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판의 스포츠 영웅들, 달콤보다 쌉싸름
입력 2016.02.02 10:47
수정 2016.02.03 11:43
총선 앞두고 스포츠 스타 출신들 러브콜 잇따라
팬들, 숱한 명승부의 추억 진흙탕 속 퇴색 우려
'피겨퀸' 김연아는 최근 정치권 러브콜 소문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제20대 국회의원 선거(4.13)를 앞두고 스포츠 스타 출신 인사들에 대한 정치권의 러브콜이 직간접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조훈현 9단의 경우 최근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개인적으로 영입을 검토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같은 스포츠 스타들에 대한 정치권의 러브콜 소식이 알려지면서 누리꾼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부정적 반응이 많다.
또 ‘피겨여왕’ 김연아와 ‘코리언 특급’ 박찬호, 그리고 역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장미란이 정치에 입문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본인들의 강력한 부인으로 일단락됐다. 본인들의 부인에도 자천타천으로 스포츠 스타 출신들의 정치 입문설이 끊이지 않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과거 올림픽과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나 프로 스포츠 무대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스포츠 스타들의 대중적 인지도와 호감도가 선거에서 본인은 물론 소속 정당의 이미지까지 상승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단 한 석이 아쉬운 정당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카드였다.
이미 정치권에는 정치인으로서, 또는 예비 정치인으로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탁구 국가대표로서 한국 구기 스포츠 역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던 ‘사라예보의 기적’의 주역 이에리사 의원(새누리당)과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문대성 의원(새누리당)이다.
우선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활동해온 이에리사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는 대전 중구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기간 중 스포츠 분야의 여러 법안 발의에 의욕적으로 활동한 이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돈독한 인연과 집권 여당의 어드밴티지를 등에 업고 있다는 평가다.
문대성 의원의 경우, 불과 한 달 전 정치권에 환멸을 느낀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출마 권유에 입장을 번복하고 다시 선거에 나서기로 한 케이스. 문 의원은 지난 선거에서 부산 사하구에서 당선됐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인천 남동구도 지역구를 바꿔 출마한다.
이 밖에도 이번 선거에 뛰어든 스포츠 스타 출신의 대표적인 인물은 씨름 천하장사 출신의 이만기 인제대 교수를 들 수 있다. 이 교수는 이번 선거에 새누리당 간판을 달고 금배지에 도전한다.
씨름 스타 출신의 이만기 교수는 새누리당 간판을 달고 금배지에 도전한다.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현역 선수 시절 10차례나 씨름 천하장사에 올랐고 모래판을 떠난 이후에는 인제에서 대학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지역 기반을 다지는 한편 방송인으로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며 높은 대중적 인지도와 인기를 자랑한다.
앞서 언급했듯 스포츠 스타 출신들의 정치 입문은 그들이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철저한 자기관리로 정상의 자리에 선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이미지를 선거에 활용하려는 정당 입장에서는 매우 매력적인 카드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유권자들이 입법 기관으로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연예계 스타 출신의 이미지 위주의 후보들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스포츠 스타 출신의 후보들에게도 비슷한 입장을 지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이 선수 시절과 같은 활약을 정치권에서 보여주기에는 현실적 한계가 존재한다.
흔히 하는 말로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거나 ‘사람은 한 우물을 파야 한다’는 식의 말은 요즘 시대에는 별로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따라서 스포츠 스타 출신이라고 해서 꼭 정치인으로서 전문성이 떨어진다거나 정치인으로서 성공하지 말란 법도 없다. 하지만 국민들이 스포츠 스타 출신의 정치 도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힘든 분명한 이유가 있다.
스포츠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며 스포츠 정책 전문가로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정치인으로서 성장하기보다는, 국민들에게 선사했던 숱한 명승부의 추억들이 영원히 순수한 추억으로 남지 못하고 진흙탕 싸움에 비견되는 선거판에서 그 빛이 바래고 퇴색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