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애처럼 애교도 좀”…대학 강의실 성차별 심각
입력 2016.03.08 10:27
수정 2016.03.08 10:29
고려대 여성주의 교지 ‘문제발언’ 대자보로 제작·게시
지성의 상아탑인 대학 강의실에서 교수들이 여성을 차별하거나 성희롱하는 발언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여성주의 교지 ‘석순’ 편집위원회는 8일, 개강을 맞아 약 1주일간 인터넷으로 ‘고려대 강의실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여성 혐오적 말’을 제보받아 ‘문제가 있는 발언’을 모은 대자보를 교내 곳곳에 게시했다고 밝혔다.
대자보에 실린 18개의 차별 발언에는 여성은 너무 똑똑하면 인기가 없으니 백치미가 있어야 한다는 등 여성의 외모, 성격,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그대로 담긴 발언들이 있었다.
어떤 교수는 자신의 부인을 ‘여편네’라고 칭하면서 결혼을 하고 40대가 되면서 ‘개판’이 되었다고 하는 등 강의실에서 적절하지 않은 언행을 일삼았고, 또 다른 교수는 다른 여성 교수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그 여자는 성격이 왜 그렇지? 남편 직업이 그 분야라 닮는 건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여자는 본능적으로 남성의 재력에 이끌리게 세팅되어 있다”고 하거나 “남학생들은 배낭을 메고 다니는데 여학생들은 전공 책도 안 들어가는 핸드백을 들고 다닌다”라며 “공부할 자세가 안됐다”고 여학생들을 차별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고려대 교원윤리규정은 제6조 2항으로 교원이 동료 교원, 직원과 학생을 성별종교국적장애사상 등을 이유로 차별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7조에서는 성폭력 및 성희롱을 해서도 안 되며, 이를 묵인해서도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대자보를 기획한 석순 편집위원은 “강의실에서 교수의 여성 혐오적 발언을 듣고 당황하거나 불쾌했던 적이 있다는 이야기가 편집위원 회의에서 나와 이 문제를 학교 전체적으로 공유하고자 기획했다”며 “기간이 짧았는데도 제보가 40여 건 이상 들어왔고, 그 수준도 심각했다”고 알렸다.
석순 SNS 페이지에는 해당 학과와 교수를 공개해 달라는 문의도 있었지만, 석순 측에서는 행정적인 조치가 목적이 아니므로 이번에 밝힐 수는 없으며, 추후 이러한 사항에 대해서 논의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노정민 고려대 양성평등센터 전문상담원은 “성별에 근거한 차별 발언을 지적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무엇 때문에 그 발언들이 지적되는지 그 이유를 꾸준하게 공유해야 상황이 바뀔 것”이라며 “기성세대도 자신의 인식과 학생이 공유하는 가치관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