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감독 지단, 감독들의 무덤 레알서 살아남을까
입력 2016.01.09 12:53
수정 2016.01.09 12:54
화려한 경력의 선수 출신 지도자
우승에 대한 압박감 이겨낼지 관건
레알 마드리드의 신임 감독 지단. ⓒ 게티이미지
‘마에스트로’ 지네딘 지단이 친정팀 레알 마드리드의 지휘봉을 잡으며 주목받고 있다.
지단은 설명이 필요없는 축구계의 전설이다. 레알 마드리드와 조국 프랑스 국가대표팀의 유니폼을 입고 무수한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우승청부사로 명성을 떨쳤다. 그는 환상적인 개인기와 경기운영 능력을 바탕으로 축구역사상 최고의 플레이메이커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선수이기도 하다.
지단은 은퇴 이후로도 레알과 끈끈한 인연을 이어왔다. 2006년 현역에서 물러난 지단은 단장과 수석코치를 거쳤고, 2014-15시즌부터 레알의 2군인 카스티야를 지도하기도 했다. 보통 팀의 레전드들과 마무리가 좋지 못하다는 징크스를 안고 있던 레알에서 명예로운 은퇴부터 지도자 생활까지 탄탄대로를 이어간 것만으로도 대단히 희귀한 사례였다. 이로 인해 레알 입장에서는 오래전부터 지단을 ‘미래의 레알 감독’으로 만들기 위해 준비해왔다는 평가다.
레알이 지단의 선임으로 기대하는 효과는 라커룸에서의 강력한 영향력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넘쳐나는 레알은 선수들 개개인의 개성과 자부심이 하늘을 찌른다. 무리뉴, 안첼로티, 베니테스 등 유럽에서 저마다 이름을 날린 명장들도 이 선수들을 지도하는데 애를 먹어야했다. 전통적으로 레알의 가장 큰 문제는 전력이나 전술적인 차원보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욕심이 많은 선수들을 하나로 규합하는 데 있었다.
지단 역시 현역 시절부터 슈퍼스타였다. 내로라하는 스타들도 지단 앞에서는 함부로 명함을 내밀기 어려울 만큼 지단의 경력은 그 자체로 명성과 권위를 가진다. 실제로 지단은 수석코치를 지내면서 레알의 주축 선수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지단을 친형처럼 따르거나 존경하는 선수들 또한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단 본인도 스타 출신이기에 그러한 스타 선수들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지단의 선임에 대해 섣부른 결정이라며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경험부족이다. 훌륭한 선수출신이라고 해서 자동적으로 훌륭한 지도자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수많은 역사를 통해 이미 증명된 바 있다.
특히 지단은 정상적인 코스를 밟은 것도 아니고, 전임자의 경질로 시즌 중반에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물려받았다. 자신이 원하는 선수구성이나 축구철학을 제대로 선보일 준비도 하기 전에 후반기 라 리가와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에 대한 압박감을 안고 매 경기를 치러야한다.
더구나 레알은 성적에 대한 압박감이 세계에서 가장 심한 구단 중 하나다. 파비오 카펠로는 리그 우승을 하고도 경질통보를 받았고, 주제 무리뉴와 카를로 안첼로티도 한 시즌 무관에 그치자 지휘봉을 내려놓아야했다.
당초 레알이 선임하려던 감독 가운데 지단이 우선순위가 아니었다는 사실도 그의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만하다.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은 당초 첼시에서 경질된 무리뉴의 레알 복귀를 시도하려고 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영입이 무산되며 지단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결국 레알이 시간에 쫓겨 급박한 모양새가 되면서 더 경험을 쌓아야할 지단을 예상보다 빨리 사령탑까지 승격시키는 모험수가 된 셈이다.
레알이 기대하는 시나리오는 라이벌 바르셀로나의 레전드 출신으로 선수와 감독까지 모두 성공한 펩 과르디올라의 사례일 것이다. 공교롭게도 과르디올라 역시 당초 무리뉴 감독의 영입이 불발되며 대체자 형식으로 선임된 카드였지만, 그는 티키타카를 전술적으로 완성시키며 바르셀로나를 역사상 최고의 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와 함께 당대 최고의 명장으로 거듭났다.
아직까지는 감독으로서의 시작단계에 불과한 지단이 과르디올라와 닮은 것이라면 헤어스타일 뿐이다. 지단은 과연 감독들의 무덤으로 꼽히는 레알에서 제 2의 과르디올라로 거듭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