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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만 있었으면 소련이 정말 안 망했을까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6.04.25 09:53
수정 2016.04.25 09:55

<자유경제스쿨>개개인 행동을 AI가 예측해 계획경제에 반영 '불가능'

현재와 같이 인간보다 연산능력이 뛰어날 뿐더러 직관적 능력까지 보유한 인공지능이 출현해 중앙계획자(central planner)의 역할을 담당했다면 사회주의 실험이 성공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인터넷화면 캡처.
지난번 본 학회의 칼럼을 통해 민경국 교수는 인공지능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지식의 문제로 인해 계획경제가 불가능한 이유를 설명한 바가 있다. 민경국 교수에 따르면 경제문제의 본질은 자원배분의 계산문제가 아닌 지식의 문제이며 시장에 참여하는 경제주체의 의견, 취향, 선호, 재주, 능력, 기술과 같은 초의식적 성격을 가진 지식의 기계화가 불가능해 계획경제 또한 불가능해진다. 즉 개개인이 무의식중에 지니고 있는 암묵적 혹은 지역적 지식(tacit/local knowledge)의 습득이 불가능해 인공지능이 아무리 뛰어난 계산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완벽한 중앙집권적 계획자(central planner)가 될 수 없다.

본 칼럼 또한 민경국 교수와 같이 인공지능의 발달에 따라 가능해질 것같이 간주되는 계획경제가 왜 실상 불가능한지를 거론한다. 다만 민경국 교수의 칼럼에서 거론된 지식의 문제에 근거해 경제계산의 문제를 함께 논의한다. 특히 본 칼럼은 어떠한 개인보다 뛰어난 연산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인공지능의 출현으로 경제계산의 문제가 해결되는지 혹은 중앙집중식 경제계산이 가능한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우선 계획경제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경제계산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흔히 제2차 세계대전 후 구 소비에트연방 및 동구권에서 실행되었던 사회주의 실험이 실패한 이유가 현재와 같이 연산능력이 뛰어난 컴퓨터 혹은 인공지능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와 같이 인간보다 연산능력이 뛰어날 뿐더러 직관적 능력까지 보유한 인공지능이 출현해 중앙계획자(central planner)의 역할을 담당했다면 사회주의 실험이 성공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은 경제계산의 문제가 마치 우리가 경제학에 처음 입문하며 접하는 완전경쟁모형과 같이 정태적 상태의 균형을 산출하는 문제로 간주하는 경제계산 문제에 대한 오류에서 유발된다.

물론 정태적 상태의 경우, 즉 세상의 변화가 없어 경제계산에 주어진 데이터가 변하지 않을 경우, 특정 목표를 향한 시행착오(trial and error) 과정을 거쳐 균형점 산출이 가능할 수도 있다.1) 특히 어떠한 인간보다 뛰어난 연산능력을 보유한 인공지능이 산출을 시도할 때 그 가능성은 높아지며 시행착오의 과정도 훨씬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계획경제가 가능하기 위해 필요한 경제계산은 정태적 상태의 균형점 산출이 아니다.

현실의 세상은 항시 변화하며 특정한 시점의 데이터에 근거해 인공지능이 연산했던 정태적 상태의 균형점은 변화한 세상의 데이터를 반영하지 못한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설계한 계획경제는 항시 변화하는 경제상황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 시장의 힘은 각각의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대처하는 수많은 본능적 행동(spontaneous action)을 반영해 자생적 질서로서 표출되기 때문이다. 계획경제를 위해 필요한 경제계산의 성격을 인식하는 순간 시장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계획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인공지능이 출현해 미래의 변화를 반영한 균형점을 산출한다면 계획경제가 가능한 것 아닌가라고 되묻는 독자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기상예측과 같은 자연 현상에 대한 예측과 경제 현상의 예측을 동일하게 인식함으로써 생기는 오류라고 할 수 있다.

기상예측과 같은 자연 현상의 예측은 수치화된 관찰 정보와 일정한 패턴의 반복을 규명한 자연과학적 법칙에 의해 가능하게 된다. 즉 기상예측과 같은 자연 현상의 예측은 실상 상수적 미래 변화를 내재화한 정태적 모형의 균형점 산출과 유사한 방식으로 인공지능의 출현으로 인해 더 정확한 예측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경제 현상의 예측은 인간 행동에 관한 것으로 정확한 행동 변화의 예측을 위해서는 개개인이 무의식중에 지니고 있는 암묵적 혹은 지역적 지식의 습득 및 수치화가 요구된다. 하지만 이러한 지식들은 지난주 칼럼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과학적 지식과 달리 수치화가 불가능한 초의식적 지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예로 개개인이 암묵적으로 인식하고 자신의 각종 행동 및 선택에 반영하고 있는 가족에 대한 사랑을 정확하게 수치화해 인공지능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 또한 지식의 한계를 넘어설 수는 없다. 따라서 미래의 행동변화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므로 아무리 뛰어난 인공지능이 설계한 계획경제도 시장을 대체할 수는 없다.

사실 개개인의 암묵적 지식을 포함한 완벽한 지식을 인공지능이 가질 경우에도 완벽한 계획경제는 불가능하다. 인간은 기계적 합리성(constructive rationality)이 아닌 진화적 합리성(ecological rationality)을 가진 이성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경제학에서 흔히 가정하는 것과 같이 주어진 상황에 따라 효용을 산출하는 기계가 아니라 자신이 처했던 상황적 경험을 토대로 합리성을 습득하고 발견해 나가는 이성적 존재이다.

따라서 같은 상황에서도 개인의 경험적 요소에 따라 합리성도 상이하며 표출되는 행동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동일한 암묵적 지식에도 불구하고 상이한 합리성으로 인해 다르게 표출되는 개개인의 행동을 인공지능이 예측해 계획경제에 반영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인공지능의 출현이 전혀 쓸모없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항상 자신의 오류, 즉 불완정성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성적 존재이며 인공지능은 인간의 오류를 바로잡고 편향적 습성(bias)을 인식하게 만드는 지원책으로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 또한 인공지능의 상용화는 인공지능 간의 시장경쟁을 가능하게 만들어 개개인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기구로 발전하게 만들 것이다. 다만 인공지능으로도 극복할 수 없는 한계도 인정해야 한다. 계획경제가 요구하는 경제계산은 인공지능의 출현에도 여전히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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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회주의의 특정 목표가 무엇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글/윤상호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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