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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놓고 왜그래"? 데이트 폭력은 데이트 아니다

하윤아 기자
입력 2016.02.17 10:33
수정 2016.02.17 10:37

관련법, 무관심으로 번번히 폐기…"데이트폭력은 인권 침해"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데이트 폭력 피해자들이 2차 피해로 인해 상담이나 신고를 기피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증언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연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데이트 폭력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들은 가해자로부터의 직접 피해 외에도 사회의 잘못된 통념으로 인한 2차적 피해를 두려워해 상담이나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17일 PBC 라디오에 출연해 “(피해자들은) 폭력을 공개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인데 즐겨놓고 왜 그러냐’라는 손가락질을 받을 것이라고 걱정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실제 피해자들은 애초부터 데이트 폭력에 대한 상담이나 신고를 기피하는 경향이 상당하다는 게 이 소장의 설명이다.

이 소장은 “1차적인 피해는 직접적으로 가해자로부터 받은 피해라고 한다면 우리 사회가 데이트 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으로 인해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의심하는 것을 2차 피해라고 이야기한다”며 “(2차 피해로 인해) 피해자가 고통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연간 7600여건의 데이트 폭력이 발생하고 있다는 경찰청 통계를 인용하면서 “데이트 폭력 앞에 데이트가 붙어서 과격한 사랑이 아니냐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이것은 정말 인권 침해”라며 심각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소장은 데이트 폭력과 관련한 법령이 없는 점을 문제로 짚었다. 그는 “데이트 폭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 스토킹, 지속적인 괴롭힘, 집착 등인데 이에 대해 관련법이 없다”며 “단지 경범죄에 벌금 8만원에 처해지는 정도라 실제적인 도움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데이트 성폭력일 경우에는 성폭력 특별법에 의해 처벌을 받을 수 있는데 ‘연인들 간의 성관계다’, ‘난폭하긴 하지만 연인들 개개인의 문제다’라는 인식이 아직도 사회적으로 팽배해 있어 성폭력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스토킹 관련법을 만들자는 사회적 움직임에 부응해 일부 국회의원들이 ‘스토킹 방지법’을 마련해 상정했지만 법안은 특별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자동 폐기돼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소장은 경찰이 데이트 폭력 전담반을 꾸려 엄정 처벌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전담반이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그는 “그동안 데이트 폭력은 사회적 범죄가 아니라 당사자들 간의 연애문제라고 치부하고 방치했던 것에 대해 경찰이 이제라도 제대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환영한다”면서도 “그럼에도 한달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것 자체는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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