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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그리거 아름다운 패배…또 하나의 레전드 무대

김윤일 기자
입력 2016.03.06 15:50
수정 2016.03.07 14:22

UFC 196 메인이벤트서 네이트 디아즈에 TKO패

2체급 뛰어 넘는 도전 나섰지만 무리수 확인

맥그리거는 네이트 디아즈를 상대로 체급의 한계를 실감했다. ⓒ 게티이미지

비록 패했지만 코너 맥그리거의 위대함이 고스란히 묻어난 경기였다.

맥그리거가 6일(한국시각)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UFC 196 메인이벤트에서 네이트 디아즈를 상대로 2라운드 TKO패했다.

애당초 맥그리거 입장에서는 너무도 불리한 대진이었다. 맥그리거는 지난해 12월, UFC 194에서 조제 알도를 꺾고 페더급(61.23kg~65.77kg) 챔피언벨트를 허리에 두르자마자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그가 지목한 상대는 한 체급 위인 라이트급(65.77kg~70.30kg) 챔피언 하파엘 도스 안요스였다. 맥그리거가 도스 안요스와 붙기 위해서는 체중 증량의 숙제가 있었지만 원래 라이트급과 페더급을 오간 선수였기 때문에 큰 무리는 아닐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변수가 발생했다. 맞대결을 11일 앞두고 도스 안요스가 훈련 중 골절상을 당하게 됐다. 이에 UFC 측은 급하게 맥그리거와 싸울 상대를 찾았고, 적임자는 ‘악동’ 네이트 디아즈였다.

문제는 체중이었다. 디아즈는 라이트급보다 한 단계 위인 웰터급(70.30kg~77.11kg) 선수였기 때문이었다. 불가능한 도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맥그리거는 흔쾌히 응했고, 계체량 행사에서 10kg 정도를 불려 경기에 나서게 됐다.

1라운드가 시작되고 맥그리거가 의외로 압도하는 그림으로 전개됐다. 특유의 경쾌한 스텝에 이은 전광석화와 같은 왼손 스트레이트가 디아즈 안면에 수차례 꽂혔다. 맥그리거의 빠른 스피드에 놀란 디아즈는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고, 경기 초반 오른쪽 눈두덩이 찢어지며 시야까지 방해받는 악조건에 놓이게 됐다.

맥그리거는 쉴 새 없이 입을 놀리며 디아즈를 압박했고, 듯 크게 뒤돌려 차기를 시도하는 등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그만큼 맥그리거의 펀치는 정확한 반면, 디아즈는 자신의 긴 리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2라운드 들어서도 마찬가지였다. 맥그리거는 흡사 격투기 강의를 하듯 안면에 피를 잔뜩 흘리는 디아즈를 상대로 펀치와 킥을 자유자재로 꽂아 넣었다. 그러다 반전이 일어났다.

디아즈는 좀비 복싱의 일인자답게 불리한 상황에서도 전진 스텝을 밟기 시작했고, 회심의 왼손 스트레이트가 맥그리거 턱에 정확히 들어갔다. 2라운드 2분 22초를 지나던 시점이었다. 이때부터 맥그리거는 크게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스텝을 전혀 밟지 못한 채 움직임이 둔해졌고, 디아즈의 묵직한 웰터급 펀치를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코너에 몰린 맥그리거는 테이크다운을 시도, 위기를 탈출하려 했으나 오히려 탑마운트 포지션을 내주며 파운딩을 얻어맞았고, 힘이 잔뜩 빠진 상태에서 길로틴 초크에 이은 리어 네이키드 초크가 들어오자 탭을 치고 말았다.

맥그리거는 패한 뒤 옥타곤 인터뷰서 "승리한 디아즈를 존중한다"고 어렵게 운을 뗀 뒤 "디아즈에 비해 힘의 분배가 효율적이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다시 챔피언으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장내 관중들은 비록 패했지만 위대한 도전에 나섰던 맥그리거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기량이 아닌 타고난 신체 조건의 차이가 분명했음에도 어려운 길을 택했기 때문이다. 험한 설전을 주고받았던 디아즈 역시 경기가 끝나자 혼쭐난 듯 맥그리거에게 다가가 경의를 표시하기도 했다. 맥그리거 입장에서는 15연승 행진이 중단됐지만, 자신의 커리어에 있어 하나의 레전드 무대를 추가한 순간이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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