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말고 측근들만 쳐내기? 친노들 칼 겨눈 곳이...
입력 2016.04.19 05:41
수정 2016.04.19 05:47
전대 앞두고 "추대 고려해야" vs "민주정당에서 무슨"
자세히 보면 김종인 말고 '책임 뒤집어 씌운 적들' 누구?

뇌관은 역시 당 대표 문제다. 구체적으로는 2기 비대위 구성으로 이른바 친정체제를 구축한 김 대표가 ‘합의추대설’에 대한 수용 가능성을 내치비면서다. 앞서 김 대표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의 총의가 모여 자신을 합의추대 할 경우를 전제로 “그때 가서 생각해 볼 문제”라고 답했다. 당 대표 경선 불참을 선언한 그로서는 사실상 추대에 대한 수용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김 대표 측 인사로 분류되는 당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확언은 못하지만, 상황에 따라 필요에 따라선 분명히 합의추대를 고려해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물론 당 대표직을 원하는 분들이 많고 민주적 절차에 따라선 경선이 필요한 것은 맞다"면서도 "어쨌든 여러 가지 당 상황에 따라서는 당연히 합의추대 형식도 고려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반면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나도 합의추대론을 건너 들었는데, 반대하는 쪽에서는 ‘정세균 김진표 같은 사람들이 줄줄이 있는데 합의추대가 말이 되느냐’며 얘기할 가치도 없다고 하더라”며 “추대는 좀 힘들 것 같은데, 만약 경선을 하게 될 경우엔 김 대표가 어떤 식으로든 당에 등을 돌려버릴 가능성도 있다. 자기 역할이 없어졌는데 남아있을 필요가 뭐 있겠느냐”고도 했다.
일각에선 금배지를 단 김 대표에게 ‘지명직 최고위원’직을 줄 거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지명직 최고위원이 사실상 당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눈에 띄는 역할을 하기란 쉽지 않은 만큼, 김 대표가 이를 받아들일지조차 의문이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 15일 언론 인터뷰에서 “당이 내 역할을 원하지 않으면 그뿐이다. 자리다툼 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단호한 태도를 취한 바 있다.
물론 이 역시 시나리오에 불과하다. 주류계 관계자는 "그래도 대표까지 했던 사람인데 손 떼어버리면 그 모양새도 너무 아니지 않느냐"며 "김종인이라는 사람 자체로 경제민주화의 상징이기 때문에 대선때까지 어떤식으로든 역할을 할 거다"라고 내다봤다. 그외 지명직 최고위원 등 당직에 대해선 "대표했던 사람한테 최고위원 주겠나. 일단 원내 비례대표 의원이니까 어떤 방식이든 대선에서 역할은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총선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를 필두로 한 주류 진영이 반대 입장을 드러내면, 당 대표 합의추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럴 경우, 문 전 대표의 입장도 난처해진다. 문 전 대표는 지난해 대표직 사퇴 이후 원외인사인 김종인 대표를 영입, 비상체제를 이끌 수장으로 앉혔다. ‘김종인 체제’를 만든 장본인이 문 전 대표인 것이다. 또한 김 대표에게 대선 정국까지 연속성 있게 당을 이끌어 달라며 공개적으로 역할론에 힘을 싣기도 했다.
하지만 총선 결과 대표급 주자들이 속속 원내에 진입하면서, 김 대표의 거취도 불분명하게 됐다. 당장 주류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김 대표가 당권 장악을 위해 세력 다지기에 나섰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어서다. 김 대표가 비대위 인선에 이어 18일 발표한 당직인선에서도 자신이 후원회장을 맡아왔던 이언주 의원을 비롯해 자신의 비서실장 출신 박수현 의원을 각각 조직본부장과 전략홍보본부장에 임명했다는 것이다.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셀프공천에 이어 셀프대표는 처음 들어보는 북한식 용어다. 합의추대를 해준다면 저도 당 대표를 할 용의가 있다”며 합의추대론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또 "정권교체의 엔진은 당이고 당의 주인은 당원이다. 계몽군주, 절대군주는 정권교체의 엔진이 될 수 없다"며 민주적 절차에 따른 경선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통합행동’ 소속인 정성호 의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합의추대가) 민주적인 정당에서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개혁적이고 유능한 준비된 후보자들이 있기 때문에 경쟁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 대표 문제뿐이 아니다. 주류계는 지난 공천의 문제도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이번 공천 과정에서 김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개인적 감정과 관계가 작용, 김 대표 측 인사들이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을 막는 바람에 시기가 늦어졌고, 당초 기대만큼의 효과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공천과정에서 청년비례대표 부정 의혹과 비례대표 순번 문제 등 잡음이 불거지지 않았다면 과반 의석도 가능했다며 지도부 책임론을 내세웠다.
‘사심 공천 5인방’까지 회자됐다. 정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불의한 사심을 갖고 당을 말아먹으려 호시탐탐 염탐하는 세력은 불퇴전의 각오로 응징하겠다. 사심공천 전횡을 휘두른 5인방을 조만간 공개하겠다”며 "사심 없는 시스템으로 공천하고 비례 공천파동 없이 문재인의 호남 방문을 훼방 놓지 않았다면 더민주가 과반의석 확보했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최민희 의원도 트위터에 "총선 때라 참았지만 이제는 참지 않겠다”며 “김 대표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려 했던 내부의 적들과 싸우겠다. 지역구 획정 때 새누리와 야합해 친문(친문재인) 의원을 물 먹인 분들 자수하라"고 말했다.
당 주류계 핵심 관계자 역시 1기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특정 인사를 거론하며 “진짜 해도 너무한다. 완전히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공천이 장난도 아니고”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표가 호남 가고 나서 정말 분위기가 많이 괜찮아졌다. 지지율도 많이 올랐었다. 그런데도 방해가 된다느니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공격을 하더라. 해도 너무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비상대책위원을 맡았던 박영선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사심공천‘ 논란과 관련해 "현재까지 알려진 것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증거 자료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 진실이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김 대표는 전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는 “진짜 현실적 정치인이면 선거결과를 보고 실상이 뭔지를 스스로 알아야 한다”며 “문 전 대표가 총선 과정에서 드러난 수도권 민심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하고 나서 대권 준비를 해야겠다고 할 것 아니냐. 이번에 1당이 됐다는 환희만 갖고 지내다간 아무것도 안 돼버린다”며 문 전 대표의 한발 후퇴를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