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여중생 유인해 성관계, 강제 아니어도 ‘유죄’

재판부 "강간 아니더라도 성관계 목적 상대 속였다면 처벌"

가출한 여중생에게 ‘가출 청소년 모임이 있다’고 속여 자택으로 유인, 성관계를 가진 20대 남성이 유죄를 선고받았다. (자료사진) ⓒ연합뉴스

강제가 아니더라도 성관계를 목적으로 상대를 속였다면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일 대법원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강간 등 치상)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26)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2014년 A 씨는 가출청소년 사이트에 '집을 나왔는데 1만원밖에 없다. 같이 지낼 패밀리를 구한다'는 B 양의 글을 보고 실제 나이가 25살임에도 "나는 19살이고, 남자 1명, 여자 2명과 살고 있다. 성매매는 없다" 등 말로 A 양을 속여 자신의 집으로 유인한 뒤 성관계를 가졌다. 이에 검찰은 B 씨가 A 양을 성폭행한 것으로 보고 강간등치상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1심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 등 치상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B 양이 법정에서 “A 씨가 무서워서 성관계를 한 것도 아니고 반항하지도 않았다”고 경찰 조사 때 진술을 번복했기 때문이다. 진술을 바꾼 이유에 대해서는 “엄마에게 혼날까봐 거짓말을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2심은 검찰이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한 간음유인죄를 적용해 A 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기망 또는 유혹에 속아 성관계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믿고 A 씨의 집으로 간 것”이라며 “A 씨는 집에 들어간 지 10분 만에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지는 등 피해자를 간음할 목적으로 자신의 주거지로 유인했음이 인정 된다”고 밝혔다. 형법상 간음을 목적으로 남을 약취 또는 유인하면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어서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성적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갈 곳 없는 가출 청소년의 처지를 이용해 피해자를 자신의 주거지로 유인한 뒤 실제로 성관계까지 나아갔다"며 "그에 상응하는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