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숙성된 '투란도트' 창작뮤지컬 새로운 길 개척
입력 2016.02.21 10:50
수정 2016.02.21 17:13
거듭된 업그레이드 과정 거쳐 마침내 서울 입성
서울 넘어 세계무대 진출 욕심…의미 있는 행보
뮤지컬 '투란도트'가 6년간의 긴 숙성 과정을 거쳐 서울에 안착했다.
2010년 초연 이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과 중국 동관시, 닝보, 항주, 상해 등 에서 공연 되며 성장을 거듭하던 뮤지컬 '투란도트'에게 여러모로 의미 깊은 첫 서울 장기공연이다.
그동안 엄청난 제작비를 쏟아 붓고도 초연의 실패로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린 여러 작품들을 떠올리면 '투란도트'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투란도트'의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DIMF(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배성혁 집행위원장은 19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서울 공연에 이어 올해 중국 2개 도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더 업그레이드해서 훗날에는 꼭 브로드웨이에서 브로드웨이 배우들이 한국 작품을 라이선스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야심을 드러냈다.
'투란도트'는 세계 4대 오페라로 꼽히는 푸치니의 동명 오페라를 모티브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을 겨냥해 제작된 '글로벌프로젝트'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바다 속 신비의 왕국이라는 가상의 세계를 창조함으로써 걸작 오페라가 갖고 있는 친숙함에 신선함을 더했다.
서울 공연이 특히 주목받고 있는 건 드라마, 음악, 안무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역대 '투란도트' 공연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업그레이드를 진행했다는 점이다. 유희성 연출은 "계속 진화하고 뻗어나갈 수 있는 작품이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가장 큰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새롭게 추가된 뮤지컬 넘버다. 이미 '부를 수 없는 나의 이름', '마음이란 무엇인지', '어쩌면 사랑', '오직 나만이' 등 중독성 있는 멜로디로 많은 관객들을 사로잡은 바 있는 장소영 음악감독이 서울 공연을 위해 2곡을 새롭게 작곡했다.
특히 차가운 심장을 가진 투란도트의 심리 변화가 두드러지는 듀엣곡 '그 빛을 따라서'는 두 사람의 아름다운 하모니는 물론, 서정적인 멜로디로 또 하나의 명곡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장소영 음악감독은 "작품이 처음엔 대립하다 나중에 화합으로 이끌어가게 되는데, 캐릭터가 감정에 호소하는 마음을 이야기하는 곡들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엔딩이 약하다는 지적이 있어 투란도트의 마음이 변해가는 과정을 2중창을 통해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박소연, 리사, 알리(이상 투란도트 역), 이건명, 정동하, 이창민(이상 칼라프 역), 이정화(류 역) 등 화려한 라인업도 기대감을 전한다.
2010년 초연부터 줄곧 투란도트 역으로 함께 해온 박소연은 "이번 공연은 3명의 투란도트, 3명의 칼라프, 3명의 류가 있다. 투란도트의 경우 3명이 9번씩 나눠서 공연을 한다"면서 "한 번의 공연이 이렇게 아깝고 소중하게 느껴진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공연을 마치고 나면 탈진을 할 정도로 에너지를 남김없이, 120% 발산한다"면서 "오픈 공연을 마쳤는데, 전해 듣기로는 좋은 평들이 많다고 하더라"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첫 서울 공연에 대해 쏠리는 높은 관심만큼 배우들의 부담감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18일 칼라프 역으로 첫 무대에 올랐다는 이창민은 "컨디션이 안 좋아 병원에서 약을 먹고 공연을 했다. 고음과 저음이 왔다 갔다 하는 곡이 있는데 마지막에 고음을 질렀다가 빈혈이 와서 고생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투란도트 역을 연기한 리사 또한 "너무 열심히 준비하다 보니 장염에 걸렸다. 그런데 이창민이 아팠다는 건 몰랐다. 둘 다 아프면서 한 건데 감정은 정말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 투란도트 역을 맡아 뮤지컬배우로 처음 인사를 하게 된 알리는 "아직도 뮤지컬 배우라는 단어가 사실 어색하다"면서 "공연이 끝나는 3월에는 뮤지컬 배우라는 수식어가 좀 더 어울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알리는 "작품에 대해 너무 많은 애정이 쏟아지고 있다. 저 또한 그만큼 열심히 투지를 불태워서 노래를 하고 있다"면서 "특히 봄이 다가온 지금 공연을 올리게 돼 너무 좋다. 개인적으로 앙코르 공연까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박소연과 함께 초연부터 이 작품의 성장 과정을 함께 한 이건명은 "처음엔 이렇게 오랫동안 공연되는 작품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중국에서 사랑받은 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데, 서울 공연 또한 행복한 추억으로 남기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또 한 단계 성장한 '투란도트'는 17일 개막을 시작으로 다음달 13일까지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장기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