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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임원의 퇴임 통해본 한국 대기업 자화상

박민 기자
입력 2015.12.07 16:12
수정 2015.12.07 16:46

[기자의 눈]일도 중요하지만 따뜻한 작별의 '예우' 필요

(자료사진)ⓒ데일리안

오랜 기간 함께한 이와 작별을 고하는 순간은 겪을 때마다 늘 먹먹하고 아련하다. 특히 동고동락을 함께 하며 정이 많이 든 사람을 떠나보낼 땐 더욱 그렇다. 그 씁쓸한 감정은 빠르고 크고 무겁게 마음속을 파고든다. 그러하기에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去者必返)’을 되뇌면서 언젠가 다시 만나자며 아름다운 ‘석별의 정’을 나누는 시간이 삶의 관계에서 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지난주 한 대기업에서 인사발표가 있었다. 건설·부동산 분야를 출입한지 1년 6개월 만에 처음 익숙한 이를 떠나보내는 순간이었다. 그는 기자들과 격의 없이 지내면서도 늘 예의를 갖추는 취재원이었다. 취재를 위해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전화에도, 편히 밥 먹자고 만난 자리에서 끊임없이 건네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인상 한번 찌푸리지 않고 겸손하게 응대하는 모습은 한결 같았다. ‘전무’라는 꽤 높은 자리에 있었지만 권위주의가 느껴지지 않았던 임원이었다.

그러한 그가 떠나는 뒷모습에서 ‘석별의 정’을 나눌 분위기를 찾지 못했다. 어색했다. 당시 기자실을 방문해 자리에 있던 기자들에게 작별을 건넸지만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기운만 감돌았다. 그는 말을 아꼈으며 말을 건네는 기자들 역시 조심스러웠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한 회사에서 30년 넘게 일해 오면서 누구보다 애사심과 자긍심이 높았을 그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허탈함과 씁쓸함만이 전해져왔다. 왜 일까.

이윤극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서 더 나은 조직의 생산성과 능률을 위해 리더를 교체하는 일은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러나 그땐 아쉬움 없이 후임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떳떳하게 떠날 수 있는 ‘석별의 시간’이 필요한데 마치 철저한 정글의 법칙에서 낙오자가 된 듯 쫓기듯 짐을 싸서 나가는 인식만이 조직문화를 지배하고 있었다. 경영진을 비롯해 조직원 모두 임원을 바라보는 시선이 오랜기간 그렇게 고착돼왔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임원과 직원, 직위는 다르지만 비슷한 기간 동안 근무한 부서장의 ‘정년퇴직’은 차갑지 않다. 부서원들에게 ‘오랫동안 수고했다’라는 격려와 축하를 받으며 자랑스럽게 자리를 후임에게 물려주며 떠나는 모습은 흡사 당당해 보인다. 모두 30년 이상 근속하며 혈기왕성한 나이에 회사에 들어와 젊음을 모두 불태웠을 것이고, 어쩌면 인생의 절반을 회사에서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데일리안 경제부 박민 기자
물론 임원은 직원과 달리 책임과 권한이 막중해 그에 걸맞게 보수·처우도 높고 채용 체계도 다르다. 모든 것이 성과로 판단되기에 언제든 옷을 벗을 수 있다는 것에 스스로 동의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작별의 순간까지 매정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한다. 퇴임하는 임원의 모습은 언젠가 찾아올 현실의 투영이며 잠시 후 나의 모습일 수 있다. 따뜻한 작별의 시간이 조직 문화에 자리잡아야 할 때이다.

올해 7월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보면 정년퇴직으로 직장을 떠나는 경우는 8.1%에 불과하다. 100명중에 약 8명이 겨우 정년을 무사히 마칠 뿐이다. 내년부터 60세까지 정년이 늘어나지만 현재 평균 퇴직 연령은 49세(남자 52세·여자 47세)에 그친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30년 넘게 회사를 위해 쉼 없이 달려온 모든 퇴임 임원에게 그동안 진심으로 수고했다는 말을 건네고 싶다.

박민 기자 (mypark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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