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솔까말 개취죠 취존해줘요" - "?????"
입력 2016.02.07 10:35
수정 2016.02.07 10:35
"그게 무슨 말?" 이질적 언어 사용에 벌어지는 세대차
삶과 함께한 '순우리말'로 세대 간 정서 공유할 필요
단어 사용에서의 차이가 세대 간 대화와 소통을 어렵게 만들고 있어 언어에서의 이질감을 줄여나가기 위한 노력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 간 모바일 채팅 상황을 재구성한 모습. ⓒ데일리안
솔까말, 낫닝겐, 핵노잼...
1020세대가 사용하는 이 같은 단어를 들은 5060세대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당최 무슨 말인지 감도 오질 않는다. 사전에도 없는 이런 단어들은 도대체 누가 만든 것일까. 외계에서 온 것일까. 무슨 뜻인지 물으면 ‘그것도 모르냐’라고 다그칠 것 같아 차마 입이 떨어지질 않는다.
깜냥, 시나브로, 옹골지다...
5060세대의 대화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러한 단어들은 1020세대에게 생소하게만 느껴진다. 사전을 찾아보니 단어 뜻풀이는 돼 있다. 그런데 이런 단어들을 대체 언제, 어디서 사용해야 하는 것일까. 쓰임새를 물어보면 ‘요즘 애들은 국어 공부도 안하나봐’라는 핀잔이 돌아올 것 같아 입을 꾹 닫는다.
세대 간 언어 사용에서의 차이가 대화와 소통을 어렵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축약형 단어와 외래어를 변형한 신조어들로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 1020세대와 풍성하고 섬세한 의미를 담고 있는 순우리말을 사용한 문장으로 상황을 묘사하는 5060세대 간의 소통이 어려운 현상은 사회문제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대통령 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가 발표한 ‘언어 사용에 대한 국민 의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3세 이상 국민 1000명 중 82.1%가 청소년의 은어가 다른 세대와의 갈등을 유발하는 원인이라는 데 대해 ‘공감한다’고 답했다. 이는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16.6%)에 비해 4배 이상 높은 수치다.
특히 청소년들의 언어 사용에 대한 가정 및 학교의 교정 필요성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86.3%가 ‘바로잡아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대로 ‘10대만의 문화이기 때문에 가정이나 학교가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보인 응답자는 12.7%로 나타났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 소통 도구인 ‘언어’에 있어서 세대 간 차이는 우리 사회의 갈등 요소로 여겨질 뿐만 아니라 극복해야할 숙제로 거론되고 있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세대 간 언어의 이질감을 줄여나가기 위해 서로 간에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신조어 형성, 미디어 시대와 직결…청소년 세계관 인정하는 노력 필요
국어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청소년 언어의 형성이 미디어의 발달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 빈도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지면서 신속성이 강조되다보니 자연스럽게 축약된 형태의 단어를 활용하게 됐다는 것이다.
민병곤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는 ‘데일리안’에 “익숙한 말을 비틀거나 줄여 새로운 표현을 만들고 또 이를 향유하는 것은 전 세대에 걸쳐 공통된 현상”이라면서도 “다만 오늘날에는 인터넷이 발달하고 스마트폰을 즐겨 사용하다 보니 단어 축약 현상이 자주 나타나고, 예전에는 신조어가 해당 집단에서 집중적으로 향유되었다면 현재는 인터넷 등을 통해 신조어가 빠르게 그리고 광범위하게 퍼져 대부분의 구성원에게 알려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형래 국립국어원 박사도 본보에 “어느 시대에나 상황에 맞는 축약어나 신조어가 등장하곤 했다”면서 “다만 현대의 청소년들이 단어를 축약하거나 신조어를 만들어내는 이유는 우선 빠른 전달력을 요구하는 정보화 사회의 환경적 요인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들 전문가들은 미디어의 발달과 맞물린 청소년들의 언어 사용 변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이나 멸시가 담긴 언어나 ‘○○충’과 같은 자조적 언어가 나타나고 있는 점은 염려스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단순하고 즉흥적인 단어들로 단편적 생각들만 내뱉어 자신의 정신적 세계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신조어 사용으로 세대 간 소통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데 크게 공감했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단어 축약이나 신조어 행태를 단순히 잘못된 것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를 계도의 대상으로 보기보다 청소년들만의 고유한 문화로 인정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민 교수는 “언어 사용의 차이는 결국 세계관과 고민의 차이”라며 “기성세대는 청소년들의 신조어와 단어 축약 등을 보고 청소년들을 '아직 미성숙한 세대'가 아니라 고민과 세계관이 있는 세대로서 인정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박사도 “신조어 현상을 지나치게 청소년들의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며 “청소년들만의 고유하고 독특한 문화로 인정하거나 이해하려는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소통이 더욱 단절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청소년들에게 순우리말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세대 간 소통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김 박사는 “순우리말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면 할수록 세대 간 정서적인 부분을 공유하기 어려운 부분이 생긴다”며 “순우리말로 표현했을 때 쉽게 와 닿고 정서적으로도 공감할 수 있는 까닭은 순우리말이 우리의 삶과 함께해왔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청소년들에게 우리말이 얼마나 생산적으로 우리의 정서를 드러낼 수 있는지를 접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