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기계’ 김현수, 특급 외인에 맥 못췄다
입력 2016.03.18 16:29
수정 2016.03.19 09:43
지난해 WAR 10위 이내 외인 상대로 타율 0.222
적응의 시간 보장히는 쇼월터 감독 존재는 다행
KBO리그 시절 ‘타격 기계’로 명성을 떨쳤던 김현수(29·볼티모어)가 메이저리그 적응에 애를 먹고 있다.
김현수는 이번 시범경기서 13경기에 출장, 타율 0.162(37타수 6안타)에 그치고 있다. 당초 ‘김현수만큼은 통할 것’이라는 주위 평가를 완전 무색케 하는 대목이다.
볼티모어가 김현수와 계약하며 주목했던 부분은 바로 정교한 타격과 볼을 골라내는 선구안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김현수는 KBO리그 10년 동안 3할이 넘는 통산 타율을 기록한데다 볼넷(597개)이 삼진(501개)보다 많을 정도로 타석에서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볼티모어는 700만 달러라는 거금을 선뜻 투자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김현수의 ‘기계 타격’이 나오지 않고 있다.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뒤 연일 무안타로 침묵했고, 급기야 수비에서도 실수하는 장면이 나오며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된 모습이다. 최근 안타를 뽑아내고 있지만 대부분이 빗맞거나 상대 실책성 플레이에 의한 머쓱한 출루가 전부였다.
그나마 다행은 볼티모어의 벅 쇼월터 감독이 김현수에게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피츠버그 강정호와의 직접적 비교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쇼월터 감독은 지난 11일, '볼티모어 선'과 인터뷰에서 "강정호가 지난해 얼마나 천천히 기량이 올라왔는지를 피츠버그 관계자와 이야기했다"면서 "강정호의 사례를 염두에 둬야 한다. 김현수는 어디까지나 적응 과정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수가 쇼월터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선수 본인이 타격감을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김현수가 KBO리그 시절에도 외국인 투수를 상대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김현수가 지난해 WAR(대체선수대비 승리 기여도) 10위 이내(스탯티즈 기준)에 든 외국인 투수 7명을 상대로 기록한 성적은 타율 0.222(54타수 12안타) 2홈런 12타점 9볼넷 10삼진에 불과하다. 특급 중 특급으로 활약했던 NC 해커, 넥센 밴헤켄, 롯데 린드블럼, LG 소사에게는 타율 0.147에 그쳤다.
2014시즌에도 마찬가지다. 당시에도 10위 이내 외국인 선수 5명(밴헤켄, 밴덴헐크, 옥스프링, 해커, 리오단)에게 타율 0.278(36타수 10안타)을 기록하는데 그쳤고, 1개 홈런과 8개 타점만을 뽑아냈다. 3할 타율의 상징과도 같은 김현수의 성적표라 하기에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KBO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투수들은 메이저리그에 잠깐 몸담거나 마이너리그에 머문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반면, 현재 김현수가 마주하고 있는 투수들은 이들보다 더 높은 수준의 공을 던지는 투수들임에 분명하다. 시범경기가 종반으로 치달을수록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합류할 ‘1군급’ 투수들이 대거 등장할 예정이라 김현수 입장에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