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분위기' 유연석 "강렬한 빨간색에 끌렸죠"
입력 2016.01.19 07:12
수정 2016.01.23 06:08
"결과물은 핑크빛으로 아름답게…대중적인 선택"
현장 분위기에 연기 변화, 문채원과 '밀당'의 연속
유연석은 영화 '그날의 분위기'에서 능청스런 연기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영화를 보고 유연석의 실체가 뭐냐고 물어보곤 하는데, 사실 능청스러운 면들이 분명히 있어요. 친구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저만의 능청스러움이 영화상에서 나타난 것 같아요."
그간 반듯하 순정남 이미지가 강했던 유연석이 이번엔 나쁜 남자(?)로 철벽을 치는 순정녀를 향해 맹폭을 가한다. 잘 생긴 그가 던지는 야한 농담과 집요한 작업에 넘어가지 않을 여자가 몇이나 될까.
유연석은 영화 '그날의 분위기'를 선택한 이유로 "그간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늘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발버둥치는 그에게 이 작품만큼 파격적이고 대담한 도전은 없었다.
게다가 그간 작품 속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자신의 외향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그래서인지 작품 속 유연석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에너지가 넘친다.
"초반에 그려지는 재현의 상황이 낯설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이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면 정말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처음엔 영화 속 대사나 행동들이 어색하고 당황스러웠는데 어느 순간 익숙해져서 즐기고 있더군요."
사실 작품을 처음 선택할 땐 보다 '빨간색'에 가까운 작품이었다. 그러나 각색 과정에서 감독과 유연석, 문채원 등이 갖고 있는 이미지들을 가다듬으면서 보다 편하게 웃고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유연석은 "처음에 작품을 접했을 땐 새빨간 색이었다. 원색적이고 강렬한 톤에 끌려서 작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핑크빛으로 바뀐 작품에 대한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중적이지 못할 수 있는 소재를 공감할 수 있는 틀 속에 적절하게 잘 녹여낸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보다 더 발칙하게 그린다면 19세 이상 관람가 등급의 영화로 나와야겠죠. '연애의 목적'같은 톤의 영화를 조금 더 많은 관객들이 즐길 수 있도록 그려보자 했을 때 지금정도인거 같아요. 재밌게 편하게 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가 됐어요."
유연석과 문채원의 연기 호흡은 '밀당의 연속'이었다.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문채원과는 호흡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작품이었다. 캐릭터에 대한 해석이 조금만 달라도 엇박자를 낼 수 있는 만큼, 끊임없이 대화를 주고받으며 작품을 완성해나갔다. 유연석은 문채원과의 호흡에 대해 "밀당의 연속"이라고 표현했다. 문채원이 그날 촬영 계획을 디테일하게 준비해오는 스타일이라면, 자신은 현장의 느낌을 살리려 노력했기 때문이다.
"채원이가 준비해온 것들이 현장에서 잘 맞아 떨어질 때는 제가 그걸 받아들이고, 제가 현장에서 이런 것들을 살려보자고 문을 두드리고 공격할 땐 채원이가 받아들이고, 서로 주고받는 게 있었던 거 같아요."
여기엔 대사나 장면에 대한 배우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준 감독과 제작사의 열린 자세도 한 몫 했다. 유연석은 "늘 촬영이 끝나면 감독님과 맥주 한 잔 하며 그날 촬영과 다음날 촬영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그만큼 작품 속에 유연석의 아이디어도 많이 반영됐다. 대표적인 장면은 엔딩신이다.
"마지막 기차역에서 수정이 건네는 대사는 제 아이디어였어요. 원래는 재현과 오해들을 풀려는 수정의 대사들이 많았는데, 그런 것들을 다 빼고 재현이 첫 장면에서 한 대사를 수정이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건의했는데 반영됐죠."
유연석은 "임팩트 있고 매력적일 수 있다는 얘기를 했는데, 배우들의 아이디어로 잘 만들어낸 신이 아닌가 싶다"고 흡족해했다.
유연석은 최근 무거운 소재들 영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관객들이 '그날의 분위기'를 통해 "잠시나마 행복할 수 있고 웃을 수 있는 힐링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유연석은 작품 선택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그날의 분위기'에서 그랬던 것처럼 유연석은 계속해서 변화하는 모습으로 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유연석은 "다양한 모습들을 찾아내서 보여드리는 게 응원해주는 팬들에 대한 보답인 거 같다. 머물러 있지 않고 꾸준히 다른 시도들을 하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역시 끊임없이 변화하고 도전하려는 유연석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의외의 행보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내가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때 신선한 자극을 받는다"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을 했으면 몇 년 동안 쉼 없이 달리며 견뎌낼 수 있었을까 생각해요.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작품을 하니까 질리지 않고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유연석은 지난 연말을 뮤지컬과 함께 보낸 것이 큰 행복이었다며 벅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연말연시에 공연한다는 거 자체가 너무 좋았어요. 새해 맞이하면서 커튼콜 때 큰 절을 했는데, 추운 겨울에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공연장에서 따뜻한 박수를 받게 되는 게 굉장히 좋았어요. 그분들 하나하나에게 또 다른 추억을 안겨줄 수 있어서 의미 있는 거 같아요."
유연석은 계속해서 영화·드라마를 하면서도 공연에 대한 끈을 놓지 않을 계획이다. 조승우의 '베르테르'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는 그는 '노트르담 드 파리' 등 대작들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늘 무대에 대한 동경이 있어요.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떠나서 정극도 하고 싶고, 무엇보다 무대라는 공간에 계속 서고 싶어요. 무대가 주는 분명한 에너지가 있는데, 그 에너지를 계속해서 느끼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