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육룡이 나르샤' 돌연 삼룡이 '전락'
입력 2016.02.17 12:35
수정 2016.02.17 12:36
고려 말부터 조선 건국 둘러싼 '육룡'의 맹활약
인기리 방영 속 극후반 무리한 캐릭터 설정 눈총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가 무리한 캐릭터 설정으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시청률 고공행진 중으로 인기리에 방영 중인 가운데 조선건국 이후 인물들간의 갈등을 그리는 과정에서 다소 설득력 떨어지는 설정으로 때아닌 '입방아'에 오른 것이다.
'육룡이 나르샤'가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육룡’으로 대변되는 여섯 인물이 새 나라 ‘조선’을 건국하는 과정에서 각각의 매력과 살아있는 캐릭터를 선보이며 다양한 연령층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특히 팩션사극이지만 역사 전개를 고스란히 반영해 '역사는 스포일러=스포일러도 재미있다'는 인식을 주면서 인기에 더욱 불을 지피고 있다.
유아인 신세경 윤균상 등 청춘스타들의 무겁지만은 않은 사극 처리와 천호진 김명민 등 여섯룡 중 중견급 배우들도 정통사극과는 다른, 다소 중후함 속에서도 살아있는 캐릭터를 그려내며 인기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김영현 작가의 필력 속 차곡차곡 쌓여온 스토리가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으며 예상 밖 인물들의 등장과 관계도를 그려나가며 1분 드라마로서의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방원(유아인)의 흑화를 시작으로 ‘하여가와 단심가’ 등 굵직한 역사적 사건을 실감나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관심도를 최고점으로 이끌어내고 있는 상황에서 조선 건국 후 개국공신에서 제외된 이방원과 스승처럼 믿고 따르던 정도전의 갈등, 그리고 예고된 왕자의 난 등이 그려지면서 다소 아쉬운 캐릭터 설정이 아쉬움을 낳고 있다.
'육룡이 나르샤' 후반기 핵심 중 하나는 이방원과 정도전의 갈등이다. 극중 이방원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함’을 참아내지 못하는 인물이다. 썩은 고려에서 길을 찾기 위해 헤맸던 그에게 정도전은 새로운 길이었고 정도전이 꿈꾸는 새 나라 조선은 이방원에게 목숨을 걸고서라도 갖고 싶은 것이었다. 때문에 아버지 이성계 몰래 안변책에 인장을 찍었고, 지략을 펼쳐내며 혁명파를 구해냈다.
그러나 정도전은 조선을 ‘왕의 나라’가 아닌 ‘재상의 나라’로 만들고 싶었고 모든 권력이 사대부에게 있는 재상총재제를 꿈꿨다.
반대편에 선 이들의 갈등이 본격화 되면서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왕'이라는 감옥에 갇혀 어떤 정치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이성계(천호진)의 모습과 모든 전권을 차지하며 조선의 좌지우지 하는 탐욕가로 그려지고 있는 정도전(김명민), 그리고 만능 해결사로 그려지고 있는 분이(신세경) 등을 둘러싼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방원과 그를 따르는 무휼, 정도전을 따르는 이방지가 그나마 자신의 캐릭터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방원 캐릭터 역시 "조작적 미화", "심하게 몰입", "육룡 아닌 이방원 드라마" 등의 지적 역시 이어지고는 있지만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설득력 있는 캐릭터'라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여섯용 이성계(천호진), 정도전(김명민), 이방원(유아인), 이방지(변요한), 분이(신세경), 무휼(윤균상)의 조선 건국을 둘러싼 관계도가 이 드라마의 핵심이다. 거기에 팩션사극이라는 양념이 적재적소 배합돼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10회를 앞둔 상황에서 극의 설득력을 얻기 위해 무리하게 캐릭터 설정을 이어간다면 '팩션 사극'이 아닌 다분히 '판타지 사극'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육룡이에 열광하는 시청자들은 드라마와 함께 역사 찾아보기 재미도 쏠쏠하게 느끼고 있다. 실존 인물과 가공 인물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몰입하며 보는 드라마로 꼽히고 있기도 하다. 때문에 무리하게 왜곡된 캐릭터 설정이 아쉬운 대목이다. 용두사미가 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