특한 컨셉의 은행 점포는 지난해 말부터 운영에 돌입했다. SC제일은행이 이마트 대구 반야월점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에서 운영 중인 뱅크샵은 총 5곳, 여기에 뱅크데스크라는 창구 개념의 초소형점포까지 합치면 전국 60여 개 점포가 현재 영업 중에 있다.
이제는 모바일과 온라인이 중심이 된 현대인들 대상의 금융 서비스 속에서도 은행 창구에서만 가능한 업무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시중은행들 역시 창구 방문을 통한 은행 업무 비율이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무작정 점포수를 늘리기보다는, 점포수를 줄이면서도 오히려 고객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갈 방법을 모색 중에 있다. 뱅크샵은 이러한 취지에서 해당 은행이 대형마트와 손을 잡고 마련한 신개념 점포의 일종이다.
SC제일은행 이마트 서수원점 박평수 차장은 "과거에는 공간을 이용해 찾아가는 서비스를 했다면, 이제는 유동인구가 많은 이마트 입점을 통해 고객들의 시간을 기준으로 찾아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은행 업무 특성 상 비대면 서비스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다 보니, 은행 역시 전통적인 예대마진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죠. 때문에 저희 은행 역시 새로운 모델을 고민하던 중 이 뱅크샵을 고안하게 된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과거에도 이미 비슷한 사례는 존재했다. 하나은행과 기업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대형마트와 연계해 영업시간 확장에 나섰으나, 현재는 투자 대비 수익성과 점포 운영의 효율화 등을 이유로 모두 사라진 상태다. 그럼에도 SC제일은행 측은 뱅크샵 운영에 대해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해당 은행 관계자는 “이미 전국에 1000개 이상씩 영업점을 갖고 있는 대형 시중은행의 경우 이같은 모델을 추진했을 때 점포의 영업권이 서로 겹칠 가능성이 많은데 비해, SC제일은행은 지점이 200여개 정도로 작은데다 소형화돼 있어 전국에 매장이 전략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여지가 많다"며 "태블릿PC 시스템 개발을 통해 점포 경량화를 추구했고, 이것이 기존 은행들의 영업방식과 또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명칭 바꾸고 재도약 나선 SC제일은행, 뱅크샵 발판삼아 반등 성공할까 '관심'
이용객들의 반응은 역시 평일 시간대 은행 영업점 방문이 어려운 직장인이나 주부들을 중심으로 가장 뜨겁다. 또 젊은 층이 주로 주거하는 지역적 특성 상 주말을 이용해 마트 방문에 나선 부부 쇼핑객들의 통장 개설과 아파트 대출 상담 예약도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일단 서비스 운영 초기인 현재까지 이용객들의 반응은 좋지만, 이 뱅크샵 서비스가 금융 제도권 안에 제대로 정착하느냐 여부는 결국 '서비스의 보편화'에 달려 있다. 아무리 좋은 서비스라고 해도, 막상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적다면 은행 내부에서는 타 은행들의 선례처럼 기회비용을 이유로 또다른 변화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SC제일은행 박평수 차장은 "초창기 간혹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던 태블릿PC 시스템도 수 차례 개선을 통해 이제는 충분히 안정화된 상황에서 이제는 보다 많은 이용객들의 발길만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인식 속에는 기존의 은행 모델의 모습만 고정돼 있는 것 같습니다. 시간과 관계없이 언제든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뱅크샵이 호응을 얻으면 전국적으로도 매장이 확대돼 이같은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나게 될테니 은행과 고객 모두에게 더 좋은 거죠."라며 서비스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SC제일은행은 최근 SC라는 기존 명칭에 옛 제일은행의 이름을 부활시켰다. 과거 일등은행으로서의 명예회복은 물론, 고객들에게도 국내은행이라는 인식으로 보다 가깝게 다가가겠다는 다짐의 일환이다. 이번 뱅크샵 역시 SC제일은행이 시도하는 다양한 변화의 시작이다. 이같은 시도가 그간 SC제일은행의 적자 구도를 깨트리고 재도약의 발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