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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나도 안하려는 더민주 선대위원장, 왜?

이슬기 기자
입력 2016.01.05 18:01
수정 2016.01.05 18:03

긍정론 파다하던 김부겸 막판 고사로 발 '동동'...일각에선 '깜깜이' 지적

김부겸 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의 선대위원장직 제안을 고사한 가운데, 문재인 대표의 고심이 더욱 깊어졌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선대위원장’ 구인(求人)에 한창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고민이 깊어졌다. 한달째 이어지는 연쇄 탈당 사태에 맞서 “더 젊고 새로운 당을 만드는 계기로 삼겠다”며 조기 선거대책위원회 카드를 야심차게 내밀었지만, 정작 선대위원장을 맡으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다.

무엇보다 김부겸 전 의원의 위원장직 고사 직후엔 마땅한 플랜B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문 대표 측 주류계에선 ‘지역주의 타파’ ‘합리적 중도’ 등의 이미지를 갖춘 김 전 의원을 접촉했고, 곧 선대위원장직을 수용할 거란 긍정론이 파다했다. 실제 김 전 의원도 당초 이같은 제안에 대해 충분히 고려해보겠다는 입장을 전하는 등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게 당내 다수 의원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이 여당의 텃밭인 대구에 출사표를 던지고 혈전을 선언한 마당에, 전국 선거를 총괄해야 할 선대위원장직에 앉을 경우 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나왔다. 현재 안철수·천정배 의원을 비롯한 야권 신당의 난립으로 ‘일여다야’ 구도는 불가피하다. 따라서 대구에서 당선된다 하더라도 더민주가 총선에서 패배하면 김 전 의원 역시 상당 부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여기에 대구 지역 여론도 “지금은 지역에서 납작 엎드려서 ‘저좀 살려달라’고 할 때”라는 의견 쪽으로 기울었다. 범주류로 분류되는 수도권 한 재선 의원은 “김부겸 전 의원도 당에 대한 충정도 있고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선대위원장직을 맡을 마음이 없지 않았다더라”며 “그런데 대구 선거도 벅찬 마당에 중앙당 선대위를 맡으면 부담도 클뿐더러 특히 지역에서 ‘지금은 중앙 올라가서 일할 때가 아니다’라는 반대가 많아서 결국 거절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 핵심 당직자도 “원래 김 전 의원이 선대위원장을 맡으려는 의지가 있었는데, 나중에 가서 일이 이렇게 됐다”며 “당분간 문 대표가 다른 분을 부지런히 접촉하겠지만, 원래 맡을 거라 생각했던 분이 못하게 돼서 앞으로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선이 이번주를 넘길 거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현재 선대위원장 영입 작업 전반이 문 대표와 소수의 측근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언론에서 거론되는 인물들의 실제 접촉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일각에서 ‘깜깜이 인사’ ‘밀실 인사’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 전 의원의 고사 사실이 보도된 직후부터 연일 하마평에 오르는 A의원의 경우, 아직 문 대표로부터 정식 제안도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관계자에 따르면, A의원은 앞서 당 지도부를 역임했으나 내부 반발로 결국 자리에서 내려오는 등 고초를 겪으면서, 선대위원장직에 대해선 사실상 수용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A의원 측근으로 불리는 인사는 “기본적으로 정치권에서 선대위원장이라는 게 ‘얼굴 마담’이지 실제로 어떤 권한을 갖고 선거에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은 굉장히 제한적”이라며 “지금 당이 이모양이라 지역구 선거도 쉽지 않은데, 권한은 적고 책임만 있는 자리를 어느 현역이 맡으려고 하겠나”라고 말했다.

‘호남 몫’으로 거론되는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전북 김제 출신)와 이용훈 전 대법원장(전남 보성 출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당 대변인실 측은 “당연히 대표가 직접 지시를 내려서 가까운 사람을 통해 접촉을 시도했다”고 설명한 반면 범주류계 한 재선 의원은 “박승 총재든 이용훈 대법원장이든 조정래 작가든 당 안에서 그들을 추천한 사람들이 언론에서 그 이름을 거론하면, 마치 대표가 직접 만난 것처럼 와전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아울러 ‘박승·이용훈 카드’에 대한 회의론도 적지 않아 향후 문 대표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당내 호남 지역 관계자는 “선거라는 게 책임과 전문성 두축이 다 필요한 전문영역 아닌가. 외부인사는 이미지는 좋지만 전문성도 책임소재도 없는데, 자꾸 외부인사를 정치로 끌어들여봤자 또 대표가 뒤에서 조정한다는 소리밖에 나올 게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비판에 대해 문 대표 측 전략통으로 꼽히는 한 인사는 대뜸 “대표가 직접 접촉하는지 여부는 잘 모른다. 그건 대표가 고심하면서 하실 것”이라며 극도로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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