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렇듯 선거판 '셀럽 마케팅' 순풍? 역풍?
입력 2016.01.26 11:22
수정 2016.01.26 11:23
대통령·서울시장 등 초특급 정치인 등에 업은 선거전략 봇물
3선 의원을 지낸 박창달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떠돌이 진박·친박이 이 당을 위해 무엇을 했느냐"며 24일 탈당을 선언한 가운데, 노골적으로 유명인사를 활용하는 '셀럽 마케팅'이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을 넘어 되려 역풍을 맞고 있는 모양새다.(자료사진) 사진은 정종섭 예비후보 블로그 캡쳐화면.
3선 의원을 지낸 박창달 새누리당 예비후보(대구 중·남구)가 "떠돌이 진박·친박이 이 당을 위해 무엇을 했느냐"며 24일 탈당을 선언한 가운데, 노골적으로 유명인사를 활용하는 '셀럽 마케팅'이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모양새다.
박 후보는 지난 24일 대구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을 위해 충성 희생 봉사로 일해 온 당원에 대한 평가는 없고, 양지에서 놀다 온 인사들만 우대한다면 누가 당을 위해 희생하겠느냐"고 '진박계'임을 자처하는 예비후보들을 일갈했다.
그는 "지금 진행되는 공천룰은 혁신위원회 방안을 지키는 것도 없고, 예비후보들의 선거운동에 어려움만 가중시키고 있다"며 "개인적 영욕을 좇아 대통령 이름까지 파는 정치 철새들이 당과 지역의 분열을 조장하는 위기에도 당은 무기력에 빠져 이를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후보가 예비후보로 등록한 지역구인 대구 중·남구에는 대구 달성군 출마 의사를 밝히고 선거운동을 해오던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출마 방향을 전격 선회하면서 지난 13일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대구 중·남구에는 곽 예비후보를 제외하고도 김희국 의원, 배영식 전 의원 등 9명의 후보가 더 있다.
해당 지역구의 현역 의원인 김희국 새누리당 의원 역시 '진박 마케팅'에 대해 25일 "진박이니 비박이니 하는 수준 낮은 논쟁에 매몰돼 후보간 정책 경쟁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과 관련해 대구 시민들께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지역의 국회의원들이 법안통과 등에 있어서 대통령을 도와주지 않아서 소위 '진박'을 자처하는 자신들이 내려왔다는 일부 예비후보들의 주장과 관련 이는 사실을 왜곡하거나 제도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거짓된 마타도어(matador)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 대구지역 모든 국회의원들이, 대구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바라고, 또 그것을 위해 한마음 한 뜻으로 일해 온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라며 "국민들 시선에서 판단할 때 법안통과가 지체되거나 지지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상생의 정치를 포기하고 있는 야당과 국회선진화법 때문이지 몇몇 국회의원들 탓이 결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박근혜 정부의 장관이나 청와대 참모 등을 지낸 대구 지역 예비후보들은 '진박 6인, 반격의 서막'이라는 구호를 내세운 노골적인 마케팅을 펼친 바 있다.
당시 이재만 예비후보(대구 동구을)는 '진박 6인, 반격의 서막'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자신들을 '친유승민계 현역 의원들의 대항마로 낙점된 진박 6인'으로 지칭했다. 곽 예비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대구 후보 6명, '우리가 진박이다'"라는 글을 올렸으며, 정종섭 예비후보도 6명이 나란히 '파이팅'을 외치는 사진을 블로그에 게시했다.
이처럼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같은 유명인(celebrity)를 뜻하는 셀럽(celeb)과 마케팅(marketing)이 합쳐진 '셀럽 마케팅'이 판을 치고 있다. '대통령 팔이' 외에도 시장, 도지사와의 친분을 전면에 내세우는 예비후보들도 있다.
서울 서대문을에 출사표를 던진 권오중 예비후보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있는 모습이 담긴 명함을 배포했으며, 충남 지역의 보령 서천에 출마하는 나소열 예비후보는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마주 보며 웃는 사진을 대형 현수막에 담아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 제주에서는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활용한 마케팅이 극성이다. 제주시갑에 출마한 양치석 예비후보는 원 도지사와 나란히 찍은 사진을 명함에 담아 홍보하고 있다.
반면 서울 노원병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셀럽 마케팅' 거리두기에 나섰다. 이 예비후보는 "당에서는 꽃가마를 태워주겠다고 했지만 마음으로만 받겠다"라며 "당이 정한 공천원칙을 따르고 어떤 특혜나 개입도 요구하지 않겠으며, 지역에서 당원들과 유권자가 태워주는 무등을 타고 이번 선거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공천을 앞두고 계속 이어질 셀럽 마케팅이 당내 경선을 치른 후 본선에서까지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