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웅 "유승호는 날개 없는 천사, 홀딱 반했죠"
입력 2016.02.28 08:00
수정 2016.02.29 10:40
SBS '리멤버-아들의 전쟁'서 박동호 역 맡아
"악역 이미지 벗어…시청률 20% 달성 기뻐"
"살려는 드릴게."
'악역 전문 배우' 박성웅(43)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명대사다. 영화 '신세계'에서 섬뜩한 악역 이중구로 긴 무명 세월을 떨쳐낸 박성웅은 이후 '황제를 위하여'(6), '살인의뢰'(2014), '무뢰한'(2015), '오피스'(2015) 등 다양한 작품에서 강하고 센 캐릭터를 도맡았다.
그러다 SBS '리멤버-아들의 전쟁'(2015~2016)과 '검사외전'(2016)에 연달아 출연하면서 악역 이미지를 말끔히 벗었다.
두 작품 모두 시청률, 화제성 면에서 대박을 터뜨리며 박성웅에게 행운을 안겨 줬다. 최근 시청률 20%를 웃돌며 종영한 '리멤버'에서 박동호 변호사로 열연한 그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박성웅은 그간 작품에서 보여준 이미지와 달리 개그 욕심이 많고 농담도 툭툭 던지는 애교 넘치는 남자다. 시종일관 유쾌한 모습으로 기자들과 얘기한 그가 그간 악역을 어떻게 소화했는지 놀랄 정도였다.
'리멤버' 방송 전 그는 '드라마계의 신세계'라고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국민 남동생' 유승호의 지상파 복귀작인 드라마는 방송 내내 화제를 모았으나 극 중반부를 넘어서며 질질 끄는 전개로 '고구마'(속이 답답하다는 뜻)라는 비판을 받았다.
박성웅이 분한 박동호 변호사 역시 극 초반 강렬한 존재감을 보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붕' 뜬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배우로서 아쉬움이 들 법한 부분이다.
박성웅은 "아쉽긴 하지만 드라마는 팀플레이라서 누구 한 명에게만 초점을 맞출 순 없다"며 "서진우(유승호)의 스토리를 중심으로 이끄는 드라마라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비판을 받은 부분도 있지만 많은 시청자가 선택한 작품이라는 건 수치로 나와 있다"며 "'드라마계의 신세계'라는 믿음은 방송이 끝나서도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를 끝내고 서울로 올라오는 KTX 안에서 대본을 단숨에 읽었다는 박성웅은 "1,2회를 읽고 이거다 싶었다"며 "공중파 작품이라서 부담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내 파트너' 승호 덕분에 잘할 수 있었다"고 웃었다.
극 중 서진우와 박동호는 부모의 악연으로 얽히고설킨 관계다. 동호는 아버지 누명을 벗기려 애쓰는 진우를 돕다 결정적인 순간에 포기한다. 시간이 흐른 뒤 그는 남규만(남궁민)이 서촌 여대생 살인사건의 진범이라는 증거를 내놓고 정의를 바로 잡는다.
박성웅은 "승호한테 반해서 동호 캐릭터를 실감 나게 표현할 수 있었다"며 "승호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 좋았다"고 무한 사랑을 드러냈다.
"피 한 방울까지 좋았다니까요? 하하. 이렇게 말하니까 무섭죠? 승호는 날개 없는 천사예요. 힘든 촬영 스케줄에도 얼굴 한 번 찡그린 적 없었답니다. 어린 나이에 그렇게 하기 쉽지 않아요. 연기에 대한 절제된 열정도 있는 친구고요. 승호 앞에서 '아재 개그'를 일삼았는데 그럴 때마다 승호는 빙그레 웃기만 해요. 모든 사람이 승호를 사랑합니다. 제가 너무 사랑해서 계속 '백허그'했죠(웃음)."
최근 방송에서 박성웅은 유승호가 걸그룹 에이핑크 오하영 팬이라고 밝혀 화제가 됐다. "당시 승호에게 '나 덕분에 검색어 1위 됐다'고 하자 승호가 그냥 '허허' 웃었어요. 승호는 그런 아이예요. '허허' 웃기만 하고...정말 예쁜 친구랍니다." 박성웅은 유승호의 표정을 따라 하며 흡족해하기도 했다.
충청도 출신이 그가 구사한 경상도 사투리 연기에 대해선 다양한 평가가 잇달았다. "어느 나라 말이냐?"는 얘기도 들었다고. "좋게 봐주신 분들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죠. 사투리 연기가 처음이라서 힘들었어요. 선생님에게 배우면서 200% 노력했답니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부정적인 반응에 휘둘리지 않았습니다."
박동호는 화려한 패션을 추구하는 변호사였다. 다소 난해한 의상도 건장한 체격을 지닌 박성웅이 걸치면 빛났다. "처음엔 걱정했는데 잘 어울려서 놀랐어요. 큰 키(187cm)를 주신 부모님께 감사해요. 하하."
악역의 대명사인 그도 치를 떨게 한 '절대 악'이 있었으니. 바로 남규만 역을 맡은 남궁민이다. 특히 남규만은 중반을 넘어서며 코믹한 악역으로 거듭나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박성웅은 "남규만은 한마디로 '미친놈'이다. '사이다'(속이 뻥 뚫린 것 같은 시원함) 전개를 보여주려고 매 순간 남규만을 때리고 싶었다. 악역을 연기한 궁민이가 힘들었을 듯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올해 연기 인생 20년을 맞은 박성웅의 이력은 꽤 독특하다. 한국외대 법학과 출신인 그는 사법고시를 포기하고 배우로 과감히 방향을 틀었다. '모래시계'의 최민수를 고교 시절부터 선망해왔다고.
꿈은 컸으나 연기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1997년 영화 '넘버3'로 데뷔한 그는 꽤 10년이 넘는 무명 생활과 굶주림을 버텼다. 그러다 운명적인 작품 '신세계'(2012)를 만났다. 박성웅은 "데뷔 16년 만에 만난 작품"이라며 "무명, 굶주림, 힘듦이 날 이 자리까지 오게 했다"고 말했다.
차기작도 줄줄이 있다. '그대 이름은 장미', '이와 손톱', '해어화', '인천상륙작전' 등 쉴 틈이 없다. 그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힘들었던 시절을 생각하면서 연기해요. 배우는 연기할 때 살아있다고 느끼거든요. 과거에 일이 없어서 배고팠을 때를 생각하면 요즘의 전 정말 행복한 사람이에요. 매 순간 소중하고 감사합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